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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일에서 주 5일제로 바뀔 당시 

대한민국 직장인의 반응은 어땠을까

출처: 동아일보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장인, 정부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런데 여러분, 15년 전에는 토요일에도 출근해야 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지금이야 주 5일 근무가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었죠.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현재 사람들의 반응이 그때 주 5일 근무에 대한 반응과 꼭 닮았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럼 당시 각계각층에서는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행까지 6년이나 걸린 제도


주 5일 근무제는 프랑스에서는 1936년, 독일은 1967년부터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주 5일제를 도입하기 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었죠. 처음 주 5일 근무제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 1998년 2월, 시행에 들어간 것이 2004년 7월이니,  6년의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노사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녹록지는 않았다는 뜻이죠. 


2004년에 모든 직장이 주 5일 근무를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이 제도를 적용한 것은 공기업·금융업·보험업 및 1,000인 이상 사업장이었죠. 뒤를 이어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05년, 100인 이상 사업장은 2006년부터 주 5일 근무를 도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0인 미만 사업장은 2011년부터 시작했고요.  처음 논의가 시작된 때로부터 전면 시행까지는 도합 12년이 걸렸네요. 


대체로 울상이었던 재계


출처: MBN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제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무래도 재계였습니다. 임금은 같은데 직원이 일을 덜 하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대기업은 사정이 좀 나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당장 달리는 일손과 남아도는 업무량을 처리할 여유가 없다'라며 울상을 지었죠.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절대 근로시간이 줄면 매출이 감소하고,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근로 시간 단축을 시행하기 전에 유급 월차 등 주 6일 근무를 전제로 한 각종 휴무 제도를 폐지하고, 연장 근무 때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고치며, 도입 시기에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등의 사전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2003년 8월 29일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실제로 이런 내용들이 일부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월차 유급휴가를 폐지하고 1년간 80% 이상 출근 시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한다'라는 조항이 신설되었으니까요. 


출처: 머니투데이

하지만 모든 기업에서 주 5일 근무를 떨떠름해 한 건 아닙니다. 여행사 등 관광 레저업계에서는 오히려 기대감으로 활기를 띠었는데요. 토요일 근무가 사라지면 금요일 저녁이 주말의 시작이 되므로, 금요일 밤에 출발해 일요일 밤이나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단거리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외식업체들 역시 주말 특정 시간 이용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달라진 주말 개념으로 인한 특수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신남 반 걱정 반 직장인들


출처: 드림위즈

물론 직장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토요일에도 회사에 가는 대신 운동이나 자기개발, 취미생활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요. 주 5일 근무 시행으로 남는 업무량을 충당할 인원을 고용하면 실업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출처: YTN

하지만 직장인들이 마냥 신나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혹시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죠. 근로 계약이 1년 미만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그나마 보장받던 월차 휴가마저 없어질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전국 철도 노조는 2002년 낸 성명서에서 '정부의 입법안에는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근본 취지가 실조되고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 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며 주 5일제 시행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


출처: 한겨레

재계뿐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지만, 어쨌든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주 5일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예상했던 산업기반의 약화나 근로조건의 악화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는 의견이 많고요. 초반에는 오히려 주중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지만, 주 5일이 기본이 되고 그에 맞춰 업무 스케줄을 조정하는 지금은 그런 문제도 완화되었죠. 이제는 주말뿐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도 되돌려 받아야 한다며 정시 퇴근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출처: 미생

주 5일 근무로 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기는커녕 기업의 경쟁력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었는데요. 갑자기 하루 늘어난 휴일을 그저 노는 데 쓰지 않고 외국어 학습 등 자기개발에 쏟은 직장인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개인의 역량 강화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것이죠. 


출처: 중앙일보

하지만 고용증진 효과에 대해서는 '일자리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나빠졌다'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정비용 부담이 적은 비정규직을 활용해서 노동시간 단축을 상쇄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주 5일제 시행 발표 당시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 5일제가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중에서 실제로 인력 채용을 늘릴 계획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30.9%나 되었지만, 그중 정규직 채용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업체는 13.3%에 그쳤답니다. 


주 5일 근무에 대해서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지만, 이 제도는 다행히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를 들며 주 52시간 근무제도도  무리 없이 적용될 거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죠.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근로시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출장이나 회식 등도 근로시간에 포함할 것인지 등 근로시간을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도 부재하고, 높은 소득이 필요해서 자발적인 연장근로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빼앗는다는 게 그 이유인데요.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 5일 근무제처럼 문제없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금으로부터 14년 뒤 국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