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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사업으로 

1억 회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말간 얼굴에 까만 단발을 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 하던 장면, 다들 기억나시나요? 영화는 잊힐지언정, 그 대사만큼은 살아남아 오래도록 청춘 남녀의 작업 멘트로 쓰였죠. 하지만 이제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집에서 넷플릭스 보며 놀자 (Nexflix and Chill)"라고 제안하는 게 새로운 작업 멘트로 떠오르고 있거든요. 


청춘들의 연애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넷플릭스는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단단한 입지를 굳혔는데요. 현재 19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1억 3천만 명 이상의 유료고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았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넷플릭스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 1억 명이 넘는 유료회원을 보유한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DVD 렌털로 시작한 사업


넷플릭스는 1997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루돌프가 세운 회사입니다. 온라인 렌털 사이트를 통해 DVD를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죠. 지금이야 누가 DVD로 영화를 보나 싶지만, 그때만 해도 DVD는 비디오테이프를 대체하는 새로운 매체였습니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오프라인 렌털숍을 대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연체료도 없이 월 정액으로 무제한 대여를 제공하고, 서비스 이용자가 보고 싶어 할 만한 영화들을 미리 파악해 추천하는 것이죠.  이런 추천 및 월 정액 시스템은 현재의 넷플릭스 서비스의 기반이 되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독특했던 이런 서비스로  2005년쯤 넷플릭스는 4백만 2천 명 정도의 이용자를 모으게 됩니다. 


인공지능 적극 활용


물론 넷플릭스의 진짜 전성기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 찾아옵니다. 아마존이나 유튜브, 훌루(Hulu)와 같은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특장점을 살려 스트리밍 사업을 더욱 크게 키우는데요. DVD 시절부터 제공했던 추천 시스템도 스트리밍 시대를 맞아 진화합니다. 


넷플릭스는 맞춤형 추천을 위해 영화를 7만 가지로 분류해 놓았는데요. 처음 가입할 때 선택했던 선호하는 영화, TV 프로그램에 시청 기록까지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합니다. 시청자가 일시정지를 한 지점, 되감기를 한 지점, 영상의 색감이나 음량까지 집계해 추천 시스템에 사용하죠. 현재는 유료 회원 수가 1억 명이 넘으니, 추천에 활용할 데이터도 그만큼 정교해졌을 텐데요. 넷플릭스는 맞춤형 추천에 의한 시청률을 75%까지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콘텐츠 추천에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업계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도 AI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죠. 지난 5월 넷플릭스 CCO  테드 사란도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21세기 폭스사의 라이언 머피를 영입하는 데 그의 히트 프로그램들인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등의 시청자 반응, 유사성, 차이점 등을 분석해 활용했다고 하네요. 


오리지널 콘텐츠의 위력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을 꼽자면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빼놓아선 안되겠죠.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를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의 과거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가 밝혀지면서 시즌 6을 마지막으로 불명예스럽게 종영하긴 했지만,  2013년부터 총 52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수상 후보에 선정, 6개의 에미상과 2개의 골든 글로브를 거머쥔 만큼 넷플릭스의 성장에는 큰 공헌을 한 시리즈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하우스 오브 카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한해 총매출의 70%가 넘는 돈을 콘텐츠 제작비에 쏟아붓고 있다는데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면서 영화관들의 반발을 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올해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는 영화 80여 편, TV프로그램은 700편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영화나 드라마 외에,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 역시 넷플릭스로 콘텐츠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미식, 스포츠, 패션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이 역시 유저의 특성에 맞춰 알아서 추천해 주니 안 볼 이유가 없겠죠. 


경제적인 정액제 시스템


아무리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고 알아서 추천을 잘 해주더라도, 이용금액이 너무 비싸다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겠죠. 넷플릭스의 최대 장점은 바로 '경제적 효율'에 있는데요. 한 달에 만원 정도만 내면 원하는 영상을 마음껏 골라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콘텐츠 건 별로 비용을 지불하거나 정해진 기간 내에 시청을 완료해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한정된 기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TV, 태블릿, 컴퓨터 등 원하는 기기에서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으니 한 달에 만 원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통신사나 인터넷 업체에서 제공하는 VOD 서비스에 비하면 인프라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넷플릭스 유저는 본인이 가입한 인터넷 회선이 무엇이든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받죠. 인터넷 회선을 교체하면 VOD 서비스도 해당 사업자의 것으로 교체해야 했던 시스템에서 벗어난 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립한지 3년째 되던 2000년,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라는 대형 비디오 렌털 업체에 인수되고자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는데요.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 인수를 거절한 때로부터 10년 뒤, 그러니까 2010년에 파산을 선언합니다. 오프라인 대여점 확보 및 매출에만 집착하다가 오히려 매출이 급감한 것이죠.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넷플릭스는 아직도 DVD 렌털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창립자 중 한 명인 헤이스팅스는 '마지막 DVD 배달은 내가 하겠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는데요. 시대의 변화를 재빠르게 서비스에 반영하면서도 기존 고객들을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넘치는 유머감각이 넷플릭스가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