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의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유럽여행의 꽃, 프랑스입니다. 세계관광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해 프랑스를 방문한 관광객은 8,69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덜 알려지고 가성비 좋은 여행지를 찾는 여행객들도 많지만, 프랑스, 특히 파리는 여전히 가장 사랑받는 목적지죠. 건축물, 미술관, 음식, 패션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니까요. 하지만 열두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먼 나라인 만큼, 한국과는 문화도 생활방식도 많이 다릅니다. 처음 여행하시는 분들은 당황할 일이 많을 수 있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한국인이 첫 파리여행에서 당황하는 7가지 이유와 그 해결책!
1. 커피는 에스프레소가 기본
프랑스인들은 카페에서 커피와 와인을 마시고, 간단한 식사도 하고, 진지한 토론도 합니다. 우리도 파리까지 와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놓쳐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아메리카노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파리의 카페 방문 시 당황할 수 있습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 주세요” 하면 나오는 것은 쓰디쓴 에스프레소이기 때문인데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면 ‘카페 알롱제’(café allongé)를, 라테를 마시고 싶다면 ‘카페 크렘’(café crème)을 주문해야 합니다.
또 한가지, 파리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어렵습니다. 7,8월에 관광을 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얼음 잔뜩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간절하죠. 하지만 프랑스의 보통 카페에서는 아이스커피를 팔지 않아요. 정 아이스커피를 마셔야겠다면 스타벅스를 찾아가야 합니다.
카페 알롱제도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프랑스 사람처럼 커피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고 살짝만 저어 마시면 첫맛은 쓰지만 끝 맛이 달콤한 프랑스식 고진감래 커피를 맛볼 수 있답니다.
2. 일요일은 마트, 레스토랑 휴무
한국에서 유럽여행을 가려면 주말 한두 번은 끼워 넣어야 충분한 시간이 나오죠. 하지만 프랑스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주말을 맞이했다가는 하루 종일 쫄쫄 굶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휴무인데, 식재료를 살 수 있는 마트까지 닫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에요. 토요일에 미리 장을 봐두거나 일요일에도 여는 식당을 물색해 두는 게 미식의 도시 파리에서 배를 곯지 않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파리 시내의 모든 식당, 마트가 닫는 것은 아니에요. 중국음식점, 베트남 음식점 등 아시안 레스토랑들은 일요일에 똑같이 영업을 하기도 합니다. 13구 똘비악(Tolbiac)역 근처에 모여있는 쌀국수 집들이 대표적이죠. 동네에 한 군데 정도는 일요일 영업을 하는 마트가 있기도 해요. 하지만 마트 브랜드별로, 그리고 지점별로 오픈 날짜와 시간이 천차만별이니 숙소 근처에 마트가 있다면 요일별 오픈 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세요.
3. 100년 넘은 지하철의 위엄
파리의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것은 언제일까요? 바로 1900년 7월 19일입니다. 100년하고도 18년의 세월이 더 흘렀어요. 현대적 시설을 갖춘 한국 지하철에 익숙한 우리가 100년 넘은 지하철을 타려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당연히 많겠죠? 우선 파리의 지하철역에는 화장실이 거의 없습니다. 지하철 타고 가다가 위급한 신호가 와도 지하철역사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관광 중 카페나 식당, 미술관 등에서는 반드시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세요.
두 번째, 지하철 문이 수동입니다. 노선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타고 내리는 사람이 문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거나 고리를 위로 올려야 문이 열립니다. 이걸 잊고 멍하니 서있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지 마세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세 번째, 소매치기 주의입니다. 아마 귀에 인이 박히게 들어보셨겠지만, 파리엔 소매치기가 많고, 파리의 지하철에는 더 많아요. 지하철역 주변, 플랫폼, 에스컬레이터 등 어디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백팩은 앞으로 메고, 뒷주머니에 휴대폰, 지갑 등 귀중품을 절대 넣지 마세요. 지하철 문가의 간의 의자에 앉을 경우엔 문이 열릴 때 순간적으로 가방을 낚아채 도망갈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
파리의 지하철은 낡고, 화장실도 없고, 소매치기가 드글드글하고 왜 이러냐고요? 한국 지하철보다 좋은 건 없냐고요? 물론 있습니다. 파리의 지하철엔 지루할 수 있는 이동시간을 한층 서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거리 악사들이 있죠. 아주 가끔은 용기도 가상하다 싶은 엉망진창 연주자들도 만나지만, 대부분은 자격증을 가진 정식 악사들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마음이 풍요로워졌다면 가지고 있던 동전으로 사례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4. 재채기 작게 코는 시원하게
말투도 행동도 항상 우아할 것만 같은 프랑스인들. 이들과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깜짝 놀랄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재킷 안주머니에서 꼬깃꼬깃 휴지나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 수도 있거든요. 살짝 나오려는 콧물을 얌전하게 휴지로 꼭꼭 눌러 닦을 것 같죠? 아니에요. 아주 큰 소리로 팽! 하고 풉니다. 그럼 그 휴지를 바로 버릴 것 같죠? 아니에요. 잘 접어서 다시 재킷 안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충격받지는 마세요. 프랑스 사람들은 나오는 코를 계속 들이마시는 걸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지, 사람을 앞에 두고 코를 푸는 걸 무례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데요. 그리고 코 푼 휴지를 아무 데나 버리느니 자기 주머니에 도로 넣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답니다.
