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치밀하고 똑똑해진다”
요즘 광고 클릭 유도하는 방법
바야흐로 온라인 광고의 시대입니다. TV 뉴스나 종이 신문을 보는 대신 포털에서 골라주는 온라인 기사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메이크업부터 직무능력까지 모든 건 유튜브에서 배우기 때문이죠. 가장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고, 가장 소비에 적극적인 세대가 접하는 매체가 온라인으로 옮겨왔기에 스타트업과 새로운 브랜드의 성패는 특히 온라인 광고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출처: youtube 미팩토리
온라인 광고는 신문이나 방송광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타깃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온라인 매체 유저들은 최대한 광고를 피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 피하는 방법도 하나씩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콘텐츠만 골라 보고 싶어서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는데 자꾸 광고가 튀어나와 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싫으니까요. 하지만 소비자들과 동시에 광고도 점점 똑똑하고 치밀해졌습니다. '클릭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즘 광고의 기술,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2017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 중국 스니커즈 업체의 광고가 올라왔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제품 사진을 나열한 평범한 광고 같았죠. 하지만 많은 유저들은 마법처럼 그 광고를 스와이프(swipe)해 해당 업체 페이즈로 끌려들어 갔습니다.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머리카락 하나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그걸 치우려다 생긴 일이었죠. 그런데 어떻게, 그 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스마트폰 화면에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한 걸까요?
출처: 하입비스트
사실 스마트폰 화면에 떨어진 건 사용자의 진짜 머리카락이 아니었습니다. 스와이프를 유도하기 위해 심어둔, 광고 이미지의 일부였을 뿐이죠. 기발하다면 기발하고, 어이없다면 어이없는 수법인데요. 이에 몇몇 유저들은 "앞으로 화면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으면 손으로 치우는 대신 입으로 불어 날리겠다" 거나 "미안하지만 난 곱슬머리라 안 속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피식 웃었을 테고 누군가는 얕은 술수에 화를 냈겠지만, 어쨌든 이 방법으로 다시 인스타그램 유저들을 속이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자꾸 움직이는 박스 광고
관심 있는 주제의 기사를 클릭했더니 화면 여기저기 박스 광고가 범벅되어 있어 짜증 났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현란하게 반짝이는 광고들 사이로 기사 본문에 집중하는 데이는 이제 도가 텄지만 기사의 일부,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부분을 광고가 가리고 있을 때는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이 경우 독자는 자연스레 광고를 없애버릴 '엑스표 버튼'을 찾게 되죠. 일반적인 광고라면 엑스 버튼을 클릭하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엑스표 버튼마저 누르면 광고 관련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만들어 놓은 경우도 많습니다. 엑스 버튼을 누르기 힘들도록 마우스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도망가거나 크기가 달라지는 광고도 있죠. 술래잡기하듯 광고 박스를 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광고를 클릭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출처: 아웃스탠딩
네티즌들은 더 이상 광고에 시간을 내주지 않습니다. 내가 궁금한 것, 관심 있는 것만 골라 보고 얼른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죠. 이런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하려면 당연히 '그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앞에 내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광고가 아니라 당신의 궁금증에 해답을 줄, 혹은 당신의 2-3분을 즐겁게 해 줄 '콘텐츠'라는 암시를 줘야 하죠.
유저는 미처 AD라는 표기를 못 보고 광고를 클릭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알고도 내용이 궁금해 눌러봤을 수 있죠. 클릭으로 넘어간 페이지에는 나름대로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며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고, 거기에 만족할지 아닐지는 유저의 특성이나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요즘 포털의 광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런 방식을 도입한 업체들은 주로 종합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자사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제품에 대한 광고를 콘텐츠 형식으로 작성한 뒤 포털의 메인에 노출해서 클릭을 유도합니다. 이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벤치마킹하는 업체들도 계속 늘고 있다네요.
광고 그 자체의 매력, 유튜브 광고
광고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야 하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 광고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데요. 월 7,900원을 내면 광고 없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이 출시된 이후로, '광고를 보는 시간' 대신 돈으로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려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유튜브 광고는 5초 뒤 스킵이 가능하죠. 이런 상황에서 광고로 효과를 보려면 그 자체로 재밌어서 유료 회원도 검색해서 찾아보는 광고, 5초 안에 궁금증을 유발해 끝까지 다 보게 만다는 광고를 만들어야겠죠.
그 자체로 재밌어서 찾아보게 되는 유튜브 광고의 대표적인 예로는 배우 오연서 씨가 등장한 '검은 사막'의 신규 캐릭터 '란' 홍보영상을 들 수 있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갑자기 잡힌 광고의 촬영 현장에서 오연서 씨는 콘티를 점검합니다. 그러다가 여신스러운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란, 지금 바로 경험하세요'라는 대사를 하라는 내용을 발견하죠. 이에 당연히 화장품 광고일 거라 생각하며 촬영을 마친 오연서 씨는, 광고 완성작을 보고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상상했던 황금빛 갈대숲을 달리는 화장품 광고 속 여신이 아니라, 살벌한 전쟁터를 배경으로 눈에서 불을 뿜는 워리어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출처: youtube 검은사막
2017년 12월 초에 처음 공개된 이 영상은 당일 저녁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에 올랐습니다. 네티즌들은 '천편일률적인 게임 광고, 화장품 광고를 풍자하면서 해학까지 더해 멋진 광고를 만들었다', '오연서 씨 연기도 좋고 최근 본 광고 중 역대급이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스킵 하기 전에 끝낸다
끝까지 광고를 보게 만드는 것도 전략이지만, 스킵할 수 없도록 광고를 아예 5초짜리로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회사 GEICO의 '스킵 할 수 없는 광고'는 5초 안에 배우들의 입을 통해 핵심 메시지를 모두 전달해버리죠.
짧게 만들어 스킵 문제를 해결한 광고는 한국에도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일반적인 15초 광고 대신 IPTV와 영화관을 겨냥한 3초 광고를 제작했죠. 스크린 한가득 치킨이 튀겨지는 모습, 지글지글 기름 끓는 소리는 짧고 굵게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했고, 유튜브에서만 4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긴 말이 필요 없는, 감각을 자극하는 광고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죠. 비싼 모델도, 화려한 CG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광고의 효율성이 널리 알려지자 최근에는 다른 배달 전문 업체들 역시 비슷한 형식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