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smartincome.com

“담당자 승진 각” 

천만뷰 찍으면서 유튜브에서 난리난 기업영상

"이제 광고는 정액제를 사용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이 내는 세금이 되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의 말입니다. 넷플릭스는 돈을 내고 정액제를 신청해야 시청이 가능한 만큼 아예 광고가 붙지 않죠. 기본적으로 무료 스트리밍을 제공하던 유튜브에서도 프리미엄을 내놓은 뒤로는 정액요금을 지불하는 유저는 광고를 보지 않게 되었으니, 갤러웨이 교수의 말에도 일견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금전적 인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직접 찾아보는 광고도 존재하거든요. 광고가 뒤집어지게 웃기다거나 눈물을 쏙 뺄 만큼 감동적이라는 소문이 나면 유튜브에 접속해 해당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조회 수는 수천만 뷰를 우습게 넘깁니다. 오늘은 이렇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광고 중 폭풍감동을 선사한 영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까 합니다. 



현대차의 '조용한 택시'


출처: Youtube 현대자동차 그룹

여러분은 혹시 청각 장애인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에 타 본 적이 있으신가요? 언뜻 '클랙슨 소리나 앰뷸런스의 사이렌 등을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이 택시를 운전해도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데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 이대호 씨는 승객들이 자신의 차에 탔다가 그냥 내려버리는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했죠. 귀가 들리지 않는 만큼 더욱 긴장하고 집중해서 운전을 하는 데도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런 이대호 씨의 사연을 프로젝트 영상에 담았습니다. 이대호 씨의 딸이 현대차 그룹에 보낸 사연을 계기로 이 프로젝트가 기획되었다는데요. '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 주행 지원 시스템(ATC)' 기술을 기반으로, 청각장애인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입니다. 


출처: Youtube 현대자동차 그룹

이번 프로젝트 영상에 등장하는 택시의 겉모습은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일반 택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운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되죠. 차량 내·외부의 모든 청각정보가 시각과 촉각으로 변환되어 전달되니까요. 


일반 자동차에서는 차량 가까이에 물체가 있을 때 경고음이 울리는 반면, ATC 기술이 적용된 차량에서는 핸들의 진동으로 경고를 보냅니다. 사물이 먼 거리에 있을 때는 길게,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는 짧게 여러 번 진동을 울리죠. 이 외에도 클랙슨 소리,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 등도 감지해 시각 정보로 바꿔준다니, 청력이 약한 대신 시각과 촉각에 예민한 청각장애인 운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출처: Youtube 현대자동차 그룹

이 영상은 장애에 굴하지 않고 성실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이대호 씨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청각장애인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한국어 버전은 427만 회, 영어 버전은 665만 회로 도합 천만을 거뜬히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

니다. 


인도에서 사랑받은 현대차·삼성전자 광고


작년 한 해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은 광고 영상은 무엇일까요? 가장 많은 이가 시청한 광고 1,2위는 뜻밖에도 모두 한국 기업의 광고였습니다. 글로벌 광고 컨설팅 업체 '애드에이지'의 발표에 따르면, 유튜브가 올해 인도에서 공개된 광고 영상의 조회 수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의 인도 진출 20년 기념 광고 '브릴리언트 모멘츠(Brilliant Moments)'가 1위, 삼성전자의 '보이스 포에버(Voice Forever)'가 2위를 차지했다는데요. 두 광고 모두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따듯하고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출처: Youtube HyundaiIndia

현대차의 '브릴리언트 모멘츠'에는 갈등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옵니다. 아들은 오래된 자동차를 팔려 하고, 아버지는 '오래된 것은 죄다 버리려는 거냐'며 반대하죠. 어쨌거나 아들은 자동차 판매광고를 내고, 구입을 원하는 사람을 집으로 불러들입니다. 


자동차 구비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조수석의 글러브 박스를 연 자동차 구매자는 오래되었지만 깔끔한 상태의 피규어를 발견합니다. 자동차를 팔려던 아들은 피규어를 보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차 안에서 만든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면서 아버지가 왜 차를 팔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깨닫게 되죠. 차를 얼마에 팔았냐고 묻는 아버지에게 "20년간 추억까지 더하니 그 사람의 예산과 맞지 않았다"며 차를 팔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출처: Youtube SamsungIndia

부자가 나왔으니 모녀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삼성전자의 '보이스 포에버'에는 어린 딸 타라를 살뜰하게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옵니다. 딸은 수업시간에 엄마에 대한 에세이를 발표하며 "우리 엄마가 세상 최고의 엄마"라고 자랑하죠. 


출처: Youtube SamsungIndia

행복한 모습이 연이어 나오는가 싶더니, 딸의 에세이는 갑자기 방향을 틉니다. "그런데 엄마가 요즘 몸이 좋지 않다. 엄마는 더 이상 나에게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나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엄마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데  동화책을 읽어준 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출처: Youtube SamsungIndia

사실 타라의 어머니는 희귀 질환인 '운동신경원질환' 환자입니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자신의 목소리를 삼성의 인공지능 비서인 '빅스비'에 구현하기 위해 녹음해두죠. 어머니는 투병하느라 딸 타라를 일일이 돌볼 수 없지만, 빅스비에 구현된 엄마의 목소리는 딸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죠. 인도에서 가장 조회 수가 높다는 말은 수만 뷰로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인도 광고는 유튜브에서 각각 2억 2천만 회와 2억 회라는 어마어마한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폭풍눈물 예약, 롯데마트 광고


출처: Youtube 롯데마트

가끔 엄마의 최대 관심사는 '내가 밥을 먹었는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지 못할 때면 밥을 잘 챙겨 먹었는지, 무슨 반찬을 해서 먹었는지 자세하게 묻곤 하니까요. 


