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가면
뭐 먹지?
요즘 뜨는 휴가 트렌드가 바로 호캉스입니다. 당일치기 여행은 물론, 반차를 쓰고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호텔이기 때문인데요. 호텔 서비스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다양하지만, 그중 기대를 많이 하는 부분은 바로 음식입니다. 만족스러운 식사가 그 여행의 후기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죠.
요즘 서울에서 핫플레이스 호텔로 떠오르는 곳이 5성급 시그니엘호텔입니다. 서울의 파노라믹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차별화된 럭셔리함과 한국적인 감각의 객실을 오픈 했는데요. 이 호텔의 룸서비스로 인기 있는 메뉴가 수제버거라고 합니다. 룸가격(170만원+ α)에 룸서비스 버거 가격을 더하면 대략 18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를 왔다갔다 하게 되죠.
과연 시그니엘 호텔 투숙객이 먹는 룸서비스의 맛은 어떨까요? 햄버거의 필수 요소는 빵과 패티 채소로 이 3가지 재료의 쿵짝이 잘 맞아야 맛있는 햄버거가 됩니다. 그렇다면 호텔버거와 프랜차이즈 버거 맛은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지금부터 본격적인 맛 비교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
1. 79층만큼 높다란 시그니엘 버거
고급 호텔은 요리 하나에도 스토리가 있습니다. 시그니엘의 에스코피에 버거는 요리의 제왕이라 불리는 프랑스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레시피를 재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주문 시 계란과 햄버거 패티의 굽기 정도를 물어봅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요. 일반 수제버거에서도 패티 굽기 정도를 묻는 곳은 없었는데, 이런 질문 참, 신선하네요!
에디터 팀은 가장 보편적인 써니사이드와 미디엄으로 요청하였는데요. 주문 후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시그니엘의 햄버거가 등장합니다. 찰랑이는 써니 사이드와 함께 말이죠. 빵만큼이나 두꺼운 패티 아래로 빈틈없이 두툼하게 채워진 채소들이 보입니다.
촬~랑~
하지만 관건은 가운데가 빵 뚫린 빵 안에서 찰랑 거리는 계란 프라이가 아닌가 싶네요. 게다가 버거를 반으로 가르면 노른자가 터져 나오며 햄버거를 물들이는 예술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빵이 뚫려져 있어서 손으로 잡고 먹을 때 살짝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제공해주는 나이프로도 버거가 잘 잘리지가 않아서 먹을 때 조금 난잡스러웠습니다. 빵이 질긴 편은 아니지만 쉽게 찢어지는 빵도 아닙니다. 자, 이제 눈으로는 79층에서 펼쳐진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담고, 입으로는 7.3cm 짜리 버거를 입에 담아 보았습니다.
1) 빵: 오일류에 표면을 데우듯 구워냈고, 담백하고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으로 큰 특징은 없다.
2) 패티: 간 고기를 뭉쳐 만든 패티가 아닌 칼로 직접 다져낸 듯 다소 큼직한 고기의 질감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미디엄 으로 구워내 신선한 육즙도 함께 퍼져 나온다. 강한 향의 소스가 없었음에도 고기의 잡내는 전혀 없고, 정말 살짝의 불향을 느낄 수 있다.
3) 계란: 나무랄 것 없는 써니 사이드 그 자체
4) 채소: 오이는 세로로 반을 잘라 속 씨를 파내서 반달 모양으로 썰었고, 토마토는 속과 껍질을 벗겨내 엄지손톱 크기로 먹기 좋게 손질하여 상큼하고 깔끔한 맛의 마요 소스에 버무렸다.
5) 감자튀김: 소금이 살짝 뿌려진 두툼한 감자튀김이다. 두께로 인해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움이 패스트푸드보다 역시 월등하다.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나왔지만, 개인의 취향을 너무 존중해서였을까요? 자극성 제로에 간이 덜 된 듯한 밋밋한 맛입니다.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빵에 얇게 발려진 머스터드소스와 야채에 버무려진 마요네즈 외에는 다른 소스 맛이 느껴지지 않아 건강한 맛 그 자체였습니다. 패티 하나의 맛은 좋았지만 햄버거의 구성요소를 하나로 결합할 2%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저염식을 좋아하는 분이나, 아이에게는 권하고 싶은 맛입니다.
