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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에게 상처 준 차별들

오사카 초밥집의 고추냉이 테러부터 최근 도쿄 유명 팬케이크 카페의 벌레 테러까지 잊혀 질만하면 도마 위에 오르는 일본의 혐한 문제들, 하루 이틀이 아니죠. 일본 니시신주쿠에서 1년간 교류학생으로 지내다 온 저로선 저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나 안 좋습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며 겪었던 크고 작은 여러 차별들을 경험했던 지라 이런 이슈들이 한국과 일본 뉴스에 뜨면 한동안 유학생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움츠러들게 되는 맘을 알기 때문이죠. 비단 고추냉이와 벌레 테러와 같은 단발성 혐한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으로 간 한국 유학생들이 겪어야 했던 여러 차별들을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보다가 분노 치밀어 오를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1. 외국인, 따로 교육시키는 일본



한국과 일본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많이 비슷해요. 음식물 쓰레기, 생활쓰레기, 재활용품 같은 큰 틀은 같지만 쓰레기봉투에 본인 이름을 써서 지정일, 지정장소에 내놔야 해요. 책임감을 가지고, 실수하지 않고 분리배출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처음에 이름을 적으라고?! 의아했던 걸 일본인들은 실제로 잘 지키고 있어요. 심지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쓰레기 수업도 있어요.


출처: smileellie 티스토리

일본인들은 외국인들이 분리배출을 잘 안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감시 대상에 오르곤 하는데 제가 살던 맨션의 한 할머닌 제 쓰레기봉투를 보며 페트병 넣으면 안 된다고 굉장히 고압적인 말투로 충고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참고로 페트병은 배출해놔도 들고 가지 않으며, 가까운 마트로 돌려줘야 해요. 페트병이라도 일본산 페트병이 아니면 다  금속으로 취급해요. 플라스틱 마크가 없는 플라스틱은 금속 쓰레기인데, 왜 일본산 페트병 만 가능하냐면 일본산만 재활용하고 외국산은 재활용 안 한다네요. 쳇 유학기간 동안 분리수거 철저히 한다고 나름 전용 박스까지 만들었던 게 생각나네요.


2. 가면 서러워 진다는 부동산



다른 외국인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하는데 특히 한국, 중국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요. 한국인이 방을 구하려면 일본인 보증이 있어그나마 방을 구할 수 있고 그것마저 제한된 역도 있다고 들었어요. 일본 집주인 입장에선 본인에게 세놓으면 나갈 때 깨끗하게 써서 청소랑 벽지 정도만 새로 바르면 새로 입주하는 사람도 불편이 없는데 외국인이 쓴 집은 거의 다 망가져서 리폼 수준으로 고쳐야 돼서 돈이 많이 든다네요. 실제 도피성 유학을 와 책임감 없는 행동과 불규칙한 생활패턴을 일삼은 몇몇 유학생들은 봤던지라 조금 이해 가는 부분이에요. 차별이 아닌 예방이라 당당히 말하는 일본인에게 큰소리로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게 이건 한국인들이 문제 인식을 제대로 하고 바꿔야 할 거 같아요.


3. 은근 무시하는 한국 발음



일본인들이 받침 들어가는 발음을 하기 어려워하는 건 다들 아시죠?! 성씨가 박이라면 바쿠상으로 불리게 되는데, 본인들이 하기 힘든 발음을 은근히 돌려까기 해요. 대표적인 것이 어 외 위여 이런 발음은 일본어에 없어서 한국어가 더더욱 힘든 건데, 제가 아르바이트할 당시 명찰에 써진 이름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고 한국말장난으로 "춍, 니다니다요" 이렇게 말하는 걸 몇 번 들었었어요. 그런 일본인에겐 일어 한두 문장 빠르게 읊어주면 찬물 끼얹듯 조용해집니다. 

*춍 - 한국인의 멸칭
*니다니다 - 한국어의 종결어미를 지칭해 한국인을 흉내 내 비꼴 때 사용.


4. 한류와 비교 당하는 한국인



이건 개인적으로 겪은 일이라 일반화하기엔 조심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유학생 카페에 올라오는 고민 글에 서슴지 않게 적혀져있는 걸 보면 저뿐만은 아니란 거겠죠. 일어가 좀 늘었을 당시, 출판사 알바를 시작했는데 꽤 유명한 곳이었고, 잡지 출간하는 부서 팀장님은 복도에서 저만 마주치면 한 번씩 '박상은 소녀시대와 왜 다르게 생겼냐, 소녀시대 같은 한국인 맞는 거냐' 이런 농담을 했어요. 한창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라 그랬겠지만 웃으며 넘기는 것도 한두 번이지, 회사 망년회 때 저도 회심의 한마디 했었네요. 팀장님은 왜 기무라타쿠야처럼 안 생겼어요?


5. 공정함은 어디로?... 일본 경찰



신주쿠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신오쿠보라는 한인 밀집 지역에 들렸다가 신오쿠보역앞에서 일본 경찰들에게 제지당하는 한국 남성을 봤었어요. 주변 한국 분들이 일본 남자가 먼저 시비 건 거라며 증언하는데도 막무가내로 한국 남성분을 가해자처럼 포박해 데리고 가더라고요. 일본 내에선 작은 시비에 휘말려도 일본 경찰은 상황 설명을 듣기 전부터 이미 자국인 편이에요. 공정해야 할 경찰의 모습과는 상당히 멀어 보였어요. 

상하관계, 선후배 관계를 한국보다 더 심하게 따지고, 예의 따지고, 맘에도 없는 겉치레 인사도 많으며 물가 비싼 일본 땅에서 고생 중인 유학생들! 처음에 일본어 부족해도 알바 두 개 뛰면서 우선 생활비 마련하며, 학교에서 친구들도 사귀어보고, 월급날 한국 식당에서 손 떨어가며 삼겹살에 된장찌개도 사 먹어보고, 틈틈이 일본 곳곳 여행하며 제 인생에 좋은 약이 되었어요. 


출처: sbs뉴스

실제 하라주쿠에서 오모테산도 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혐한 시위를 눈으로 목격했었는데 그 시위 속 태극기를 보며 참 맘이 무거웠어요. 보이지 않는 일본인들의 차별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 또한 현명하게 문제 인식후, 대처하고 맘에 담아두지 않는 우리 유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