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처럼
앞으로 입장료 받겠다는 관광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성수기 기간에만 하루 수백 대의 관광버스와 하루 평균 4~6척의 대형 크루즈가 기항하는 등 전 세계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인기 관광지인데요. 하지만 수년 전부터 넘쳐나는 관광 인파로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주민들이 관광객 유입을 막기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정도인데요. 크루즈선의 입항을 금지하고, 관광객이 도시 환경 파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현재 베네치아 인구는 약 5만 명 정도로 1950년대 17만 5,0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습니다.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의 증가로 주택 임대료가 올라간데다, 물가가 급격히 뛰어 주민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에 베네치아가 고육지책을 짜냈습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관광객들에게 도시 입장료를 받겠다는 것인데요. 앞으로 베네치아를 찾는 수만 명의 관광객은 놀이공원처럼 입장료를 내야만 도시에 들어갈 수 있죠. 이미 이탈리아 의회가 내년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며, 당국은 앞으로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대 10유로의 입장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베네치아는 그동안 호텔 숙박객에게 숙박세 명목으로 하루 1.5유로, 우리 돈 약 1,900원 정도의 체류비를 물렸는데요. 그러나 앞으로는 숙박 없이 몇 시간만 베네치아에 머무는 당일치기 관광객들에게도 입장료를 받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입장료를 징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베네치아의 역사 지구를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비용을 쓰겠다는 것인데요. 베네치아 시의 이러한 방침이 정해지자 잔 마르코 첸티나이오 이탈리아 농업·관광 장관은 “무의미하고 백해무익한 방법이다. 관광을 반대하는 나라가 되고 싶은가” 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번 조치는 입장료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닌, 베네치아에서 거주하고,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박했죠.
베네치아는 입장료 징수 제도를 시행하면 체류세 명목으로 관광객들로부터 거둬들이는 현행 연간 3천만 유로 규모의 재원이 5천만 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주로 대형 크루즈 선박이나 관광버스를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 징수될 것으로 보입니다. 별도의 바리케이드를 만들진 않을 예정이며, 베네치아 본섬으로 진입하는 방법에 따라 입장료를 부과방식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시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시행되게 됩니다.
우선 올해 5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시범기간에는 일단 3유로의 비용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2020년 1월 1일부터는 기본 입장료가 6유로, 성수기에는 8~10유로까지 오를 예정이라는데요. 입장료에는 베네치아 본섬뿐만 아니라 무라노, 부라노 등 섬들도 포함됩니다. 입장료는 당일 자정까지만 유효하다고 하네요.
단, 거주민을 포함해 호텔에서 숙박하는 투숙객이나 베네치아 메스트레에 방문하는 사람, 6세 미만의 아동과 베네치아 시티패스 가진 사람은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요. 만약 올해 5월 이후 베네치아에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입장료도 함께 챙기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확정 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이왕이면 추가로 걷게 된 입장료가 꼭 좋은 방향으로 쓰였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