롯데마트의 광고 '한참은 더 따듯할 우리의 날들'에 등장하는 엄마도 다르지 않습니다. 딸이 대학에 합격한 날도, 번번이 낙방만 하는 취업 준비생일 때도 항상 든든한 고기반찬을 준비해 주죠.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어디 가고 어두운 표정의 아빠와 딸만이 식탁에 마주 앉습니다. 영상은 엄마의 죽음을 암시하며, 결혼해 가정을 꾸린 딸의 모습으로 넘어갑니다. 


출처: Youtube 롯데마트

승진을 하게 된 기쁜 날, 주인공은 맛있는 걸 먹으며 축하하자는 남편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좋은 날마다 함께했던 엄마 생각이 났기 때문이죠. 딸은 이제는 없어졌을 엄마의 번호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냅니다. 


출처: Youtube 롯데마트

남편은 그래도 그냥 지나가기 아쉽다며 내일 꼭 데이트를 하자고 조르고, 아내는 남편의 마음이 고마워 결국 승낙합니다. 한껏 멋을 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가죠. 하지만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남편이 아니라, 다름 아닌 아버지였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혼자된 아버지를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을 눈치챈 남편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죠.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자, 부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소고기 파티를 준비한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의 배려심에 감동한 아내는 끝내 눈물을 흘리죠. 


출처: Youtube 롯데마트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식들, 특히 30대 딸들의 눈물샘을 제대로 자극한 이 광고는 4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는데요. 감동의 물결은 멀리 중국까지 퍼져나갑니다. 종합 콘텐츠 기업 더 에스엠씨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말, 이 광고는 중국 최대 SNS '웨이보'에서 실시간 검색어 11위에 올랐다네요.  


거짓말쟁이 아빠의 진실


출처: Youtube MetLife Hongkong

이번엔 보험회사인 메트 라이프 홍콩의 광고입니다. 이 영상은 아빠에 대해 쓴 일기를 아빠에게 건네주는 딸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요. 광고 초반의 내용은 평범합니다.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다정한 아빠의 모습이 그려지죠. 그런데 일기장 속 내용을 즐겁게 읽어내려가던 아빠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갑자기 '아빠는 거짓말을 한다'는 문장을 맞닥뜨렸기 때문이죠.


출처: Youtube MetLife Hongkong

사실 이 아빠는 실직상태입니다. 출근길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딸을 데려다준 뒤에는 부리나케 면접장소로 향하죠. 딸에게는 늘 좋은 식당에서 좋은 음식만 사주지만, 돈이 부족해 자신은 별로 먹지 않습니다. 게다가 구직활동은 별로 순조롭지 않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거칠고 험한 일들뿐이죠. 딸에게는 이런 사정을 감추려 무진 애를 쓰지만 딸은 사실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일기를 모두 읽은 아빠와 딸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고, 광고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출처: Youtube 눈사람씨

메트 라이프 홍콩의 공식 계정에서 업로드한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천만 500만에 달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조회 수인데요. 울지 않고는 볼 수 없다는 이 광고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다른 계정에서도 이 광고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광고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담은 리액션 영상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수십만 뷰를 거뜬히 넘기고 있습니다. 

잔잔한 따듯함, 조니워커 블랙 일본 광고


출처: Youtube Cressay

지금까지 살펴본 감동 광고들은 대부분 가족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도 그 소중함을 간과하기 쉬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소재니까요. 이번에는 가족을 소재로 하지 않았고, 폭풍 눈물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지만 조용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좀 오래된 영상인데요.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 블랙의 10년 전 일본 광고입니다.


퇴근 후 바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한 남자는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건네는 친구의 모습을 유리문 너머로 바라봅니다. 이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친구에게 그는 "저 사람 아픈 아이들이 있다고 했지? 너 속은 거야."라고 말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말만 믿고 쉽게 돈을 내준 친구를 가볍게 놀린 것이죠.


순간 표정이 굳나 싶었던 친구는 이내  "다행이다. 병든 아이들이 없다니 말이야."라고 말하며 위스키로 목을 축이죠. 남자는 친구의 따듯한 마음에 미소를 짓습니다. 깔랑, 하고 위스키 얼음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깊은 곳에서 불이 켜졌다. 깊게 퍼지는 부드러움, 조니워커 블랙 라벨'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며 광고는 마무리되죠. 


이 광고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10년 전 올라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34만 회라는 만만치 않은 조회 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급 슈트를 입고 무게 잡는 남자들이 주로 등장했던 기존의 위스키 광고들과 달리, 사려 깊은 마음과 따듯한 분위기를 강조한 것이 유튜브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