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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생일을 축하할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수다떨고 싶을 때, 여러분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최근에는 다양한 세계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번화가마다 들어서고, 한두가지 주력메뉴에 집중하는 전문 레스토랑도 많이 생겼죠. 하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모임을 위해 젊은 층이 찾는 장소는 한정적이었습니다. 이천년대를 주름잡은 패밀리 레스토랑도 그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였죠. 지금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당시에는 물가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통신사 할인과 생일쿠폰까지 꼭꼭 챙겨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오늘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 속으로 잠시 들어가볼까 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캐주얼 레스토랑


출처: 아웃백 스테이크 광고

한국에서 통용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사실 일본에서 들어온 개념입니다. 복장이나 식사매너에 엄격한 규칙이 있는 파인 다이닝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죠. 반면 서양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은 가족 구성원이 함께 운영하는 식당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네요. 


한국에 처음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특별한 날 가족끼리 외식'이라면 경양식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아직 많았고, 대부분 가정의 경제사정에 패밀리 레스토랑의 가격대는 너무 높았죠. 때문에 대기업의 자본력이 뒷받침된 코코스와 스카이락을 제외한 대부분의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은 곧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90년대에는 베니건스, TGIF, 마르쉐 등 우리에게 익숙한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들어옵니다. 경양식집에 이어 이번엔 피자헛 등 피자 레스토랑에 가려 별 빛을 발하지 못하던 이들은 90년대 말 외환위기까지 닥치면서 심각한 불황을 맞이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여기에 후발주자 아웃백까지 론칭하면서 바야흐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각종 꿀팁의 홍수


패밀리 레스토랑의 확산에는 경제회복 뿐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싸이월드·블로그의 등장도 큰 몫을 합니다. 예쁘게 세팅된 음식들, 은은한 조명아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촬영해 미니홈피에 올리거나 각종 주문 꿀팁을 블로그에 정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출처: 네이버 블로그 도담도담

무제한 제공되는 식전빵 부시맨 브레드에는 기본 버터 외에 허니버터나 블루치즈 소스를 요청한다든가, 먹다보면 뻑뻑해지는 투움바 파스타를 주문할 땐 미리 '소스 많이'를 부탁하는 것은 아웃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팁이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런치 세트 메뉴를 주문해서 스프를 샐러드로 바꾸고 치킨텐더를 추가해, 정식 메뉴인 '축텐더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었죠. 빕스의 경우 새우나 치킨 등 디너 타임에만 나오는 메뉴가 있어, 일부러 런치와 디너에 걸친 중간 시간대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뷔페형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에 준비된 음식들을 자신만의  조합으로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다 비슷비슷한 메뉴를 판매했을 것 같지만, "여기 가면 이건 꼭 먹어야 한다"는, 시그니처 메뉴도 있었습니다. 토니로마스는 바베큐 립이 유명했고, 베니건스에서는 몬테크리스토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죠. 특히 샌드위치를 튀겨 만든 몬테크리스토는 악명 높은 칼로리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사랑받았는데요. 최근까지도 블로거들 사이에서 '집에서 만드는 몬테크리스토 레시피'가  공유될 정도입니다. 


꼼꼼히 챙겨받는 할인 혜택


캐주얼한 레스토랑이라고는 하지만, 메뉴하나당 2~3만원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가격대는 당시 물가를 생각했을 때 결코 낮지 않았습니다. 주 이용층이 20대였던 만큼 높은 가격은 중요한  장벽이 될 수 있었고, 각각의 브랜드는 이들을 자사 레스토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했죠. 


출처: 뉴시스

가장 기본적인 할인 방식은 통신사 제휴 할인이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SKT, KTF, LGT와 경쟁적으로 제휴를 맺어 통상 15~20%정도의 할인을 제공했는데요. 이 때문에 할인 혜택이 가장 적었던 LGT 고객들이 SKT나 KTF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었죠. 특히 SKT는 매달 일정한 날짜를 '레인보우 데이'로 정해 아웃백과 TGIF 등에서 파격적인 반액 할인을 제공했고, 이 날 두 패밀리 레스토랑은 발디딜 틈 없이 붐비곤 했죠.  


출처: Youtube 사또마님

생일 쿠폰도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웃백에서는 생일쿠폰을 출력해가면 블루밍 어니언·레인지랜드 립레츠·쿠지베이 칼라마리 중 한가지 메뉴를, 베니건스는 컨츄리 치킨 샐러드나 비프 앤 치킨 퀘사디아 중 하나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TGIF에서는 여전히  무료 메뉴와 직원들의 축하노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쇠퇴기에 들어선 패밀리 레스토랑


이렇게 각종 꿀팁을 양산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도 어느 순간 시들해지기 시작합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심화된 내수 경기 침체,  외식산업 트렌드 변화로 많은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철수하게 되죠. 토니로마스는 2014년, 베니건스는 2016년을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출처: 뉴스1 / 오마이뉴스

아웃백과 빕스, TGIF는 아직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장 수나 인기 면에서 200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위축되었는데요. 2007년 51개에 달했던 TGIF 매장은 29개로, 100호점을 오픈 당시 "매장 수를 150개로 늘리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아웃백 스테이크 역시 점포 중 30%이상의 문을 닫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중적인 인기와 CJ 푸드빌의 자본력에 힘입어 2010년대 중반까지 건재함을 자랑하던 빕스 역시 2018년부터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네요. 


지금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의 국내 도입기, 전성기 그리고 쇠퇴기가 어땠는지 살펴보았습니다. 2000년대에 20~30대를 보낸 분들이라면 잠시 옛날 생각에 잠기셨을 텐데요. 80~90년대에 유행했던 경양식 레스토랑이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죠. 언젠가는 '추억의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를 내는 식당도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