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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결재할 때 대표 이하 

모두 도장을 기울여찍는 특별한 이유

2차대전 패전국임에도, 일본은 한국보다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버블이 터진 이후 20년 이상 지속된 경기 침체 때문에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선진국은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죠. 산업 발전도, 경제 성장도 빠르게 이루어졌다면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개방적이고 진보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일본은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직장도 물론 예외는 아닌데요. 오늘은 한국보다 더 보수적인 일본의 직장문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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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 도장을 기울여서 찍는 이유


일본의 상명하복식 직장 문화는 결재 서류 하나에서도 드러납니다. 일본의 일부 기업에서는 서류에 대표 이하 모든 직급의 도장을 앞쪽으로 기울여서 찍도록 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상급자에게 허리를 숙여 부탁하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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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출력 없이 결재하기 위한 '전자 도장'에도 각도를 기울이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죠. 물론 일본의 모든 기업에서 이런 도장 찍기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계 등  아주 보수적인 소수의 직장에서만 유지되고 있는 악습이라고 하네요. 


엄격한 책임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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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매뉴얼'의 나라입니다. 평상시에나 위급 시에나 정해진 매뉴얼을 엄격하게 지켜, 때로는 답답하고 융통성 없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죠. 이런 매뉴얼 제일주의는 직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데요. 각자 맡은 일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석대로 해내는 게 일본 기업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태도입니다. 


이는 지나친 적극성으로 남의 영역을 침범하면 큰 미움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신입사원이 의욕에 넘쳐 이것저것 욕심을 부리면 상사로부터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꾸지람을 듣기 십상인데요.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거나 회사에 폐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청년들의 열정이나 적극성을 높이 사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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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입사 3년 차 이내의 사원이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누군가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요구를 해 왔을 때, 스스로 처리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상사의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말아야 하죠. 이렇게 각자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건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기도 한데요. 신입 사원은 재량도, 책임도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튀지 않는 차림과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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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에 대한 기준도 한국보다 엄격한 편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남성 직장인들도 개성 있는 컬러·패턴의 셔츠와 슈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는데요. 일본 남성들은 위아래 블랙 슈트에 흰 셔츠, 튀지 않는 넥타이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국에서는 무난하다고 여기는 남색, 회색 슈트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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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직장인보다는 컬러나 패턴의 선택의 폭이 넓지만, 한국 여성 직장인들에 비하면 일본의 여성들 역시 보수적인 출근 룩을 고수합니다. 직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사무직이라면 주로 무채색 계열의 단정한 투피스를 출근 복장으로 선택하죠. 메이크업도 너무 튀지 않도록 단정한 선에서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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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뿐 아니라 언행에 있어서도 정해진 격식을 엄격하게 따라야 하는데요. 우선 상사와의 메신저 대화에서는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사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예외겠지만, 윗사람과 업무에 관한 대화를 하는 중에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은 실례라고 여기죠.  간단한 안부 메일에도 "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등의 형식적인 문구를 꼭 삽입해야 한다네요. 


술, 담배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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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다른 일본의 직장문화에 대해 나열하다 보니, 일본 직장은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격식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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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술자리 예절이 까다로운 편이죠. 술이 남아 있는 잔에 첨잔을 해서도 안되고, 윗사람 앞에서는 고개를 돌려 술을 마셔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이런 문화가 없는데요. 오히려 상대의 술잔이 다 비어버리기 전, 적당한 타이밍에 술을 채워주는 것이 예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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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주 가까운 사이거나 윗사람이 먼저 허락해 주지 않는 한 어른과 맞담배를 피우는 일이 드물죠. 하지만 일본에서는 부모님 앞이든, 상사 앞이든 크게 개의치 않고 함께 흡연을 합니다. 실내 흡연에 관대하다 보니 업무에 대해 상의를 하는 와중에도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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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부분을  '일본 직장이 한국 직장보다 개방적인 면'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직장 문화'보다는 그냥 '문화'에 가깝고, 보수적이냐 개방적이냐를 떠나 단순한 '차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직장에서의 예의범절이 워낙에 까다롭다 보니 일본의 서점에는 직장 매너를 알려주는 책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습니다. <입사 1년 차 비즈니스 매너 교과서>, <입사 1년 이내에 일류 사원이 되자> 같은 제목을 가진 이 책들은 신입사원이 놓치기 쉬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려주죠. 최근 한국 청년들이 일본 취업률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기가 일정 부분 회복된데다, 고령화 사회로 일찍 진입한 탓에 젊은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혹시 일본 기업으로의 취업을 고려하고 계신 분이라면 참고가 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