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에서 얼마나 깊게
땅을 팔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아마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전체 높이 829.84m의 부르즈 칼리파가 개장 이래로 10년 가까이 가장 높은 건물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죠. 높이높이 올라가 하늘과 맞닿으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높은 탑과 건물을 올려온 거라는 말도 있는데요. 그럼 반대로, 아래로 아래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도 인간의 본능일까요? 인간이 가장 깊게 판 구멍은 어디에 있을까요?
-40m, 세상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멍은 조금 나중에 알려드릴 테니, 우선 세상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으로 떠나봅시다. 이탈리아 베니스 인근의 밀레피니 호텔 수영장 Y-40은 2014년에 개장했는데요. 그 수심이 무려 40m라고 합니다. 40m는 빌딩의 13층 높이죠. 이 수영장에 채워진 물은 무려 430만 리터.
이렇게 깊이 파서 이렇게 많은 물을 채워놨는데, 다이빙을 안 한다면 서운하겠죠? 밀레피니 호텔 수영장에서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실제 바닷속 같은 인조 동굴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은 45분에 약 4만 5천 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체험이라고 하네요.
-110m, 세상에서 가장 깊은 성당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동남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는 세계 12대 관광지로 알려진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이 있습니다. 180만 년에서 200만 년 전에 형성된 소금층인 이 광산은, 지하 340m 깊이까지 뻗어있는데요. 매장된 소금을 거의 다 캐냈기 때문에 96년 이후로는 소금 채굴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소금 광산의 13번 방은 다름 아닌 성당입니다. 무려 지하 110m에 위치해 있죠. 길이가 54m, 폭은 평균 17m, 높이는 10~12m 정도 되는 이 성당의 내부에는 바닥과 천정, 그리고 벽에 소금으로 만들어진 걸작 조각들이 있습니다. 특히 '안톤 비로데크'가 1935년 완성한 '최후의 만찬'은 실제로 보면 그 아름다움에 충격을 받을 정도라고 합니다.
-115m,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호텔
깊고 깊은 지하 동굴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스웨덴 남부 베스트만란드에는 지하 115m에 지어진 살라 실버마인 호텔이 있습니다. 이렇게 깊은 곳에 호텔이 있는 이유는, 원래 15세기부터 500년간 은 채굴을 활발히 해온 광산을 리모델링한 것이기 때문이죠. 과거 광부들이 석탄을 캐러 다니던 갱도는 호텔의 복도가 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객실이 곳곳에 위치한다고 하네요.
이 호텔의 실내 온도는 18도로 아주 쾌적하지만, 지하에 있기 때문에 휴대폰 수신이 되지 않는 등 외부와의 연락은 다소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쯤은 충분히 감수할 정도로 낭만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뽐낸다고 하네요.
-12.37km,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멍
세상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 성당, 호텔 모두 대단하지만 여기에 비할 바는 못됩니다. 인간이 판 지구상의 가장 깊은 구멍은 바로 여기, 러시아의 Z-44 샤이보 석유정이죠. 무려 지하 12.37km까지 뚫려 있습니다. 그게 도대체 얼마큼인지 감이 안 잡히신다고요? 처음에 말씀드린 세상에서 제일 높은 건물, 부르즈 칼리파를 15개 쌓아놓은 것과 같은 길이입니다.
2011년 엑손은 Odoptu OP- 11 석유정을 완성합니다. 이 석유정은 그때까지 가장 깊은 구멍의 기록을 가지고 있던 '알 샤힌 석유정'과 '콜라 슈퍼딥 보어홀'을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멍이 되었는데요. 12.345km 깊이에 달했죠.
엑손은 다음 해인 2012년에는 스스로의 기록을 깨고, 그보다 31m 더 깊은 샤이보 석유정을 완공합니다. 2011년까지 기록을 가지고 있던 콜라 슈퍼딥 보어홀도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나 궁금했던 러시아의 프로젝트였다고 하니, 러시아가 땅 파는 데는 남다른 일가견이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