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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획사가 심리학자까지 쏟아부어 

연구중인 의외의 분야

지금이야 12명, 13명이 속한 아이돌 그룹도 나오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9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소녀시대가 데뷔할 때는 이수만 SM 회장이 '이 중에 한 명은 네 취향이겠지'라는 심산으로 멤버 수틀 늘렸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소녀시대 멤버들의 각자의 매력이 다 달랐기 때문에 많은 팬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1세대 아이돌인 S.E.S나 핑클 이후로 가장 강력한 여성 그룹이 되었죠. 새 아티스트를 데뷔시키는 기획사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팬들을 끌어올 수 있을까'일 텐데요. 팀 이름 선정에서부터 팬덤 관리까지, 모두 철저히 연구하고 분석한다고 합니다. 


읽기 난감한 그룹 이름


출처: Music Glance

'(여자) 아이들'이란 그룹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괄호 때문에 그룹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괄호 안의 '여자'는 빼고 '아이들'만 읽습니다. 하지만 표기는 반드시 '(여자)'까지 해야 하죠.  


한 멤버씩 티저를 공개하며 2월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JYP의 신인 걸그룹 ITZY의 그룹명도 화제입니다. '미쓰에이', '트와이스' 등 주로 4음절 그룹 이름을 선호해 온 JYP기에, 이번에도 '아이티지'로 읽으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현재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공식 한글 표기는 '있지'입니다. 


도대체 소속사들은 왜 그룹 이름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걸까요? 개성이 있는 것은 좋지만, 쉽게 기억되고 자주 회자되려면 읽기 쉬운 이름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 이유는 ‘남들은 잘 모르는 것을 우리만 안다’는 심리가 팬들 사이의 결속력을 더욱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읽기 힘들고 복잡한 이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부터가 '팬 인증'인 것이죠.


출처: 매일신문
정말 이게 도움이 될까 의아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1세대 아이돌 H.O.T.가 데뷔했을 당시, 많은 어른들은 그들의 이름을 '핫'이라고 읽거나 표기에 마지막 점을 빼먹곤 했습니다. 그러면 H.O.T. 팬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핫'이 아니라 '에이치오티'라고 읽어야 한다고, 꼭 맨 뒤에도 마침표를 찍어줘야 한다고, 그 이유는 팀의 풀네임은 'High-five Of Teenagers'이기 때문이라고 정정해 주었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을 계몽하는 과정에서 딸려 오는 자부심, 소속감의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남돌은 팬덤, 여돌은 대중성

출처: 가온차트

가장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그룹은 언제나 남자 아이돌이었습니다. 아이돌 팬덤 자체가 여성 중심으로 성립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성 팬들은 남성 팬들에 비해 경쟁심도 강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죠. 오빠들이 다른 여자와 연애하는 게 싫어서, 멤버들끼리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팬픽을 쓰는 팬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남성 팬들의 여성 그룹에 대한 충성도는 늘 이보다 떨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기획사들도 여자 아이돌 마케팅에는 팬덤 전략보다는 대중성 전략을 쓰는 일이 흔했죠.  


출처: 지니

하지만 이런 경향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습니다. 걸그룹의 동력도 점차 팬덤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이죠. 보이그룹처럼 복잡한 세계관을 설정하거나, 록을 기반으로 한 음반을 들고 나온 '대중성 떨어지는' 걸그룹들도 차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원더걸스의 'Tell me'나 소녀시대의 'Gee' 같은 국민가요 대신, 개성 강한 걸그룹 음악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팬이 내일의 안티


지난해 4월, <슈퍼 팬덤>이라는 제목의 책이 국내에 출간되었습니다. 저자들은 팬 활동을 역사적, 사회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지금까지 팬덤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설명하는데요. 물론 이 책은 연예인이 아닌 브랜드 팬덤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덤이 브랜드와 상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구체적인 대상이 다를 뿐, 아이돌 팬덤과 상당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특히 저자가 '팬덤은 양날의 칼'이라 표현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출처: JTBC

팬덤이 늘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듯, 아이돌 팬클럽도 늘 아티스트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소속사는 오히려 팬덤 전체의 공공의 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죠. 기획사나 아티스트가 새로운 팬의 유입을 위해, 이미지 변신을 위해 내딛는 한 걸음이 기존 팬들에게는 격렬한 반발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옷차림부터 결혼여부, 정치·젠더 성향까지, 아티스트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팬덤의 특성은 때때로 아티스트 본인이나 기획사에 커다란 위협이 됩니다. 원래 있던 그룹이 해체해서 나눠질 때는 어제의 팬이 오늘의 안티이자 가장 강력한 적이 되는 상황도 발생하죠.


팬덤의 심리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할 분야가 무궁무진한가 봅니다. 국내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팬덤을 연구하고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심리학자를 따로 고용하기도 한다는데요. 또 어떤 신박한 심리 트릭들이 아이돌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