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승무원의 본질적인 역할은 서비스보다도 안전업무입니다. 하지만 승무원의 유니폼과 하이힐은 승객을 위한 안전업무를 수행하기에 상당한 제약이 있어 보이죠. 난기류 및 비상상황 시 본인들의 안전을 고려하기도 어려울 듯한데요. 그런데 최근 승무원의 복장 규정을 완화해 낮은 굽의 구두를 허락한 국내 항공사가 있다고 합니다. 과연 이 착한 항공사는 어디일까요?
대부분의 항공사 객실 승무원들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야 했습니다. 구두의 착용 규정이 있기 때문인데요. 항공기 이외의 장소에서는 굽이 5~7cm인 램프화를 신고, 기내에서는 3cm의 굽이 낮은 기내화를 신는 것이 구두 착용 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제주항공은 이런 규정을 완화해 비행기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여승무원들이 굽이 낮은 구두를 자유롭게 신을 수 있도록 했죠. 발과 다리에 피로도가 높은 승무원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 뾰족구두 대신 개인 선호에 따라 기내화나 램프화를 자유롭게 선택해 신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기내에서는 안전 문제로 여전히 기내화 착용만 허용되는데요. 기내에서는 서비스 과정에서 승무원이 넘어져 다치거나 비상상황에서 구두 굽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굽이 낮은 기내화를 착용해야 하죠.
그렇다면 제주항공은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시작은 지난해 4월 1일 만우절이었습니다. 만우절 하루 동안 제주항공은 모든 객실승무원에게 유니폼 외에 원하는 헤어와 메이크업 및 귀걸이, 모자, 안경 등을 자유롭게 착용해 개성을 뽐내도록 했는데요. 그러자 만우절 날 제주항공 기내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연출됐죠.
객실승무원들의 숨은 끼를 확인한 제주항공은 이날 이후 서비스규정을 지속적으로 변경했는데요. 과거 금지되어왔던 안경 착용과 두발 자유화는 물론, 과한 큐빅이나 스톤아트를 제외한 네일케어 등을 허용했고 이번에는 구두 착용 규정까지 바꾼 것입니다.
그동안 객실 승무원들에게 과도한 복장과 외모 규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승객의 안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피로감만 높인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규정을 다소 완화함으로써 승무원의 불폄함을 덜어, 궁극적으로 승객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다는 게 항공사의 입장입니다. "불편을 참아가며 서비스하는 것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승객에게 보다 나은 객실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죠
다른 항공사들도 승무원의 이런 규정들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티웨이항공은 두발 관련 규정을 없애고, 유니폼도 치마와 바지 등 활동이 편한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죠. 아시아나항공은 통풍이 안 되고 답답하다는 승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30년 동안 고수했던 모자 착용을 완화했습니다.
기내 비상상황 시 누구보다 신속하게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하는 승무원들에게 꽉 끼는 유니폼과 하이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승무원은 무조건 단아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굳어진 사회적 시선이 그들에게 불편한 복장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나치게 획일화된 모습보다는 점차 그들의 역할에 적합한 복장이 도입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