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83년 역사를 가진 츠키지 시장만 보아도 일본인들의 참치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어획량의 80%가 일본에서 소비되고 있을 정도인데요.
도쿄 츠키지에서는 2013년 참치 한 마리가 18억원에 거래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황금보다도 가치가 컸던 이 참치는 한 접시(초밥 2점)에 해당하는 금액은 무려 4만~5만엔(약 50만원)의 정도였다고 하니 어마어마 합니다.
또한 일본의 유명 만화 '미스터 초밥 왕'에서는 쇼타가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하여 선보인 요리가 참치 스시이기도 하며 참치 뱃살에 대해 '스시의 꽃'이라고도 감탄을 했는데요. 이처럼 많고 많은 생선 중에서 유독 참치가 일본인에게 독보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과연 처음부터 이렇게 열광적으로 사랑을 받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참치 최대 소비국이라는 일본
섬나라 중에서도 일본은 특히 생선을 먹는 문화가 발달해있습니다. 사시미, 스시, 생선구이, 조림 등 일식하면 생선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죠. 그런데 이웃나라인 한국과 달리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생선의 종류가 확연히 다릅니다. 그 생선의 정체는 일본 슈퍼만 가면 쉽게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슈퍼에는 참치캔이 아닌 생 참치가 매대에 즐비하기 때문이죠.
일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위를 차지한 생선이 참치이고 그 뒤를 따르는 것이 꽁치와 연어입니다. 또한 한국에서 1위는 고등어이며, 참치는 주로 전문점에 가서야 생선구이로 많이 먹죠. 하지만 일본은 가정에서 구이로도 많이 먹지만 생으로도 많이 먹을 만큼 친숙도가 남다른 생선입니다.
2. 한국과 다른 일본의 마구로?(マグロ)
흔히 우리는 '마구로'를 참치라고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참치 종류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크게 여섯 종류의 마구로가 있습니다. 북방 참다랑어, 남방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로 나뉩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친숙한 참치캔의 주인공은 가다랑어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한국에서 마구로는 참다랑어, 눈 다랑어까지는 동일하지만 일본에서 마구로라 불리지 않는 새치와 카츠오가 포함됩니다. 새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좋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한국의 참치 무한리필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마구로 자리에 새치가 끼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마구로로 통하는 새치를 먹다가 일본의 마구로를 먹게 되면 맛이 다르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3. 천대 받던 참치가 고급생선이 되다
스시의 꽃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인 일본 참치의 위상은 과연 언제부터 이렇게 높았을까요? 200여년 전에는 참치와 같은 붉은 살 생선은 부패 속도가 빨라 일본인들의 식탁 근처에도 가지 못한 어종이었습니다. 스시는 조미한 쌀밥 위에 와사비를 올리고 얇게 썬 날 생선을 올리지만 이전 방식은 달랐습니다. 18세기 냉장 기술이 없을 때는 스시는 발효음식이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참치 뱃살은 지방함량이 높아 빠른 부패 속도로 인해 절임에도 적합하지 못해 날것으로 먹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50년 가정용 냉장고가 시판되면서 식생활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참치를 날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앞에서 언급한 미스터 초밥 왕의 쇼타가 참치 뱃살로 스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심사위원이 '스시의 꽃'이라고 평가한 것이 바로 이제껏 고양이도 외면했던 참치 뱃살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참치는 20세기의 발명품이라는 별명까지 있는데요. 이렇게 냉장 기술 발달과 함께 고급 생선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며 수요가 대폭 늘어났고 지금까지 그 인기는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