Tip: 간이 약하므로 소금과, 후추를 뿌리거나, 서브로 제공된 머스터드를 발라 먹으면 감칠맛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2. 부담 없는 가격과 사이즈의 맥도날드 버거
맥도날드는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버거입니다. '행복의 나라'라는 수식어도 유명한데요. 맥도날드에서는 79층의 뷰는 볼 수 없지만 맛 대비 가격적인 면이 매력적입니다. 물론 불 맛나는 패티로 버거킹도 유명하지만 할인 행사 없이는 맥도날드를 제치기 힘듭니다. 시그니엘에서 나와 잠실역 근처의 맥도날드에서 불고기버거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맥도날드는 주문하면 대기가 없을 경우 바로 나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시그니엘처럼 질문도 하지 않죠. 하지만 간혹 "프렌치프라이는 소금 빼시는 거 아니시죠?" 라고 물어보는 날도 있습니다.
불고기버거 세트를 들고 오는데 무게부터가 차이가 납니다. 쟁반위 버거가 어찌나 가벼운지 발걸음마저 가뿐합니다. 쟁반을 내려놓고 포장지를 벗겨 따끈한 버거를 마주하였습니다. 시그니엘이 눈높이를 너무 높여서 일까요? 포장지를 벗긴 불고기버거를 보자 '땅꼬마'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칩니다. 빵은 패티와 채소를 거의 덮다시피한 다소 멋없는 모습입니다.
불고기버거 단품은 2000원입니다. 비쥬얼을 보니 가격이 확 와닿는데요. 다진 고기로 만든 패티 아래에는 큼직큼직하게 썰어둔 양상추가 불고기 소스와 마요네즈에 버무려져 있습니다. 단면을 보고자 일회용 칼로 자르는데 시그니엘과는 다른 빵의 부드러움과 폭신함이 느껴집니다. 이제 눈으로는 1층의 서울풍경을 담고, 입으로는 4.2cm 맥도날드 버거를 담아보았습니다.
1) 빵: 참깨빵은 아니었지만, 맥도날드의 폭신폭신한 식감의 빵으로 소스 흡수 능력이 좋다.
2) 패티: 간고기를 뭉쳐만든 패티지만 쫄깃한 맘이 느껴진다.
3) 채소: 토마토가 없다는 것에 속상해지지만, 큼직큼직한 양상추와 흘러나오게 넣어준 불고기 소스와, 마요네즈가 메꿔준다
4)감자튀김: 시그니엘의 1/2굵고, 길이는 2배, 만들어진 감자튀김이 제공되어 퍽퍽함이 다소 있다.
자극성 강한 불고기 소스가 열 일을 한 버거입니다. 쉽게 베어 물 수 있는 사이즈인데다 불고기 소스의 감칠맛이 동원하여 2-3분 만에 금세 사라졌습니다. 시그니엘 큰 버거를 먹고 배가 불렀었는데 불고기 소스가 혀에 닿자 갑자기 위가 비워지는 맛이었죠. 바로 그 맛은 미미(美:아름다울 미/味:맛미)! 마치 후식을 먹은 듯 입안이 즐거워졌는데요. 패스트푸드의 인기 비결이 자극적인 맛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불고기 소스가 쭈~욱~
"그래서 뭐가 더 맛있는데?"
햄버거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따지고 들면 시그니엘 버거를 이길 수 없습니다. 도톰하고 풍푸한 식감의 패티와 신선하고 다채로운 채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텔임을 실감하게 하는 비쥬얼이 강점입니다. 하지만 패티와, 양상추만 들어있는 소박한 맥도날드 버거는 마요네즈와 불고기 소스로 전체적인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아냅니다. 불렀던 배를 꺼뜨릴만큼 자극적인 맛이 강점입니다. 그래서....무승부!
*어떠한 협찬도 없이 오로지 객관적인 햄버거 마니아의 입장에서 작성하였습니다. (feat. 사장님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