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사극 좀비물 ‘킹덤’을 기억하시나요? 기존 사극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좀비물을 한국적으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은 ‘킹덤’은 얼마 전 인기에 힘입어 시즌 2를 공개했죠.
특히 ‘킹덤’은 외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대 배경 설정으로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는데요. 이렇듯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자 뜻밖의 아이템이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바로 조선 시대 모자 ‘갓’인데요. ‘킹덤’을 본 해외 시청자는 “킹덤은 좀비와 멋진 모자에 관한 드라마”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과연 외국인들은 왜 조선 시대의 모자인 갓에 이토록 매료된 것일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마존닷컴에 상품으로 등장한 ‘갓’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인 ‘킹덤’에는 갓, 정자관, 사모, 전립 등 다양한 모자가 등장합니다. 첫 시즌 1부가 공개되자마자 해외 시청자들은 한국의 전통 모자에 폭발적인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트위터에 ‘킹덤 모자’를 검색하면 수십 개의 포스팅이 펼쳐질 정도죠. 이들은 드라마 속 갓을 쓴 인물들의 스틸컷과 함께 “킹덤 정말 오마이갓. 이런 모자는 본 적이 없어”, “넷플릭스 킹덤은 좀비와 모자에 대한 드라마다”, “모든 사람이 끝내주는 모자를 쓰고 있다” 등의 리뷰를 쏟아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신분, 장소, 상황에 따라 다른 모자를 썼기 때문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자의 종류도 다양한데요.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이나 이베이 등에는 조선시대 모자들이 상품으로 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킹덤’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며 벌어진 현상인데요. 일종의 인기 콘텐츠 속 굿즈(아이템)를 파는 것이죠.
쇼핑몰에는 ‘한국 드라마 킹덤 모자’라는 제품 설명과 함께 ‘킹덤’ 스틸컷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갓의 가격은 49.99달러(5만 원대), 연관 아이템으로 흰색 도포를 함께 추천하기도 했는데요. 도포의 가격은 109.09달러(12만 원대)로 아마존닷컴에선 이를 핼러윈 의상으로 소개했습니다.
갓에 매료된 이유는?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왜 조선 시대의 모자인 갓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서양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점을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극에서 볼 수 있는 검은 갓은 말총을 촘촘히 엮어서 만드는데 이런 소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또 조선 시대 양반들은 주로 흰색이나 옥색 같은 밝은 색 두루마기를 입었는데, 여기에 까만 갓을 쓰면 얼굴이 또렷하고 위엄 있어 보이는 효과도 있죠. 이 때문에 앞서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국의 갓에서 영감받아 새로운 모자 디자인을 만들어냈는데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는 2011 SS 뉴욕 컬렉션 무대에서 여성 모델들의 머리장식으로 한국의 갓을 활용한 바 있죠.
또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듀오 선데스쿨은 갓과 한복에서 영감받은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였고, 파슨스 디자인스쿨 출신의 최지원 디자이너는 갓을 응용한 모자를 쓴 패션쇼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외국인의 갓 사랑, 이번이 처음 아냐
‘킹덤’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한 권유진 디자이너는 드라마 개봉 후 외국인들이 모자에 이토록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는데요. 사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모자의 나라’로 새롭게 인식한 외국인이 많지만, 이는 처음이 아닙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국정을 논의하러 갈 때 쓰는 모자와 집무를 볼 때의 모자, 집에서 쓰는 모자 등이 다 달랐을 만큼 그 종류가 다양했는데요. 신분과 용도에 맞는 다양한 모자가 존재하는 우리나라를 일본이 매우 부러워했죠.
또 개항기에 조선을 방문한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와 같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분을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모자의 나라’, ‘모자의 왕국’으로 부르며 극찬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에겐 사극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익숙한 ‘갓’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멋진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등 갓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신선하게 다가오는데요.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외국인들에게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괜히 뿌듯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