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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숫자만큼은 삼성에 버금간다고 평가받는 이 회사는 어디?

금호 아시아나가 아시아나 항공의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아시아나는 박삼구 전 회장이 "나의 모든 것"이라 칭할 만큼 금호의 핵심적인 사업이었는데요. 채권단의 자금 수혈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뼈아픈 결정을 내린 것이죠. 국내 2위 항공사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그 향방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몸집은 크지만 부채 비율이 높거나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던 기업들이 종종 거론되는데요. 


출처: 뉴스1

최근 창립자 박성수 회장과 그 여동생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이랜드 그룹은 부채비율이 높았으나, 주요 브랜드 매각 등 과감한 조치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 중인 기업으로 꼽힙니다. 몇몇 브랜드의 매각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랜드는 아직도 다방면에 사업이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죠. 오늘은 이랜드에 소속된 계열사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랜드는 어쩌다 이렇게 넓은 사업영역을 아우르게 됐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슈퍼리치_연합뉴스


소속 법인만 168개


2018년 기준, 현재 이랜드에 소속된 법인의 수는 무려 30개입니다. 이랜드 그룹 웹사이트에 게재된 정보에 따르면 현재 이랜드에 소속된 법인은 168개죠.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자산 8조 3천억 원을 보유한 이랜드는 자산총액 기준으로 국내 기업 중 42위를 차지했지만, 계열사 숫자로는 13위 두산(26개)과 14위 한진 (28개) 등을 앞서고 있습니다. 


출처:이랜드

이랜드 그룹은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이라는 키워드를 근간으로 기업의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의식주와 휴식,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관련된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죠.


의류(이랜드 월드)와 외식산업(이랜드 파크), 건설이나 가구, 생활용품 사업, 호텔과 리조트, 백화점(이랜드 리테일), 테마파크와 여행에 관련된 계열사들이 이랜드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파이낸스 / 인사이트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 진출한 SPA 브랜드인 스파오를 비롯한 150개 의류 브랜드, 자연 별곡, 애슐리 등의 16개 외식 브랜드, 슈펜과 킴스클럽 등 도심형 아웃렛, 럭셔리 테마호텔을 표방하는 켄싱턴 등이 모두 이랜드 그룹에서 운영하는 사업들입니다. 


이대 앞 옷 가게로 시작한 사업


출처: 서울신문

지금은 이렇게 몸집이 커졌지만, 이랜드의 출발은 이화대학교 앞 2평짜리 옷 가게 '잉글랜드'였습니다. 1980년 첫 선을 보인 이 옷 가게의 모토는 '1/2 가격에 2배의 가치'였다는데요. 지금도 이랜드 의류 브랜드들은 트렌디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붙들고 있죠. 이랜드의 모태 잉글랜드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캐주얼한 의류를 선보여 이대생을 비롯한 젊은 층의 사랑을 받습니다. 


잉글랜드가 성공 가도를 달리자 박성수 회장은 1986년 '이랜드'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법인 설립에 나섭니다. 국내 최초로 의류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이랜드는 90년에는 시계 및 주얼리, 94년에는 아웃렛과 식품, 95년에는 호텔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죠. 


출처: 동아일보 / 이랜드 리테일 / 월요신문

2000년대에는 더욱 공격적으로 인수전에 착수합니다. 매출 2조를 달성한 2004년에는 뉴코아를, 2005년에는 해태 유통을 인수하고 5조를 달성한 2009년에는 한국 콘도와 베트남 국영기업 탕콤을 인수하죠. 2010년에는 동아백화점 4개 지점을 비롯해 우방랜드, 무드라, 벨페, 라리오 등의 브랜드를, 2011년에는 만다리나 덕, 엘칸토를 사들입니다.


성공적인 중국 시장 진출


출처: 패션서울

국내에서 순조롭게 사업 확장을 이룬 박성수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1994년 중국에 이미 생산지사를 설립한 이랜드는 현재 중국 각지에 20여 개 브랜드가 진출해 있는데요. 20개 브랜드 모두가 흑자를 달성할 만큼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넓은 땅덩이에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어 중국은 지역별로 선호하는 의류의 스타일이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지역적 특색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이랜드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치는데요. 각 지역별 담당자를 선발하고, 주로 현지인을 채용하며, 현지 파견될 한국인 직원은 중국 관련 서적을 100권씩 읽히는 등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다졌죠. 처음에는 매출 규모가 작아 중국 유통 업체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까지 휘어잡습니다. 중국의 대표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 자사 브랜드를 대량 입점시킨 이랜드의 지난해 광군제 매출은 무려 723억 원이었다네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결단


출처: 모바일 한경

이랜드가 항상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이랜드 그룹의 부채비율은 2013년 399%, 2015년 303%에 달했죠. 2014년 6,558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영업 이익도 점차 줄어들어 2017년에는 3,255억 원에 머무릅니다. 


출처: 위클리 오늘

다행인 것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과감한 조치가 비교적 일찍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랜드는 2017년 주요 브랜드들을 과감하게 매각하는데요.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기업 브이그라스에,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사모투자펀드 MBK 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198%로 낮추고 자금 유동성을 확보합니다. 


출처:tv조선 강적들

올 초에는 창립자 박성수 회장 및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30~40대의 젊은 인재를 기용해 투명한 독립경영에 힘을 싣고, 오너 일가는 후진 양성과 재단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이었죠.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7년 한 번 실패했던 이랜드 리테일의 상장을 올해 성공시키기 위한 이랜드 그룹의 초강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채 비율이 649%에 달했던 아시아나 항공과 달리, 시기적절한 브랜드 매각과 경영쇄신으로 이랜드 그룹의 급한 불은 꺼진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 이미 박 회장이 이랜드파크와 이랜드 월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돌입했지만, 충분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자 올해부터는 아예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도 인상적인데요. 각종 조치에 힘을 얻어 올 6월로 예정된 투자금 상환이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잠시 미뤄진 이랜드 리테일의 상장은 올해 안에 가능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