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땅콩 서비스'를
중단한 진짜 이유
2014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기억하시나요? 땅콩의 일종인 마카다미아가 규정대로 그릇에 담겨 제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발한 항공기를 회항시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죠.
이후 동생인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 비리 의혹까지 연이어 불거지면서 결국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박탈당하기에 이르렀죠.
어쩌면 ‘땅콩’이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었던 만큼, 대한항공에 땅콩은 그야말로 악연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단어가 됐는데요. 하지만 이제부터 더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땅콩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과연 이유가 뭘까요?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부터 기내에서 스낵으로 제공하던 꿀 땅콩 서비스를 중단하고, 대신 크래커 등으로 바꿔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만간 땅콩 성분이 포함된 식재료도 기내식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이유는 바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조치라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대한항공이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10대 소년의 탑승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인데요.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이 소년은 가족과 함께 인천공항을 거쳐 필리핀 마닐라로 가려다, 땅콩 알레르기를 이유로 마닐라행 대한항공편에 탑승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사전에 항공사 측에 땅콩 알레르기 여부를 밝히며, 심한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 땅콩 서비스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대한항공은 "비행기에서 내리든지 땅콩이 서빙되는 것을 감수하고 타고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 결국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하죠.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행기 뒤쪽 좌석에 앉아서 가겠다고 말했음에도 탑승이 거부됐습니다. 결국, 소년의 가족들은 인천에서 델타항공을 타고 애틀랜타로 돌아갔는데요. 이에 항공사 측에 환불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SBS 뉴스
대한항공은 2017년에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에게 마카다미아를 제공해 논란이 된 바가 있는데요. 당시 대한항공은 인천발 뉴욕행 항공기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4살 아이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가 포함된 기내식을 제공했다가, 아이가 기내에서 호흡곤란 상황을 겪기도 했죠.
출처: 웹드라마 'why'
이렇듯 땅콩은 알레르기 반응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식품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두드러기, 발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죠. 땅콩 알레르기가 심할 때는 옆 사람이 땅콩을 먹음으로써 가루와 냄새에 의해서도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델타항공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탑승하게 되면 땅콩이 포함된 기내식을 전면 중단하고, 사전에 좌석을 미리 청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공기와 좌석에 남아있을 땅콩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본 ANA항공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네요.
땅콩 알레르기로 생명을 위협받는 승객의 사례가 계속 생기자, 대한항공처럼 기내에서 아예 땅콩 서비스를 중단하는 항공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서 싱가포르항공도 기내에서 땅콩을 서비스하다 알러지가 발생한 승객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해 4월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는데요. 이외에도 콴타스항공, 에어 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 등도 같은 이유로 땅콩 서비스를 없앴죠.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은 이번 땅콩 서비스 중단은 순전히 승객 건강과 관련한 조치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대한항공의 그럴듯한 설명에도 승객들 사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것과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면서, 땅콩과의 질긴 악연을 끊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는데요.
땅콩 서비스를 중단하며, 우선 대한항공과 땅콩과의 악연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 땅콩 회항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갑질이 부메랑이 되어 조양호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어쨌든 고객의 안전을 고려한 이번 조치는 칭찬받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