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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취임 이후 

콕 집어 사들이고 있는 회사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이후,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의 리더가 바뀐 만큼 많은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죠.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이 뭐든지 잘하고 싶어 하는 '1등 주의'리더였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버릴 것은 버리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라는 실용주의 노선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출처: 한국일보

일례로 이 부회장은 삼성테크윈과 삼성 타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화학 계열사를 한화 그룹에 매각한 바 있는데요. 이어 삼성 SDI의 화학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넘기면서 그룹 내 화학 계열사를 모두 정리합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죠. 


출처: 뉴스줌 / 중앙일보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계열사를 정리해 기업의 덩치를 줄이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 삼성의 기업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분야의 회사들은 과감하게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삼성벤처투자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29개 기업이 지분투자를 실시했죠. 이 부회장이 구속되었던 2017년에는 잠시 주춤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에는 다시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물결이 시작되었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은 취임 이후 어떤 기업들을 사들였는지, 대표적인 사례들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페이 탄생을 도운 스타트업


출처: 에너지경제신문

이재용 체제 돌입 초반에 진행된 인수합병 대상 기업에는 사물인터넷 업체인 스마트싱스, , 핀테크 기업 루프페이, 디지털 광고의 애드기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이언트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삼성페이를 가능하게 했던 루프페이, 그리고 삼성페이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일조한 조이언트 인데요. 


루프페이 인수는 삼성전자가 최근 3년간 진행한 인수합병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였습니다.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전송 기술을 보유한 미국 벤처기업이었고, 이 회사를 인수한 삼성은 체크·신용카드를 등록해 스마트폰 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하게 하는 현재의 삼성페이를 만들어냅니다.


별도의 NFC 센서를 활용해야 하는 경쟁사의 방식과는 달리 결제 단말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차별화된 시스템의 삼성페이는 대체로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플래그십 모델에서 시작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비롯, 자사  스마트 TV까지 탑재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용자 수 및 서비스 지역도 확대되어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천만 명가량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죠.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조이언트'인수도 삼성페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조이언트 인수는 2016년 6월에 1천853억 원의 비용을 들여 이루어지는데요.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관련 서버와 시스템, 스토리지를 운영하는 조이언트의 노하우를 활용해 삼성페이, 보안 솔루션 삼성 녹스, S 헬스 등 기존의 자사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 역시 드러낸 바 있습니다. 

빅스비를 진화시킬 검색엔진

조금 더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미국의 AI 스타트업인 '케이엔진'을 인수합니다. 케이엔진은 인간의 두뇌처럼 학습하고 작동하는 검색 엔진인데요. 문서나 웹 등에 기재된 정보를 읽고 이해하면서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질문에 하위분류를 생성하고 응답 계획을 세운 뒤 답의 순위를 정해 질문에 가장 적합한 결과를 제공하죠. 


출처: 삼성전자

아이폰에 '시리'가 있다면 갤럭시에는 '빅스비'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가전기기와도 연결해 AI 플랫폼으로 키워가고 있죠. 케이엔진의 AI 검색 기술이 이런 빅스비의 발전 방향과 잘 맞아떨어졌던 겁니다. 


5G 시대를 책임져줄 네트워크 업체


이어 작년 가을에는 스페인 태생의 망 분석 기업 '지랩스'를 인수합니다. 지랩스는 통신 상태와 성능 등을 서비스 별로 분석해 사용자가 실제 느끼는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네트워크 자동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데요. 이미 영국의 보다폰 등 세계 50여 개 통신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죠. 


출처: 뉴스토마토

삼성전자의 지랩스 인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5G 시대에 대한 준비로 해석됩니다. 자사 기술과 지랩스의 망 분석 노하우를 결합해 기술력을 끌어올릴 심산이었던 것이죠.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사업 관련 업체를 인수합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작년 8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과 전자 장비, 바이오와 함께 5G를 미래 성장 사업으로 꼽았기 때문이죠. 


멀티 카메라 분야의 다크호스


출처: KBS 재난포털

이번에는 정말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소식입니다.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스라엘의 카메라 전문 스타트업인 '코어 포토닉스'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데요. 아직 정확한 인수 조건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억 5천만~1억 6천만 달러 정도의 금액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이렇게 큰 금액을 지불하면서 코어 포토닉스를 인수하려는 걸까요? 그 답의 핵심은 코어 포토닉스가 가진 모바일 기기용 멀티 카메라 기술에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지난가을부터 '카메라 렌즈 수 늘리기'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렌즈가 3개 달린 갤럭시 A7로도 모자라 4개의 렌즈를 가진 A9까지 내놓았죠. 엘지전자도 이에 질세라 V40 모델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삼성은 본래 있던 표준렌즈와 망원렌즈에 광각 렌즈를 추가했고 엘지는 표준렌즈와 광각렌즈에 망원렌즈를 추가했다는 것만 다를 뿐, 렌즈 개수를 늘려 다양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목표는 같습니다.  


애플은 카메라 렌즈를 늘리는 대신 운영체제의 고도화를 통해 사진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AP 칩의 역할을 강화해 듀얼 카메라가 없는 보급형 모델에서도 사진의 심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세웠죠. 올해 출시할 신형 카메라에는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해 양적인 보완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업체들의 카메라 경쟁이 심화되자, 삼성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경쟁업체를 뛰어넘는 카메라를 장착하기 위해 코어 포토닉스의 인수 합병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텔아비브대 교수인  데이비드 멘틀 로빅이 설립한 코어 포토닉스는 광학 줌, 저조도 촬영 등 멀티 카메라에 대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체제 돌입 초반부터 최근까지, 이재용 부회장이 인수한 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부회장 왜 이렇게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더 이상 10억 달러 규모의 특허 소송을 제가한 전력이 있는 애플만이 삼성전자의 라이벌이 아니죠. 저가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 업체들도 삼성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혁신과 기술력, 그리고 가격적 메리트 사이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할 필요를 느꼈을 텐데요.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줄줄이 인수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 문제에 대한 이 부회장의 결심은 어느 정도 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가전 시장,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통해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