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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진라면 1,778억원..

2018년 라면 매출액 1위는 누구

돈 없을 때, 술 마신 다음날, 반찬 없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라면을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돈이 있어도, 술을 안 마셨어도, 반찬이 넘쳐나도 라면은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죠. 


밤늦게 TV에서 라면 먹는 장면을 보고 끓일까 말까 갈등한 기억이나 분명 안 먹는다 해놓고 한입만 달라는 형제자매를 쥐어박고 싶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라면들 중, 전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라면은 무엇일까요?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봉지 라면 시장점유율 2위에는 13.9%를 기록한 진라면이 올랐다는데요. 진라면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라면은 과연 무엇인지, 또 어떤 라면들이 순위권 안에 들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의 1위, 신라면


1986년 세상에 나타난 신라면은 1991에 삼양라면과 안성탕면을 제치고 라면계의 서열 1위를 차지합니다. 경영자의 성이기도 한 '매울 신(辛) 자를 내세워 매운맛을 강조한 신라면은 빠르게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고, 2018년까지 무려 28년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죠. 지난해 상반기 신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16.9%였습니다.


출처: KBS

하지만 28년 내내 신라면 브랜드의 모든 제품이 잘 팔린 것은 아닙니다. 라면의 고급화를 내세우며 기존 신라면의 2배 가격으로 출시된 '신라면 블랙'은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허위 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습니다. 잠시 열풍이 불었던 하얀 국물 라면의 대표, '꼬꼬면'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길 뻔한 적도 있었죠. 


출처: 머니투데이

한때는 맛이 달라졌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원재료 값은 오르는데, 서민들의 음식인지라 정부에서 가격을 통제하다 보니 중량을 줄여야 했던 적이 있었죠. 그래서 원래의 신라면 제품 비율과 달라져, 신라면 마니아들의 예민한 입맛이 이를 알아차린 것입니다. 하지만 농심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원래의  맛을 되찾았고, 얼큰한 소고기·표고버섯 맛의 신라면은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무서운 추격자, 2위 진라면


여전히 신라면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2위 진라면과의 격차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격차가 20%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겨우 3% 정도의 점유율 차이밖에 나지 않았죠. 


다른 수치를 들여다봐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합니다. 한국갤럽이 작년 10월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에 5위에 머물렀던 진라면의 선호도는 지난해 2위로 뛰어올랐죠. '진라면이 좋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5년 새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반면 신라면의 선호도는 39%에서 29%로 줄어들었죠. 


출처: 네이버 블로그 꽃다홍
이렇게 눈에 띄는 진라면의 도약은 역시 맛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뚜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라면인 신라면의 스프를 벤치마킹하죠. 현재의 진라면에는 신라면의 '조미소고기분말'이나 '후추풍미분말'과 비슷한 '쇠고기육수분말', '후추분말'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건더기 스프에는 소고기 맛 후레이크의 양을 늘리고, 면에는 글루텐 형성을 돕는 '난각 분말'을 첨가해 쫄깃함을 더했죠. 

출처: allclips SBS

오뚜기라는 기업 자체의 이미지가 좋아진 것도 높아진 점유율에 한몫을 했을 텐데요. 소비자의 불만 제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타계한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회장의 살아생전 선행과 더불어 높은 정규직 채용 비율이 화제가 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갓뚜기'로 불리면서 판매율도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요일만 되면 생각나, 3위 짜파게티


1,2위는 모두 국물 라면이 차지했지만, 3위의 영광은 비빔 라면의 일종인 짜파게티가 가져왔습니다. 짜파게티는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광고 카피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죠.


출처: 영화 살인의 추억

짜파게티는 농심 신춘호 회장이 가난해서 짜장면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70~80년 대에 짜장면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죠. 오죽하면 이 시대를 회상하며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고 말하는 노래 가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농심에서  짜장면을 집에서도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대중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짜파게티를 내놓은 겁니다. 출시 이후 짜파게티는 국물 라면과는 차별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짜장 라면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습니다. 


출처: MBC

탄생 이후 쭉 사랑을 받아온 짜파게티지만, 2013년에는 판매량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합니다. <아빠 어디가?>에서 아나운서 김성주 씨가 원조 먹방키드 윤후에게 '짜파구리'를 만들어주며 짜파게티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죠. 이 방송 이후 두 달간 짜파게티의 판매량은 60% 정도 뛰어올랐다고 하네요. 


출처: 이데일리

짜파게티는 2018년, 국군 장병들이 가장 사랑한 라면에도 등극했는데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9월, 군에서 요구한 라면 제품 중 1위는 납품 요구 금액 2억 3058만 원의 '짜파게티 컵라면'이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지난 한 해 가장 잘 팔린 라면은 무엇인지, 1위부터 3위까지 알아보았는데요. 짜파게티의 뒤를 이은 4위는 오동통통 '너구리', 5위는 국밥처럼 깊은 맛의 '안성탕면'이었습니다. 2위를 차지한 오뚜기 진라면을 제외하면, 순위권 전부를 농심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법률고문 재직, 일본 전범 기업과의 공동 사업, 안성탕면에서 애벌레 검출 등의 부정적 이슈로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는데도 순위권을 장악한 것을 보면, 대한민국 라면시장에서 농심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심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9월 쇠고기 미역국 라면을 출시해 한 달 만에 500만 개를 팔아치우며 강세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오뚜기가 올해는 농심을 앞지르고 라면계 1위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지, 올 연말의 통계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