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년간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을 잡기 위해 25차례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약효는 좀처럼 나타나고 있지 않은데요.
이에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의 양적 공급 확대로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금을 쏟아 만들어 논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살겠다고 나서는 이는 늘고 있지 않은 실정인데요. 뉴스 경제란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매물 잠김이 심화됐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는 와중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다” “신혼부부들이 수요가 많겠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행복주택을 직접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호평을 내놓은 동탄의 임대주택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입주자를 찾지 못한 호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무주택자들이 수요도가 높을 것이란 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입지 요건, 좁은 공간 등의 이유로 실수요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8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12월 문 대통령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녀간 화성 동탄 A4-1블록 공공임대 아파트 두 채 모두 여전히 미임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 주택의 경우 대통령 방문에 맞춰 4290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새로 해 ‘쇼룸’으로 만들었다는 논란이 일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LH가 야당 관계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대통령 방문이 방문할 호실을 꾸미기 위해 벽면 그림, 가구, 최신식 TV, 커피 머신 등을 놓는데 총예산 3300만 원을 들였고, 여기에 공임비 650만 원을 비롯해 4290만 원을 들여 긴급 수리를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인테리어를 진행해 대대적인 언론홍보에 나섰음에도 해당 주택은 대통령 방문 이후에도 9개월째 입주민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문 대통령이 다녀간 화성 동탄 A4-1블록 역시 1640호 가운데 49호가 집주인을 찾지 못했는데요. 이곳은 보증금 최고 7200만 원, 월 임대료 27만 원에 청년이라면 최대 6년, 신혼부부라면 최대 10년까지 거주가 가능해 최근 교통호재로 동탄 집값이 펄펄 끓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입댈 게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요.
하지만 LH가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지금껏 5차례 달하는 모집공고를 냈음에도 여전히 입주 희망자는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LH 관계자는 공실 이유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선호도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어 구체적인 사유를 알 수 없는 실정”이라는 답변을 내놨는데요. 변창흠 장관 후보자는 당시 해당 주택을 두고 “경부고속도로 SRT 동탄역, GTX-A의 출발점이라 대중교통이 아주 우수하다"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저렴한 임대료라는 이점, 교통 우수 지역 등 여러 이점에도 불구 공실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야당의 한 관계자는 “동탄은 최고 매매가가 15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실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며 “대통령까지 왔다간 주택이 외면받고 있는 것은 정부의 공공임대 정책이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만으로는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쉽사리 달성할 수 없으리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단 기간에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부실공사, 닭장아파트 논란 등 주택의 품질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평판을 저하시켜 공실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죠.
실제로 문 대통령이 방문한 동탄의 임대주택은 지난해 8월 완공된 이후 매달 한 번꼴로 민원이 접수되는 등 곰팡이, 누수 등의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지난 30년간 양적 확대에만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임대주택의 질적 수준을 높여 좁은 평수, 복도식의 협소한 아파트 등 임대주택의 부정적 낙인을 지우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시로 수요자의 가구원 수가 다양한 만큼 유형별 주택 면적을 다양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데요. 2018년 국토교통부의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공임대주택은 면적 40㎡ 미만이 46.7%, 40~60㎡ 미만이 40.7%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일반주택보다 가구당 주거 면적이 21.4㎡ 작은 것으로 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보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낮은 일본, 영국과 비교해도 소형 주택 비율이 다소 높은 수준입니다.
다행인 것은 LH가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개선을 위한 행보를 꾸준히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28일 열린 여섯 번째 ‘LH 혁신위원회’자리에서 고품격 디자인의 최적 성능 주택 구현, 공공임대 유형 통합 및 중형 평형 도입, 근본적 하자 요인 제거 및 유지 보수 체계 강화로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을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날 김준기 LH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주거 복지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들이고 있으나 실수요자들에게 좀처럼 큰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한 공공임대주택에 관한 사안들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LH가 품질 문제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빈집 상태인 임대주택이 입주자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