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경로 파악하는 코인 실명제 시행 들어가
거래소마다 기준 달라 도입 직후 시장 혼란
시스템 미비로 거래소간 입출금 막히기도
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 자산이 점점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새입니다. 이른바 ‘코인 실명제’가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거래소가 코인을 이전할 때 송신자와 수신자 정보를 파악하도록 하는 제도이지요. 가상 자산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는 뜻에서 원래 ‘트래블 룰’이라고 부릅니다. 한 마디로 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을 옮길 때 투자자가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지요.
코인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코인 실명제를 둘러싸고 거래소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잡스엔이 살펴봤습니다.
◇ 거래소마다 기준 제각각…투자자는 ‘혼란’
이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자격을 얻은 거래소들은 해외 거래소로의 송금 제한이 한층 강화됩니다. 거래소가 코인을 옮길 때 송·수신자 정보를 알도록 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 때문이죠.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100만원 이상을 보낼 때 고팍스, 캐셔레스트 등 국내 8개 거래소와 업비트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등 해외 3개 거래소로만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 트래블 룰 적용 기준이 거래소별로 제각각이라 혼란이 크다는 점이죠. 트래블 룰이 근거를 두고 있는 특정금융정보법에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업비트와 코인원, 코빗은 100만원 이하 코인을 출금할 때 트래블 룰을 적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빗썸은 모든 금액에 적용합니다.
송금하는 해외 거래소 허용 여부도 다릅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가상자산 지갑인 메타마스크가 있는데요, 업비트와 코빗은 여기에 송금을 허용하지만 빗썸과 코인원에서는 아직 어렵다고 합니다.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간 입출금 한 달간 막혀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의 큰 불편은 거래소에 따라 코인 입출금이 당분간 제한된다는 데 있습니다. 약 한 달 정도는 같은 솔루션(기술)을 쓰는 업체끼리만 거래소 간 코인 이전을 할 수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 솔루션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빗썸·코인원·코빗이 공동 개발한 코드(CODE)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가 그것입니다.
업비트는 베리파이바스프를 적용한 거래소로만 입출금이 가능합니다. 텐앤텐, 프라뱅, 캐셔레스트, 비블록, 플랫타익스체인지, 고팍스, 에이프로빗, 브로비트 등이죠. 마찬가지로 빗썸·코인원·코빗도 코드를 적용한 거래소로만 직접 입출금이 가능합니다. 두 솔루션끼리 연동되는 데 최소 한 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업비트에서 빗썸으로 직접 입금하거나 출금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다만 거래소 사이의 직접적인 입·출금은 막혔지만 가상 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다른 거래소로 이전하는 방법은 가능합니다. 어찌 됐든 투자자 입장에서는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이 새로 생긴 것이죠.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섣부르게 제도가 도입돼 이용자들만 불편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트래블 룰이 전면 시행되면서 이용자들은 거래소들이 미리 등록한 본인 소유의 지갑에만 입∙출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화이트 리스팅’이라고 합니다. 블랙 리스트와 반대로, 허용된 사람에게만 입출금을 허락하겠다는 취지죠.
◇세계 최초 ‘코인 거래 보고’…세계 시장에서 한국만 소외될라
사실 트래블 룰은 세계 최초로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에 적용된 제도입니다. 100만원 이상 되는 가상 자산 이동은 금융 당국에 보고하란 뜻이죠.
트래블 룰이 적용되자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는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만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고립되지 않을까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객 확인이 되지 않은 개인 지갑으로 코인 출금을 막는 정책이기에 블록체인 산업을 갈라파고스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죠.
NFT(대체불가토큰)나 탈중앙금융(DeFi·디파이) 등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지갑 서비스 연동이 필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메타마스크나 마이이더월렛 같이 고객 정보 확인이 필요 없는 지갑들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어요. 일례로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씨(opensea)도 메타마스크 지갑이 없으면 사실상 이용이 어렵습니다. 국내 NFT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 NFT 거래소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지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
자금 세탁을 방지하고 테러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촉진하고, 관련 국제규범을 제정하며, 그 이행을 감독하는 국제기구입니다. 영문 약어로는 FATF, 불문 약어로는 GAFI로 표기합니다. 1989년 파리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통해 금융시스템을 이용한 자금 세탁에 대처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어요. 사무국은 프랑스 파리 OECD 본부 내에 있습니다. 총회는 1년에 3번 열리고요.
현재 FATF의 권고사항은 세계 180개국에서 국제규범으로 승인받아 이행되고 있습니다. 만약 권고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자금세탁방지 제도 미이행국’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35번째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 당국이 코인 실명제를 추진하는 국제적 근거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 없는 제한이니, 국제 규범을 따른다는 논리가 아이러니하죠.
☞블록체인(Block chain)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 자산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을 설명하려면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는 암호화 기술 커뮤니티에 2008년 10월 31일, 비트코인을 “전적으로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만 오가는 전자화폐”라고 소개하며 “개인 간 거래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 지불을 막는다”고 설명했어요. 그러고 나서 약 두 달 뒤 이 기술을 비트코인이라는 가상 화폐로 구현해 보였죠.
그가 말한 ‘개인 간 거래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 지불을 막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에요. 예를 들어 A가 B에게 계좌 이체할 때는 은행이라는 기관을 반드시 껴야 하죠.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거래한다면 이러한 기관이 끼지 않고 A가 바로 B에게 자산을 이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글 jobsN 유소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썸네알 출처 : 연합뉴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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