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많은 이들이 비행기 여행을 놓고 윤리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항공 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인데요. 스웨덴에서는 이 문제로 비행기 여행을 반대하는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 이라는 뜻의 플뤼그스캄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죠.
이와 함께 세계 전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자는 플라이트 셰임이라는 운동도 생겨났는데요. 이 운동은 정부의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모든 출국 편 비행기에 환경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국가도 있죠.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기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방침으로 2020년부터 '항공 환경세'라는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인데요. 최근 40도가 넘는 폭염 등 유럽의 이상기후가 이들의 항공 환경세 도입에 영향을 미쳤죠.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비행기의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5g으로 기차보다 약 20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항공기가 한 번 운항할 때마다 대기를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내년부터 자국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항공편 승객 1인당 최대 2만 4천 원 상당의 환경세를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방침은 항공기의 이용을 억제하고, 확보한 연간 2,400억 원 상당의 세수로 친환경 탄소 저 배출 교통망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출국 항공편에만 환경세가 적용되며, 입국 항공편과 환승 항공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죠.
노선과 좌석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프랑스와 EU 회원국을 오가는 노선은 이코노미 좌석 기준으로 1인당 약 2천 원, EU 외 다른 국가로 가는 항공편 승객에겐 약 4천 원의 환경세가 부과되는데요.
비즈니스 좌석은 각각 약 12,000원과 24,000원이 부과됩니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 승객에게는 최대 2만 4천 원의 세금이 더 붙는 셈이죠.
그러나 항공 환경세에 대한 반대 여론도 팽팽합니다. 비행기 이용을 줄이기 어려운 상태에서 세금 부담은 승객이나 항공사의 부담만 키울 뿐 실질적으로 환경 개선 효과는 적다는 것인데요. 프랑스의 국적항공사인 에어프랑스도 이같은 정부 발표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항공 환경세 도입 시 연간 약 79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가격 경쟁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인데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실효성이 없고 항공 산업에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했죠. 결국, 이는 항공료 인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유럽 정치의 정세 변화가 항공 환경세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럽 의회 선거에서 녹색당 등 친환경 정당이 기록적인 의석수를 확보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인데요. 이들은 노란 조끼 시위로 인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세 약화를 극복할 방안으로 환경 이슈를 택한 것이죠.
항공 환경세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다른 국가들도 추진 중이어서 유럽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네덜란드도 2021년부터 자국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1인당 약 9,200원의 환경세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벨기에 역시 지난 3월 열린 환경장관회의에서 EU 회원국 내 모든 항공에 환경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한 바 있죠.
이를 두고 환경보호론자들 사이에선 이동의 편리성도 좋지만, 비행기가 환경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더 널리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경 파괴를 막겠다고 시행한 항공 환경세 정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