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업에는 두 공룡이 있습니다. 바로 CJ 푸드빌과 SPC인데요, 이 중 CJ 푸드빌은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1994년 일본 외식 브랜드 스카이락을 들이며 출범한 CJ 푸드빌은 이후 뚜레쥬르, 빕스, 계절밥상 등 각종 외식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기업입니다.
그런 CJ가 산하 외식 브랜드를 모두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간 외식분야 강자로 알려진 CJ의 결정에 업계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는 반응입니다. 잘나가는 듯했던 CJ의 외식 브랜드가 무너진 이유, 그리고 꿋꿋이 밀고 나가던 CJ가 극복이 아닌 철회에 나선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매각되는 CJ 외식 브랜드
사실 CJ 푸드빌은 이미 2019년 1월 매물로 나온 이력이 있습니다. 당시 CJ 푸드빌의 매매가는 2017년 상각 전 영업이익 670억 원을 고려해 6000억 원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다만 CJ그룹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CJ는 그룹 산하 외식 브랜드를 정리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CJ 푸드빌은 빕스, 계절밥상 등 전체 브랜드가 정리 대상이며 제일 제당은 몽중헌, 덕후선생, 소설한남 등의 브랜드가 정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잘 나갔던 외식 브랜드
몰락한 이유는 분명했다
한때 잘나가던 CJ 푸드빌은 2011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CJ그룹의 해외 진출에 발맞춰 CJ 푸드빌은 해외 현지인들의 입맛 사로잡기에 나섰죠. 그러나 자금이 풍부했던 CJ 푸드빌은 조심스러운 접근 대신 외형 확장으로 CJ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벌어 해외에 버리는 일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CJ 푸드빌의 해외 사업 부진은 잘나가던 국내 사업마저 적자로 끌어당겼습니다. 2017년까지 국내 영업이익은 2016년을 제외하고 백억 원대 흑자를 유지하며 버텼지만 결국 2018년 1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CJ 푸드빌의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강등되었죠.
그나마 잘나가던 CJ 푸드빌이 국내시장에서도 적자를 본 이유로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지목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입니다. 패밀리레스토랑의 인기는 이전부터 서서히 감소해왔지만, 최근 트렌드가 '가성비'와 '가심비'로 나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위해 가정간편식,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맛집에는 줄을 서는 반면, 과거 과시의 상징이었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찾지 않았습니다.
위의 이유가 수익 감소 요인이라면, 다음 두 이유는 비용 증가 요인입니다. 바로 급상승한 최저임금과 부동산 임대료죠. 최저임금은 2년 동안 각각 16%, 10%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며 임대료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CJ 푸드빌은 2018년 43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재무개선을 위해 흑자인 투썸플레이스의 지분을 매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투썸이 CJ 푸드빌의 매출 20%를 담당했던 만큼 급한 불만 끈 격인데요, 덕분에 핵심 수익원을 잃은 CJ 푸드빌이 가진 건 적자 투정이 국내외 브랜드뿐입니다.
외식의 대안 '비비고'
CJ 푸드빌은 변화한 트렌드에 맞춰 기존 외식 브랜드를 정리하고 비비고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입니다. 비비고는 대표 상품인 비비고 왕교자로 가정간편식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CJ 푸드빌은 비비고를 외식과 내식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로 키울 계획입니다.
실제로 비비고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 가정간편식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CJ 푸드빌 또한 각종 만두부터 김치, 즉석밥, 죽 등 다양한 상품을 비비고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죠. 실제로 비비고는 2019년에만 국내외에서 1조 5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CJ 외식업의 몰락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할 때
CJ그룹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푸드빌은 작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는 성과를 냈고 앞으로도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과 수차례 지적된 가격 대비 퀄리티의 저하라는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가정간편식로 성공을 거둔 비비고에 집중한다고 하지만, 비비고의 성공은 사실상 비비고 왕교자의 가성비와 타 브랜드 대비 우월한 맛과 식감에 따른 것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CJ 푸드빌이 단순 비비고라는 브랜드만 믿다 기존 브랜드 가치마저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비비고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고 잘 팔리고 있어 기우에 불가하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