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시간당 만 원씩 주고
별 능력 없는 아재들을 고용하는 이유
'아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촌스러운 패션, 안쓰러운 유머감각, 약간 지저분한 생활태도? 일본에도 우리나라 못지않은 친근한 아재들이 넘쳐난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이들을 시간당 만 원에 고용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아저씨들은 이 시간 동안 자신을 고용해준 사람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걸까요? 아니 그전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긴 있는 걸까요?
옷상(おっさん ) 렌털의 시작
일본어로 '아재'는 '옷상(おっさん)'입니다. 우리가 '아저씨'를 줄여 '아재'라고 부르듯이, 이들도 '오지상(おじさん)'을 줄여 '옷상'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이 단어가 주는 느낌도 한국어의 아재와 거의 유사합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니시모토 타가노부는 지금부터 소개할 '옷상 렌털'의 창립자입니다.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는 50세였던 2012년에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는데요. 스스로도 '옷상'에 속했던 니시모토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놀림당하는 옷상들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일종의 대행 아르바이트
출처: Tongfu
그럼 이 아재들은 자신의 고객을 위해 뭘 해주냐고요? 옷상 렌털 서비스는 요즘은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행 알바'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옷상들의 업무 범위에는 거의 경계가 없습니다.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레스토랑·바에 동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저 묵묵히 고객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죠. 아재들의 '시간'을 산 고객들은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옷상들의시급은 1시간에 1천엔, 즉 한화 약 1만 원 정도라고 하네요.
주 고객은 의외로 여성
출처: クイ~ズ
그럼 이런 서비스를 누가 이용할까요? 니시모토는 처음엔 아무래도 남성 이용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답니다. 모르는 남성과 시간을 보내는 건 여성들에게는 어쨌든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니, 인생 경험을 통한 조언을 얻기 원하는 남성 청년 고객들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죠.
출처: transit tokyo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현재 옷상 렌털의 주 고객은 다름 아닌 20~50대 여성인데요. 그들은 옷상들로부터 직업·연애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 하기도 하고, 스토커 퇴치를 위해 옷상에게 남자친구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네요. 때로는 그냥 친구처럼 함께 콘서트에 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으로 고용한 모르는 남자에게 일을 부탁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런 여성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는 니시모토는 새로운 아재를 자신의 사이트에 등록하기 전에 철저한 신원 검증을 거칩니다. 범죄 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고객의 신체를 만지거나, 육체적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웹사이트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죠. 또, 음흉한 목적으로 사이트를 이용하려는 옷상들을 가려내기 위해,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멤버십 비용을 옷상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아재와 고객 모두 윈윈하는 사업
출처: 옷상 렌털 사이트
니시모토 타카노부는 자신의 시간을 판매하는 독자적 사업으로 옷상 렌털을 시작해, 지금은 80여 명의 옷상들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연령대는 30부터 70대까지, 직업도 과학자, 포토그래퍼, 악기 연주자 등으로 다양합니다. 사이트에는 한 달에 900건 정도의 예약이 들어오고, 인기 좋은 옷상들은 혼자서 50~60명의 고객을 유치해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내기도 하죠.
니시모토는 옷상 렌털을 통해해 고객들도 옷상들로부터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만, 옷상들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고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충전하는 동시에 '잘 나가는' 아재가 되기 위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게 되니까요.
옷상 렌털의 웹사이트는 현재까지 3만 3천 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고, 최근 정년퇴직한 남성의 아르바이트 자리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는데요. 조금은 독특한 이 렌털 사업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