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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점 필요 없지만 

젓가락질 잘해야만 여기 취업 가능합니다.

아직 바람은 조금 쌀쌀하지만, 이제 봄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남쪽 지역은 이미 벚꽃이 만발하고, 취업 시장은 상반기 채용이 한창이니까요. 이제 와서 학교나 학점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은 항상 남아있습니다. 취준생 여러분들은 영어점수를 올리고 자소서를 공들여 쓰는 등 자신의 스펙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막바지 노력을 하고 계실 텐데요. 오늘 소개할 기업의 지원자들은 시간을 쪼개어 젓가락질까지 연습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인·적성 검사를 통과하고 나면 '젓가락 면접'을 봐야 하기 때문이죠.


출처-오마이 뉴스


평균 연봉 4,845만 원의 중견기업


젓가락 면접을 시행한다는 이 기업은 간장으로 잘 알려진 '샘표'입니다. 1958년 국내 최초로 장류 전문 연구소를 개설하고 1968년부터 독자적인 종균을 배양·보유하기 시작한 샘표는 이제 명실 상부한 중견기업이 되었는데요. 지난해에는 매출액 95억 8천만 원, 영업이익 80억 8천만 원을 달성했죠. 


출처-사람인 / 더팩트

채용정보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샘표 직원들의 2018 평균 연봉은 4,845만 원으로, 동종업종 평균 대비 17.31%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대졸 초임은 전 해에 비해 6.9% 상승해  3,457만 원인 것으로 집계되었죠.  


대표적인 열린 채용 기업


이처럼 샘표는 동종업계에서 연봉 수준이 좋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직원을 채용하는 절차도 특별합니다.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면접전형 등을 거치는 것은 여타 기업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각 단계의 디테일은 그렇지 않죠.   


출처-instagram @helloracoon / @mmins_tastylife

우선 샘표는 '열린 채용'을 지향하기 때문에 성별, 나이, 출신학교, 학점, 어학점수, 전공 등에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는 지원자들로 하여금 인·적성 검사 날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호응을 얻기도 했죠. 검사가 이루어지는 충무로의 본사 1층 '우리맛 공간'에서는 간식과 함께 선배들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는 직무 Q&A 존도 마련했다는 소식입니다.  


샘표에만 있는 특별한 면접


출처-중앙시사매거진

하지만 샘표 채용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다름 아닌 '면접'입니다. 인·적성검사 다음으로 이루어지는 면접전형은 총 4가지 파트로 구성됩니다. 실무역량과 열정을 평가하는 실무면접, 팀을 이루어 요리를 만들고 요리의 주제를 설명하는 요리면접, 미래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임원면접, 지원자의 젓가락 이용법을 관찰하는 젓가락 면접이 그것이죠. 


실무면접, 임원면접은 다른 기업에서도 채용을 위해 거치는 절차인 데 반해, 요리면접이나 젓가락 면접은 매우 생소합니다. 샘표는 2000년에 요리면접을, 2016년에 젓가락 면접을 도입했는데요. 식품의 일종인 장류를 만드는 회사이니 요리면접까지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젓가락질 하는 모습은 대체 왜 지켜보겠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목적은 기업문화 이해


출처-한국경제

젓가락 면접을 도입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샘표 그룹 오너이자 샘표식품 대표인 박진선 사장은, 신입사원 연수교육의 식사 자리에서 직원들이 젓가락을 잘 다루지 못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에 젊은 세대에게 우리 전통과 음식문화의 가치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2013년부터 신입사원 교육과정에 젓가락 사용법을 포함시켰죠. 젓가락 교육의 연장으로 2016년부터는 채용 과정에서도 젓가락 면접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출처-더팩트

젓가락 면접의 목적 역시 '얼마나 젓가락질을 잘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들로 하여금 '샘표가 어떤 회사이며 무엇을 중요시하는 회사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늘어나는 이색면접


출처-위키트리

최근 샘표처럼 특이한 방식으로 면접을 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해태·크라운제과는 자사 연수원 근처의 등산로에서 약 2시간가량의 '등산 면접'을, 하이트진로는 1차 면접 후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음주 면접'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일부 지원자들은 업무 특성과 크게 관계없어 보이는 이색면접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평가 척도도 불분명해 신뢰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이에 기업들은 "지원자의 종합적인 인성을 평가하기 위한 자리"라며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