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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미국의 이력서는

이력서는 구직자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적인 서류인 것 같지만, 사실 채용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력서에 뭘 적는지는 누가 채용될지 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출처: tvN

2017년 청와대에서 실시한 대통령 비서실 전문임기제 공무원 선발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는데요. 서류전형에서 성별, 학력, 나이,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최종 합격자 6명은 모두 여성이었고, 서울 4년제 대학교 출신이 아닌 합격자도 2명이나 나왔습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관행대로라면 이런 결과가 안 나왔을 수 있다"는 인터뷰를 했죠.


청와대에서는 시범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했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에 제출하는 이력서에는 너무 많은 개인 정보를 담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선진국들의 이력서는 어떤 형태인지 조금 궁금해지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학업과 취직을 위해 가장 많이 진출하는 나라, 미국의 이력서는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혼까지 털어간다는 한국 이력서


2003년, 인권위원회는 '입사지원서 차별 항목 개선안'을 발표합니다. 가족관계 등 36개 사항을 기업 지원서 항목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했죠. 하지만 16년이나 흐른 지금도 지원자들은 개인과 가족의 신상을 낱낱이 기재하는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지정하는 이력서 양식에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제과업체 오리온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에서 가족의 직업과 직위를 묻는 문항을 필수로 분류해 취업 준비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출처: tvN

심지어 신장이나 체중 같은 신체 정보, 흡연 여부나 본적, 결혼 여부 등의 정보까지 요구하는 기업들도 있죠. 필수 항목이 아니면 그냥 기입하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고요?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서류 광탈' 앞에서 이력서에 빈칸을 남겨둘 만큼 간 큰 취업 준비생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왕 기입된 정보가 있으면, 인사 담당자가 아무리 공정하려 노력해도 출신지, 출신학교, 성별, 가족 직업 등에서 오는 선입견을 백 퍼센트 배제하기란 어려운 일이겠죠. 


경력이 중요한 미국 이력서


미국 이력서에는 나이, 성별, 인종, 결혼 여부 등 차별의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이력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원자의 사진을 첨부하지 않는다는 것일 텐데요. 문자로 기재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이면 유추할 수 있는 신상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사진 없는 이력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이력서에서 자세하게 기재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학력과 경력입니다. 지원하는 기업의 분야와 얼마나 관련 있는 공부를 했는지, 그리고 해당 분야에서의 경력은 무엇이 있는지가 중요하죠. 실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니까요. 합격 여부에 대해 통보를 받아야 하니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 등의 연락처도 정확하게 기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 이력서에도 허점은 있습니다. 아무리 실무와 관련 없는 정보는 배제한다고 해도, 이름까지 안 적을 수는 없겠죠. 그런데 이름은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쉽게 드러나는 것은 성별인데요. 한국 이름처럼 영어 이름도 중성적인 몇몇 이름을 제외하면 남성용, 여성용이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습니다. 인종도 이름에서 드러나죠. 예를 들어 마테오, 가브리엘, 알레한드로, 이사벨라, 파올라 등의 이름을 가진 지원자라면 중남미 출신일 가능성이 큽니다. 몇 년도에 어느 학교를 들어갔고 첫 직장에는 언제 입사했는지 등을 보면 나이도 대충 유추할 수 있겠죠. 


권고사항이 아니라 법


미국은 연방법 차원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종과 성별로 인한 차별은 민권법(Civil Rights Act)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죠. 따라서 각 주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구인구직 시 차별 금지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합니다. 


출처: 미주 한국일보

이렇게 다른 한국과 미국의 고용문화 때문에 가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미국으로 갓 이주한 한인들이 미국에 있는 업체에 지원하면서 한국식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이죠. 


LA의 한인 업체 채용 담당자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식으로 사진을 붙이고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키와 몸무게, 가족의 이름과 직업까지 다 적은 이력서가 자주 들어온답니다. 이렇게 미국식 채용에 맞지 않는 이력서를 제출하면 미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줘 오히려 채용에 불리할 수 있다고 하니, 미국에서의 취직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주의하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