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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짜리 1등석 티켓을 

백만원에 잘못 올려 벌어진 일

캐세이퍼시픽은 홍콩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영국계 유명 항공사인데요. 그런데 이 항공사가 지난 연말 진행한 프로모션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2천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1등석 티켓을 백만원 정도의 이코노미 좌석 가격에 판매한 것이죠. 뒤늦게 실수를 발견한 캐세이퍼시픽은 해당 티켓의 판매를 중단했는데요.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와 함께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 자세히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드물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단순 입력착오로 인해 터무니없는 가격에 항공권이 발매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얼마전 캐세이퍼시픽항공이 실수로 웹사이트에서 1등석과 비즈니스석 티켓을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판매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비행기 1등석과 비즈니스석은 편안한 좌석은 물론 공항 라운지 이용과 고급 와인, 주류 제공 등의 특별한 혜택 때문에 이코노미석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죠. 


하지만 항공사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베트남 다낭과 미국 뉴욕 간 왕복 항공권을 1등석은 94만원, 비즈니스석은 76만원에 판매하였는데요. 해당 노선의 원래 1등석 티켓 왕복 가격이 약 1,800만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려 95% 이상 할인된 가격이죠. 항공사 직원이 해당 구간의 요금란에 다른 단거리 구간의 요금을 입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같은 가격은 여행 블로거 게리 레프가 발견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됐습니다. 캐세이퍼시픽은 실수를 발견한 후 웹사이트에서 해당 가격의 항공권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미 수천장의 항공권이 팔려나간 뒤였죠. 과연 그들이 상당한 손실을 무릅쓰고 이 티켓에 대한 약속을 지킬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요.


사실 홍콩과 미국 관련법에 따르면 항공사 측의 명백한 실수로 인해 잘못 책정된 가격의 항공권은 해당 항공사가 취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세이퍼시픽은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약속을 지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길을 택했죠. 이번 결정은 지난해 약 940만명의 고객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캐세이퍼시픽은 해당 사실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리고 일부 1등석 및 비즈니스석 티켓을  엄청난 할인 가격에 구매한 고객들을 환영하며, 2019년이 매우 특별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새해 인사를 전했습니다. #약속하면지킨다, #손해에서배운다 라는 해시태그도 붙였죠. 이 같은 항공사 측의 깜짝 발표는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편 캐세이퍼시픽 측은 이번 사태로 인한 손해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히지 않았는데요. 다낭과 뉴욕 간 항공편뿐 아니라 베트남과 북미 주요 도시들을 잇는 항공권 수천 장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 것을 보면 약 7억 7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블로거들이 해당 소식을 널리 알리면서, 항공사는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광고효과를 얻게 됐는데요. 알려진 바에 의하면 꽤 많은 마케팅비를 들여야 할 정도의 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연한 실수를 계기로 고객을 먼저 생각한 항공사의 선택이 결실을 본 것이죠.


물론 항공사들이 실수로 싸게 판 항공권을 취소하지 않고, 선물로 안긴 사례가 이번만은 아닙니다. 지난해 여름 홍콩항공은 430만원에 달하는 중국 상하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간 비즈니스석 왕복 티켓을 66만원에 팔았지만, 실수로 싸게 판 항공권을 취소하지 않았죠. 비록 실수일망정 고객과의 약속은 약속인 만큼 이를 지키겠다는 홍콩항공의 방침은 고객들의 큰 칭송을 받았는데요. 


2014년 싱가포르항공도 400여 명에게 아시아와 유럽 간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이코노미석 가격에 팔았으나, 행운을 낚아챈 이들은 모두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었죠. 캐세이퍼시픽도 이러한 항공사들의 전례를 따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