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원수가 간다고 해도
한 번쯤 말리고 싶은 회사 순위
대학생활을 즐길 틈도 없이 학점과 스펙을 쌓고, 끝날 것 같지 않던 광탈의 시간을 지나 취업이 확정되면 회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게 만사형통일 것 같고, 이 회사에 뼈도 묻을 수 있을 듯한 기분이죠. 하지만 그런 기분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입사 그 이후부터 시작되니까요.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꼰대만 득시글거리거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라면 불타올랐던 애사심은 한 달 만에 사그라들지도 모릅니다.
출처: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채용·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잡플래닛은 이런 걱정을 조금 덜어줍니다. 재·퇴직자들이 남긴 회사 리뷰를 살펴볼 수 있어, 입사 혹은 입사지원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 "부모님의 원수가 간다고 해도 한 번쯤은 말릴 회사"라는 제목의 기업 리뷰가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죠. 오늘은 잡플래닛에서 최악의 평점과 리뷰를 받은 회사들 중, 여러분이 알 만한 기업들의 순위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4위. 인사XX
출처: 잡플래닛
눈길을 사로잡는 타이틀, 세간의 화제를 신속하게 다루는 기사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온라인 신문 '인사XX'의 총 기업 평점은 1.7 점입니다. 각각의 항목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승진 기회 및 가능성',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업무와 삶의 균형'이죠.
출처: 자체발광 오피스 / 잡플래닛
항목 평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사XX 직원들이 가장 불만으로 느끼는 점은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 이었습니다. 한 작성자는 '주는 일을 다 끝내려면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야 하며, 일에 적응해서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더 일을 준다'고 밝히기도 했죠. 취재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 온 글을 정리하는 정도의 수준이라 기자 업무라고 하기에 애매하다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경영진이 트래픽에 집착하고, 정확한 체계 없이 소수 경영진의 생각에 따라 모든 게 바뀌어버린다는 후기도 눈에 띄네요.
다 나쁠 수만은 없겠죠. 다수의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인사XX의 장점은 '업계에서 연봉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업무 시간을 따져보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한 리뷰어는 장점란에 "잘 모르겠다. 아무리 고민하고 고민해봐도 찾기 어렵다."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3위. X학사
출처: 잡플래닛
3위는 최근 일베에 올라온 합성사진을 교과서에 쓰면서 논란이 되었던 교과서 전문 업체가 차지했습니다. 기업 리뷰 62개가 올라와 있는 해당 업체의 총 평점은 1.5점으로, 그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이었습니다. 반면 '경영진'항목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네요.
출처: 미생 / 잡플래닛
부정적인 평을 받은 다른 회사들 대다수와 달리, 해당 업체는 '상사들이 착하고 친절하다'는 후기가 여럿 있었다는 점이 의외였는데요. 독하고 기 센 사람들은 진작에 퇴사하거나 잘리고, 순한 사람들만 남아 있어 그렇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인지도가 있는 회사라 경력에 보탬이 될 것 같다는 후기도 찾아볼 수 있었죠.
후기 작성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이 회사의 문제는 '모든 것이 너무 낡았다'는 점입니다. 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은 곧 무너질 것 같고, 임원진의 나이가 많은 만큼 생각도 구태의연하다는 것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타사에 비해 책도 촌스럽고, 새로운 걸 도전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종종 월급이 밀린다'는 심각한 단점을 지적한 후기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2위. 에XX 모델
출처: 잡플래닛
국내 최대의 모델 에이전시인 '에XX 모델'의 총점은 1.4 점에 머물렀습니다. 해당 업체는 승진 기회 및 가능성, 사내 문화 항목은 비교적 점수가 높았지만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은 1.2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출처: Steemit / 잡플래닛
다수의 후기 작성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단점은 '야근과 주말 출근'이었는데요. 업계 특성상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도 출근해야 하는 일이 잦고, 그에 비해 급여는 적어 '열정페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청소나 뒷정리 등의 잡업무가 많으며, 모델들 사이의 군대식 서열 문화가 일반 직원들에까지 적용된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왔죠.
장점으로는 '해당 업종의 경력을 쌓기에 좋다', '큰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 등 주로 본 업무의 내용과 규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해당 업계에서 가장 이름난 회사인 만큼, 유명한 모델이나 디자이너와 일할 기회가 자주 있다네요.
1위. DXXX
출처: 잡플래닛
오늘의 1위는 총점 1.3점을 받은 디스XX입니다. 이 회사는 아무도 몰랐던 스타들의 열애를 추적해 만천하에 알리는 것으로 유명하죠. 디스XX는 모든 항목의 점수가 고르게 낮지만, 그나마 '복지 및 급여' 항목이 1.6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출처: 더팩트 / 잡플래닛
많은 후기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24시간 대기'입니다. 집에서 밥 먹다가 갑자기 밤 11시에 일을 하는 경우도 많으며, 메신저를 보지 않으면 전화를 하고, 상사가 퇴근을 허락할 때까지 집에 가지 못한다네요. 신입 때부터 잘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죄인 취급하며 기를 죽인다는 내용, 장비 지원이 없어 개인 소유의 노트북을 써야 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눈에 띄네요. 6개월~1년 근무하는 동안 퇴사자 수십 명을 목격했다는 리뷰도 여럿 있었는데요. '0점을 주고 싶은데 0점 기능이 없어 별 한 개를 주는 것이 원통할 지경'이라는 제목의 후기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잡플래닛
장점란에서는 '점심 식사비 제공'과 '가끔 있는 재택근무'가 비교적 여러 번 언급되었는데요. '정말 장점이 없는데 굳이 30자 채워야 한다고 해서 쓴다'며 연예인 열애 소식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꼽는 작성자도 있었습니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 장점만 있는 완벽한 회사도 그런 직원도 없습니다. 경험자들의 솔직한 리뷰를 토대로 최대한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잡플래닛 후기의 효용일 텐데요. 리뷰에 언급된 내용이 '업계 특성상 그럴 수도 있는', 혹은 '다른 장점들로 상쇄할 수 있는' 단점인지, 임금이나 근무환경에 있어 아주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는 경우인지를 따져보는 게 현명한 잡플래닛 이용 방법이라니, 이직을 앞두고 계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