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의 사진이 실려있는 배너 광고, 눈에 익으실 겁니다. 다소 칙칙해 보이는 회색 배경에 평범한 스냅사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배너는 왠지 모르게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데요. 사진의 주인공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희은 씨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75만 명에 달하는 그녀는 이미 쇼핑몰 업계에서 유명 인사인데요. 2012년부터 애정으로 키워온 그녀의 쇼핑몰은 연간 매출 12억을 기록하는 등 큰 규모로 성장했죠. 한편, 그녀를 향한 뜨거운 지지와 응원 만큼 반대 의견과 지적도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는데요. 그간 줄곧 제기되었던 '외설스럽다' '성 상품화다' 같은 지적들이 나오게 된 이유와 그때마다 취해왔던 그녀의 대처에 관해 한 번 살펴봤습니다.
쇼핑몰 CEO 이희은, 그녀는 누구?
매력적인 외모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볼륨감 넘치는 몸매의 소유자인 이희은 씨.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에는 “한국에서는 나오기 힘든 몸매”라는 댓글이 종종 달리곤 하는데요. 쇼핑몰 리히의 CEO로써 비키니와 수영복으로 몸매에 대한 자부심을 뽐내기도 합니다.
이희은 씨는 한양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자라·버쉬카 등의 회사를 운영하는 스페인 패션그룹 인디텍스에서 VMD(Visual merchandiser)로 일하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2012년 2월 퇴사하는데요.
그해 6월, 남성복 브랜드 쇼핑몰 ‘이희은닷컴’을 오픈한 데 이어 여성복 쇼핑몰 ‘리히닷컴’도 론칭했습니다. 자체 제작한 원피스부터 피트니스 웨어, 수영복, 속옷까지 광범위한 제품군을 아우르는 리히에서는 이희은 대표가 현재까지 직접 모델로도 활약하고 있죠.
해명해도 계속되는 ‘너무 야한 것 아니냐’는 지적
이희은 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리히 제품을 착용하고 일상을 즐기는 사진들을 자주 올리는데요. 긴 다리에 볼륨 있는 몸매, 가는 허리 등 서구적인 몸매가 눈에 띄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죠. 이렇듯 주로 타이트하거나 노출이 있는 옷을 착용하고 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너무 야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일부 SNS 이용자들은 ‘사진 수위 너무 높은 것 아니냐’, ‘직업여성 같다’며 그녀의 사진을 비방하고 나섰는데요. 심지어는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여성인권이 떨어진다’는 비하성 댓글을 남긴 이도 있었습니다. 쇼핑몰 시작 이후 꾸준히 있어왔던 이런 반응에, 그녀는 강력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는데요. “남 눈치 안 보고 입고 싶은 것 입고,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회의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내가 내 몸 자랑하고 싶은 만큼 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죠.
보형물에 대한 의혹도 계속해서 제기돼
또한 남다른 볼륨감을 자랑하는 이희은 씨의 사진에 일부 네티즌들이 엉덩이에 보형물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처음에는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포토샵이다’ ‘보정이 과하다’며 악플을 달더니 동영상을 올린 이후부터는 ‘보형물이다’ ‘엉덩이 임플란트다’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에 그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냥 마르기만 한 몸이었고 부모님이 주신 빼빼 몸에 만족하면서 살다가 작년부터 운동 시작했다”며 “보정도 안 했고 보형물도 안 넣었으니 악성 댓글 좀 그만 달아달라”고 호소했죠. 한편 그녀는 악플러들을 신고하기 위해 사이버범죄수사팀에 들른 모습을 인증하기도 했는데요. “진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경력 논란에 결국 쇼핑몰 폐업 결정
이렇듯 계속되는 악플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던 이희은 씨가 최근 SNS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게시하며 쇼핑몰을 접겠다고 밝혀 그녀를 지지하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는데요. 그녀는 지난 1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경력과 학력 논란에 관련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녀는 “자라에서 디자이너를 했던 출신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들리게끔 ‘자라 출신 남성복 디자이너’라고 말장난한 것 맞다”며 “정말 치졸하고 부끄럽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광고 마케팅을 했다. 정말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는데요. 이어 “자라에서 겨우 9개월 일해 놓고, ‘자라 출신’이라고 떠들었다”라며 “모두 인정하고 모두 받아들이겠다. 남성복 이희은닷컴은 접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로써 이희은 씨가 초창기부터 애정으로 키워온 이희은닷컴은 쇼핑몰 회원들이 적립해온 포인트를 모두 보상한 후 곧 폐업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한편 남성복에 배치되어 있던 직원들을 모두 여성복으로 전환하고 리히닷컴은 변함없이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악플에 시달려온 그녀가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내린 결정이라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회원들과 그녀를 지지하는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몸집을 키워온 쇼핑몰인 만큼, 반대 의견과 시선도 따라붙는 것 같네요. 건강한 몸매를 부각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열린 사고방식이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