반면 재채기를 할 때는 ‘잇칭’하고 아주 특이한 소리를 내면서 안으로 삼킵니다. 코 풀 때는 그렇게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면서 재채기 소리는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병균을 퍼뜨리지 않으려는 일종의 노력인 것 같습니다. 재채기를 삼켜본 적 없는 한국인은 연습해도 잘 안될 수 있으니 재채기가 나오려고 하면 팔꿈치 안쪽으로 입을 가리는 센스를 보여주세요.
5. 파업은 일상
프랑스는 혁명으로 공화정을 이룩한 나라답게 시위와 파업이 아주 흔합니다. 기차, 지하철, 버스 심지어 비행기까지 여러 교통수단의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죠. 프랑스 사람들은 익숙해진 건지 연대의식 때문인지 투덜대면서도 다른 이동 수단을 찾고, 파업하는 사람들을 크게 나무라지 않아요. 하지만 제한된 시간 동안만 파리에 머물 수 있는 여행객들은 사정이 다르죠. 큰돈 들여온 데다 자가용 있는 부모님이나 친구도 없고 길도 잘 모르니까요.
내가 오늘 꼭 에펠탑을 봐야겠으니 파업을 당장 중지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리 알고 다른 교통수단을 찾을 수는 있어요. 파리 교통공단인 RATP의 웹사이트에 가면 버스, 지하철을 포함한 경로 검색이 가능하고 파업, 공사 등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출 전에 한 번씩 확인하면 파업으로 허탕칠 걱정이 줄어들 거예요.
6. 손님은 왕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손님은 왕이 아닙니다. 손‘님’까지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손’ 정도랄까... 고급 레스토랑이나 부티크에서도 정중하고 격식 있는 접객을 할 뿐, 왕처럼 대우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대중적인 가게에서는 손님을 앞에 두고도 일을 처리해 주기는커녕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내가 동양인이라 그런가? 인종차별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사실 파리의 웨이터들은 누구에게나 악명이 높습니다. 냉소적인 유머로 유명한 미국인 기자 빌 브라이슨은 여행 에세이 ⟪발칙한 유럽 산책⟫에서 ‘파리 사람들은 지난 20년간 꽤나 친절해졌는데, 한 번은 거의 미소를 짓는 것 같은 웨이터를 본 일도 있다’고 썼죠.
하지만 일단 말을 트면 꽤 친근한 태도를 보이는 웨이터들도 있습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는 자리에 앉은 뒤 웨이터가 오면 주문하기 전에 먼저 “봉주르”하고 웃으며 인사해보세요.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친절한 서빙을 해줄지도 모릅니다. 물론, 안 그럴 수도 있어요.
7. 애연가들의 천국
프랑스인들은 남녀노소 담배를 즐깁니다. 청소년들도 학교 앞에서 흔히 담배를 피우고요, 유모차를 끌고 가는 부모들도 피웁니다. 지하철역의 계단을 오르면서 못 참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사람도 있고, 가끔 가로수 밑동에 담배꽁초가 다닥다닥 붙어 쌓여있는 것도 볼 수 있어요. 파리를 우아하고 로맨틱한 도시로만 상상했던 분이라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풍경이죠. 수상한 종이에 수상한 잎을 돌돌 말아 피우는 사람들도 많은데, 안심하세요. 대마초는 아니고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말아 피우는 담배입니다.
실내는 어디나 금연이지만 야외라면 담배를 못 피우는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카페나 식당의 테라스 자리도 마찬가지인데요. 법적으로는 테라스 자리도 유리나 천막 등으로 닫혀 있으면 금연구역이지만 지켜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러니 담배 연기에 민감한 분이라면 되도록 실내에 앉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