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현재 일본은 올림픽 준비로 분주했을 겁니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되자 도쿄 올림픽은 2021년 7월로 연기되었죠.
도쿄 올림픽은 이번 올림픽 연기 사태 외에도 올림픽 로고와 주 경기장 표절 사태부터 개최지 선정 뇌물 의혹 등 다양한 논란거리의 중심이었습니다. 특히나 외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된 후 도쿄 올림픽 응원을 재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무엇일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될 것 없다' 욱일기
국제 올림픽 위원회 IOC는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욱일기 사용과 관련해 “문제 될 것이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평창 올림픽 당시 한반도기에 그려진 독도를 두고 일본이 “정치적 문제다”라고 IOC에 항의하자, IOC가 한반도기에 독도를 삭제할 것을 요구한 것과는 상반된 일입니다. 반면 같은 의미의 전범기인 나치 깃발 사용은 올림픽 경기에서 엄연한 불법이며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IOC 헌장 50조는 ‘올림픽에서 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 선동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을 상징하는 전범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 등에서 다른 나라를 침략할 때 사용했던 깃발이죠. 사실 외국인들은 우리만큼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인데요. 욱일기를 모르던 외국인들도 “욱일기는 나치 깃발과 같은 의미다”라고 알려주니 그것을 올림픽에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것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이 취한 입장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1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만나 욱일기 사용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는데요. 하지만 바흐 위원장은 “우리를 신뢰하고 맡겨달라”라는 답변 이외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욱일기 사용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 도쿄신문은 ‘욱일기는 역사적 경위가 있어 경기장 반입 허용 시에 국가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서라도 욱일기 반입에 대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죠.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욱일기가 정치적 주장이나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지적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논란을 불식시켰습니다.
방사능에 대한 불신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원전에서 방사능이 대거 유출되었죠. 일본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현재까지 방사능 문제에 대해 “문제 될 것이 없다, 특히 도쿄는 후쿠시마에서 200km나 떨어져 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뒤 방사성 물질이 국지풍을 타고 도쿄까지 약 3일 만에 도달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죠.
해외에서도 끊임없이 일본 방사능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영국 BBC와 호주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도 도쿄 올림픽의 안전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죠. 미국의 더 네이션은 후쿠시마 핵 발전소 인근의 방사선량이 안전치 기준인 0.23 마이크로 시버트보다 두 배 높은 량이 측정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도쿄 올림픽에 불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뿌리 깊은 혐한 시위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격적인 혐한 시위는 여전한 논란입니다. 2013년 오사카에서는 욱일기를 든 일본 극우 성향 단체들이 혐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당시 시위는 그야말로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에 불을 지핀 최악의 시위로 기록되었는데요. 시위 참가자는 “조선인 여자는 강간해도 좋다”, “한국인을 발견하면 돌을 던져라”등의 무차별적 폭언을 쏟아냈죠.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혐한 시위는 지지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2016년에는 가와사키에서 혐한 시위가 벌어지자 일본 시민들과 재일 한국인들이 혐한 시위를 저지한 일도 있었죠. 일본 정부도 국내 여론을 의식하고 2016년 ‘헤이트 스피치 법’을 제정합니다. 이른바 ‘혐한 시위 억제법’으로‘적법하게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 이외의 출신자와 후손’을 대상으로 차별 의식을 조장하거나 현저히 모욕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한다’라고 명시한 법입니다.
이 법을 통해 일본 내 혐한 시위가 줄어드는 큰 도약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혐한 시위를 해도 이를 금지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 법이라는 지적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2018년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 일본에서의 차별 시위가 늘고 있고 헤이트 스피치 법에 벌칙 규정이 없어 검찰이 이 법 대신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혐한 시위를 접한 외국인들은 “외국인과 소수자 차별은 어느 나라나 있는 것이지만, 정부가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라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일본이 성공적인 도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일본 내에서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코로나 늑장 대응
일본은 11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15,798명을 기록했습니다. 확진자는 우연히도 도쿄 올림픽 연기 결정 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요. 이를 두고 아베 정권이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해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켰죠. 또한 지난달 26일 일본 니시우라 히로시 홋카이도대 교수는 "확인된 감염자 수는 빙산의 일각이며 실제로는 10배 이상일 수 있다"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습니다.
은폐 의혹이 일고 있음에도 확진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 내부에서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마이니치신문은 칼럼을 통해 "도쿄 올림픽 개최는 망상에 가깝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 일본 시민은 "차라리 올림픽 연기 선언 이전에 방역에 힘썼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죠. 전문가들은 만약 코로나19사태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올림픽 개최는 취소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