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두 명이 베이징 자금성에 고급 수입 SUV를 몰고 들어간 사진 한 장이 중국 SNS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이른바 ‘자금성 벤츠녀’라 불리는 이 사건의 논란은 지난 17일 한 여성이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는데요. 일반인은 물론 외국 정상도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는 자금성에 휴관일을 틈 타 들어간 것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자금성, 어떤 곳이길래?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자금성(紫禁城)은 황제가 거주하는 성으로, 일반 백성들은 출입을 금(禁)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198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2013년 이후 차량 진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성을 관람할 때도 차량 진입은 허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렇듯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관광지에 일반인 여성이 차를 몰고 들어가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는데요. 여성은 17일 중국 SNS인 웨이보에 “마침 월요일 휴관일을 틈타 인파를 피해 마음껏 즐겼다”라는 글과 함께 자금성 태화문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논란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해명 글 올려
해당 사진 속 여성 2명은 자금성 내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벤츠 차량에 기대어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요. 해당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자금성에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은 불법인데 어떻게 들어갔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논란이 커지자 여성은 해당 사진을 삭제하고 웨이보에 해명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여성은 글에서 “일부 지역은 차가 들어갈 수 있고, 내가 서 있는 곳은 주차장으로 주변에 몇 대의 차량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질투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되레 비꼬는 뉘앙스를 풍긴 것입니다. 이에 화가 난 중국 누리꾼들은 여성의 신원 파악에 나섰고, 이 여성이 중국 국제공항(에어차이나)의 전직 승무원이며 혁명 원로의 3세를 가리키는 ‘훙싼다이(紅三代)’라는 사실을 밝혀냈는데요. 훙싼다이는 중국 혁명 원로의 2세인 ‘훙얼다이’의 자녀나 사위, 며느리 등 젊은 특권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 이유는?
이 논란은 곧이어 중국인들의 특권층에 대한 반감으로 확대됐는데요. 중국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 외에도 휴관일에 자금성 내로 차량이 들어온 적이 수차례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심지어 최근 20여 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들어와 주차한 후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는 사실까지 폭로했습니다.
한편, 사진 속 여성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서 왕훙(중국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으로도 활동하는 가오루(高露)라는 여성인데요. 그는 일전에 한 동영상에서 각각 580만 위안(약 9억 8천만 원)과 1천만 위안(약 17억 원)의 명품 손목시계를 자랑한 적도 있습니다.
중국 현지 언론의 반응은?
이러한 사실들이 드러나자 웨이보에서는 “자금성이 특권층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월요일에 휴관하는 것 아니냐”는 등 온갖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녀가 특권을 사용해 중국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부터, “이 차는 자금성도 갈 수 있게 해줍니다”라는 내용의 사진 속 자동차 가짜 광고 패러디까지 나오고 있죠.
중국중앙방송(CCTV), 중국인민일보, 텅쉰왕 등 중국 주요 언론매체들도 사건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어 비판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현재 ‘자금성 벤츠녀’ 키워드가 웨이보를 비롯한 각종 중국의 SNS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장이 커지자 자금성을 관리하는 고궁박물원도 17일 오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차량 진입으로 인해 자금성이 훼손되지 않았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누리꾼들은 “사과 성명 발표하면 끝이냐” “제대로 조사해서 엄벌해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논란은 쉽게 종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