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비상구 표시만큼이나
흔한 이 화살표는 무엇을 의미할까
호텔에 가면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표시한 공통된 몇 가지가 있습니다. 남녀 화장실이나 비상구 계단 등이 그런 표시들이죠. 하지만 두바이 호텔에 가면 다른 나라 호텔에서는 보지 못했던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텔 룸 천장에 있는 화살표 표시인데요.
너무 생뚱맞은 곳에 있기 때문에 비상시 대피로 방향인가 의레짐작하기 마련인데요. 간혹 잘못 붙여진 것인 줄 알고 클레임을 걸어오는 투숙객들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낯선 이 화살표. 과연 왜 붙어 있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과연 저 화살표의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이 화살표의 정체는 키블라입니다. 키블라[Qiblah]란 아랍어로 '방향'을 의미하는데요. 이슬람교에서 예배하는 방향을 의미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있는 카바 신전을 가리키는 방향입니다. 그러므로 이슬람 영향권 국가인 두바이의 모든 호텔에는 이렇게 키블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키블라는 단순히 예배 방향을 가리키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요. 전 세계 무슬림들이 예배시간에 모두 메카를 향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움마의 단일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예배시간뿐만 아니라 이슬람 할랄 도축 방식 과정에서도 동물의 머리를 키블라 방향으로 놓으며, 무슬림이 사망한 후 매장할 때도 머리를 메카 방향으로 놓는 등 키블라는 이슬람교를 대표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다양한 화살 표시
정해진 키블라의 표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호텔마다 제각각의 화살 표시를 볼 수 있는데요. 독특한 키블라 표식으로 이슬람 사원을 상징하는 모스크 양식의 키블라가 대표적인데요. 단순히 화살 표시만 있었던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것 같죠.
이전의 단순한 화살 표시뿐이던 키블라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화살표의 안이나 화살표 주변에 영문으로 키블라라는 알파벳을 많이들 기입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또한 두바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무슬림 영향권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도 무슬림 투숙객들을 위한 기도실, 세족실, 키블라 표식들을 작게 표시해놓는다고 하는데요.
3. 천장에만 있는 줄 알았니
그렇다면 다른 국가의 호텔들도 과연 천정에 키블라를 표시해둘까요. 이슬람 영향권 국가의 호텔들은 대부분의 투숙객이 자국민들이라 천정에 크게 표시하지만 다른 나라의 호텔들은 경우가 다르죠.
그래서 일본, 미국, 홍콩 같은 국가의 경우 책상 안쪽 서랍 부분이나 책상 한쪽 모서리에 키블라를 작게 표시해두어 방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요. 현재 세계 인구의 20%가 이슬람교도인 만큼 점점 더 많은 국가의 여러 호텔에서 이 키블라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슬람권 국가에 방문하였을 때 호텔 천장 어디쯤에 키블라가 표식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할 거 같습니다.
4. 호텔뿐만이 아니라 어디에나
여기서 궁금증 하나! 이슬람 영향권 국가의 호텔에만 키블라가 있을까요. 교리에 따라 매일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들에겐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키블라가 필요한 곳이 비단 호텔뿐만이 아닐 거 같은 데요. 호텔뿐만 아니라 공공장소를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일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표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항과 관공서, 백화점, 기차역뿐만 아니라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비행기 모니터 화면에도 메카의 방향이 뜹니다.
5. 이젠 어디서나 앱으로
과거에는 키블라를 찾기 못할 것을 대비해 많은 무슬림들이 나침반을 들고 다녔습니다. 메카 방향 나침반은 각도의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이런 키블라를 다닐 때마다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주는 제품이 등장하였습니다. 바로 휴대폰 어플입니다. 어플을 통해서 한국에서도 메카 방향을 손쉽게 알 수 있죠. LG전자의 메카폰은 이런 무슬림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기본적인 어플뿐만 아니라 기도문도 함께 들어있다고 합니다.
6. 그럼 화살표가 가리키는 그곳은
이렇게 세계 어디에서든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무슬림들. 어디를 향해 왜 기도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는데요. 그들이 절하는 곳은 바로 메카입니다. "메카", 무척이나 낯익은 단어인데요. 우리가 흔히 쓰는 전자산업의 메카, 섬유산업의 메카 하는 식으로 중심, 센터의 의미로 흔히 사용하는 이 단어는 지리학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방이죠. 하지만 무슬림들에게 메카는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출생지이며 성지로 추앙받는 곳입니다. 매일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하며 일생의 한 번은 메카를 순례하는 것이 영광스러운 종교의식으로 여겨지는데요.
"네가 키블라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얼굴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신은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너를 키블라(예배의 방향)로 나아가게 하고, 너의 얼굴을 메카의 중심, 모스크로 향하게 하리라. 네가 어디에 있든지 네 얼굴을 키블라로 향하게 하라" - 코란 2장 144절
"네가 만족할 키블라로 향하라." 그곳이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입니다. 이곳에서는 신분이나 빈부에 상관없이 하나님 앞에서는 동일한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에서 시작되는데 무하마드의 632년, 그의 마지막 순례 의식을 재현하는 성스러운 종교의식이라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메카의 카바신전의 검은 돌을 기준으로 7바퀴를 돌아야 하는데요. 사람이 언제나 많아 서 해마다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라고 합니다.
엄격한 계율에 따라 무슬림들이 지키고 있는 종교의식의 방향 지표, 키블라. 세계 어디에 있던 그들의 종교의식을 행하는 행동에 대해 많은 시선들이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이니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부터 타인에게 불쾌함을 주고 본인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극명하게 나뉘는데요.
하지만 우리들에게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줄 수 있는 넓은 포옹력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바이 호텔의 화살표 표시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가 되셨나요. 무슬림 영향권 국가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재미 삼아 키블라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이상 두바이 모든 호텔에 있는 화살표는 무엇일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