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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이 한국인에게 가장 자주하는 질문들

한국에서 프랑스까지는 직항으로 12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은 계절에 따라 7시간 혹은 8시간 차이가 나고요. 이렇게 지리적으로도 멀고 역사적인 배경, 언어가 모두 다르다 보니 생활습관이나 문화에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제가 유학시절에 프랑스 친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 1. 너희는 외모로 한·중·일을 구분할 수 있니?


출처: KBS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프랑스 거리를 걷다 보면 레이시스트를 마주치실 수도 있어요. '칭챙총'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도망가거나 밑도 끝도 없이 '니 하오',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프랑스의 길거리에는 많이 있습니다. 아시아인을 전부 통틀어서 '중국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마치 한국의 전후세대가 서양인만 보면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요. 


길에서 마주치는 이상한 사람들뿐 아니라, 멀쩡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도 한중일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숙사 부엌에서 중국인 친구와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저에게 "너희 왜 프랑스어로 말해?" 하고 물어본 프랑스인도 있었죠. 저는 그 애가 우리를 같은 국적으로 아는 것 같아 "얜 중국인, 난 한국인"이라고 말해줬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니까. 그런데 왜 프랑스어로 대화하냐고. 다 같은 말 쓰는 거 아니었어?"라는 기상천외한 질문만 되돌려주었죠.


그렇게까지 모르진 않아도, 겉모습만으로는 누가 한국 사람이고 일본 사람인지, 혹은 중국 사람인지 잘 구분하지 못하겠다는 친구들도 많았는데요. 이건 이해가 가는 일이긴 합니다. 저도 외모나 차림새로 프랑스인과 다른 유럽인들을 대충이라도 구분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으니까요. 


질문 2. 한국인이라고? 북한? 남한?


의외로 정말 많이 받은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황당해서 "당연히 남한이지, 북한 사람들은 외국에 자유롭게 못 나와"라고 대답했죠. 하지만 북한의 고위층 자녀는 가끔 프랑스로 유학을 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그렇게까지 이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단지 너무 자주 물어봐서 지겨울 뿐이었죠. 


이건 프랑스인들이 한국에 대해 아직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한다는 걸 드러내주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온 저와 스몰 톡을 하긴 해야겠고, 한국에 대해 아는 건 분단 상황, 그리고 김정은밖에 없는 것이죠. 이 질문을 너무 많이 받은 저는  "응, 나 북한 사람. 우리 아버지가 고위 당직자야."라고 거짓말로 놀려준 적도 있습니다. 


질문 3. 박찬욱 영화 좋아하니?


출처: 유튜브 Solange te parle

프랑스에는 '레 보보 (Les Bobos)'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보보'는 경제적으로는 상위에 속하면서도 보헤미안적인 가치, 마이너하되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돈 많은 힙스터'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네요. 아무튼 이 노래는 이중적인 보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짝 조롱하듯이 묘사하는데요. 가사 중간에 '그들은 일본 식당과 한국 영화를 좋아하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출처: 영화 올드보이

올드보이 이후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비롯한 한국 영화들은 프랑스에서 '색다르고 예술적인 상업영화'로 대우받아 왔습니다. 한국 영화제 기간에 찾아간 영화관 앞은 프랑스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을 정도였죠. 박찬욱 감독 외에 자주 언급되는 감독들은 홍상수, 김기덕 등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요.


질문 4. 왜 건배할 때 내 눈을 바라보지 않아?


출처: 영화 위대한 개츠비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낯선 사람과 볼을 맞대며 인사하는 '비주(bisous)' 만큼이나 저를 당황케 했던 것이 있으니, 바로 프랑스의 건배 문화였습니다. 그들은 잔을 마주치면서 건강을 비는 뜻으로 "상떼 (Santé)!" 하고 외치는데요. 문제는 건배할 때 하는 말이 아니라, 눈빛, 제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 눈빛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건배할 때뿐 아니라 그냥 대화를 할 때도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이 드물죠. 눈동자를 응시하면 서로 불편할 수 있으니 대화할 때 미간이나 이마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듣기도 하고요. 이런 앞뒤 설명을 하며 "어른과 함께 술을 마실 때는 오히려 고개를 돌리는 게 예의"라고 말하자 프랑스인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어떻게 그게 예의가 될 수 있느냐고, 프랑스에서는 꼭 눈을 마주치며 건배해야 한다면서요. 


출처: SBS

이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저는 몰랐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관습적인 예의범절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해서 그냥 '술을 마시면 취하거나 긴장을 풀기 쉽기 때문에 어른 앞에서 조심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라고 대충 얼버무렸죠.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실 때 고개를 돌리는 진짜 이유 아시는 분, 혹시 계신가요?


질문 5. 내 나이가 어때서?


한국에서는 만나서 통성명을 한 뒤에 꼭 나이를 묻죠. 그래야 이름을 부를지, 언니, 오빠, 형, 누나라고 부를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 존대하는 관계더라도 나이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프랑스에서는 서로 이름을 부릅니다. 그래서 나이가 중요하지도 않고,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되기 쉽죠.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곧장 나이가 몇 살인지 물으면 대답을 해 주긴 하지만, 그런 걸 왜 묻냐는 듯한 놀란 표정을 마주하시게 될 거예요. 특히 여성들은 나이가 몇 살인지 묻는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프랑스어에 존댓말이 없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존대의 의미가 한국어와는 조금 다르죠. 한국의 존대가 주로 수직적 거리를 나타낸다면 프랑스어의 존대는 주로 수평적 거리를 나타냅니다. 어린아이에게는 처음 만났더라도 말을 놓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춘기 이후의 사람에게는 경어를 사용하죠. 반대로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거나 지위가 높더라도 안 지 오래되고 친밀한 관계라면 말을 놓기도 합니다. 


귀족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하인 혹은 하녀들에게 경어체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는데요. 이건 그들을 존중하거나 높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깝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며 선을 긋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출처: 스타 인사이더

지금까지 제가 프랑스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데요.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인에게 하는 질문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관심사 및 문화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몇몇은 인종차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기분 나쁘게 들리기도 하죠. 그래서 반대로 제가 외국인과 질문할 때는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외국인 친구로부터 들어본 가장 황당한 질문은 무엇이었을지도 문득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