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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걸친 100억 기부 약속 완수한 

통 큰 스타트업 대표는

지난해 홍콩배우 주윤발이 '81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해 이슈가 되었습니다. 평소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애용한다는 그는 "돈은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일 뿐"이라며 "의미 있는 단체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이 쓰였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의 검소함과 깊은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은 가운데, '한국 부자들은 좀처럼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출처-MBC 실화탐사대

하지만 여기, 사비로 100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1년 6개월에 걸쳐 그 약속을 이행한 한국의 기업인이 있습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모든 기부에 진심 어린 의미가 담겨 있어 더욱 큰 울림을 주고 있는데요. 기부 과정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 기부왕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


출처-비즈조선 / 티타임즈

'김봉진'이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배달의 민족'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100억 기부의 주인공 김봉진 씨는 배달의 민족을 제작한 '우아한 형제들'의 대표인데요. 서울예대 디자인과 출신의 그는 처음 가구 디자이너로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고, 네이버 디자이너를 거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때마침 불고 있던 앱 개발바람에, 평소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현해보기로 하고, 배달의 민족 개발에 착수하죠. 


출처-한국경제매거진 / 플래텀

거리에 뿌려진 전단지를 수거해 음식점 5만 개의 전화번호를 모바일로 정리한 것에서 시작한 배달의 민족은 기발한 광고와 B급 감성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며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선도했고, 성장을 거듭해 연간 거래액 5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말 약 3억 2천만 달러 정도의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비상장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한 곳)'의 지위까지 공식 인정받는데요. 현재 우아한 형제들의 기업가치는 3조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페이스북에 올라온 기부 약속


출처-일간스포츠 / 김봉진 페이스북

2017년 10월 27일, 김봉진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장문의 글이 올라옵니다. 그 내용인즉슨, 앞으로 3년간 개인  지분을 처분해 1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었죠. 김 대표는 이미 주요 투자자들과도 상의가 이루어졌음을 밝히며, 이해와 응원에 감사한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출처- 이코노미 조선 / 김봉진 페이스북

기부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과 사업 실패 후 경제적으로 겪었던 어려움, 그리고 그런 상황들을 잘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을 꼽았는데요.



가난 때문에 좋아하던 미술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것과 나중에라도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던 것, 삼십 대 초반에 벌인 사업을 실패해 전세금까지 잃었던 일과 지금의 우아한 형제들을 키울 수 있었던 일, 등 일련의 경험들이 김 대표로 하여금 기부를 결심하도록 만든 겁니다. 


두 배 빠르게 이행한 약속


출처- 탑클래스 조선 / 김봉진 페이스북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김봉진 대표는 누구를 위해 100억 원을 쓸 예정인지, 그 자세한 계획까지 밝힙니다. 기부액의 절반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음식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과 복지, 회사 구성원들의 퇴직연금, 고독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우유배달 사업 등에 밑거름으로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죠. 


김봉진 대표의 기부는 이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집니다. 50억은 사랑의 열매와 초록우산에 저소득층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20억 원은 사랑의 열매에  배달 종사자들의 사고 시 의료비, 생계비로, 10억 원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사업에 기부하죠. 나머지 10억 원은 해외 빈곤 아동과 소외 이웃을 돕는 단체, 미혼 한 부모 지원 단체 및 모교인 서울예대에 나누어 기부합니다. 


출처-중앙일보 / 이코노미 조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의 유년시절 경험을 토대로,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의 종사자들을 고려하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까지 잊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처음에는 자신의 뜻대로 기부금을 사용해줄 재단을 설립할까 생각도 했지만,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재산을 은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까지 받게 되어 기존 기관에 기부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합니다. 


출처-중앙일보

하지만 김봉진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100% 그대로 이행한 것은 아닙니다. 한가지 지켜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부 이행 기간'이죠. 그는 당초 3년에 걸쳐 1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걸린 시간은 1년 6개월에 불과합니다. 김 대표가 이 기부 프로젝트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한국에서 기부왕이 나오기 힘든 이유


약속보다도 이른 시간 내에 1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마련하고 또 기부하는 과정이 쉽기만 했을 리 만무합니다. 김봉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한국에서 기부왕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에서도 이야기했죠.  


그는 한국에서 기부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세금폭탄이나 차등 의결권 부재 등을 꼽았습니다. 김대표는 기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유 주식 매각으로 인한 경영권 약화'를 우려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는데요. 창업자에게 1주당 1표 이상을 부여하는 차등 의결권이 가능하다면, 주식 처분으로 인한 경영권 약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마련된 자금은 기부뿐 아니라 후발 스타트업을 위한 펀드를 조성, 사회적 기업 설립 등 의미 있는 일에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출처- 서울경제

1년 6개월에 걸친 이번 기부로 김봉진 대표는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의 1811번째 회원이자 최고액 기부자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그의 관심은 기부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데요.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주 35시간을 도입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해 배달 앱 최초로 음식점 매출 정산 주기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하는 등,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만족러운 성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죠.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모범'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가 다음에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