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문과와 이과는 섞일 수 없다고 흔히 생각합니다. 간혹 '내가 문과, 혹은 이과라서 그래~'라는 식의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물과 기름으로만 보였던 두 분야를 모두 섭렵한 분이 있다고 합니다. '의대 출신 검사'라는 꿈같은 타이틀을 얻은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또 의대 출신이라는 능력을 어떻게 활용했길래 이슈가 된 것일까요?
오늘의 주인공인 송한섭 검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수재입니다. 상위 0.01%라고 불리는 그는 서울대 병원에서 인턴을 지낸 뒤 군의관으로 입대하였는데요. 제대만 하면 다시 의사로서의 길을 갈 줄 알았던 그가 이때부터 사법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상으로 인해 조기 제대한 그는 시험을 좀 더 빨리 준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단 2년 만에 최종 합격까지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기 제대를 감안하고 봐도 엄청난 속도라고 볼 수 있겠죠.
시험 합격 이후 사법 연수원에 들어간 그는 연수원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게 되었는데요. 여러 방향의 진로 중에서도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피의자에게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검사를 택한 것입니다. 현재는 서울 중앙 지검에서 형사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는 2010년, 30세의 나이에 의대 출신 검사의 타이틀을 획득합니다. 의사와 검사 중 하나에만 투자해도 30세의 나이는 젊은 편인데요. 탁월한 지성과 열정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그는 애초에 왜 의사에서 검사로 전향하게 된 것일까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몸이 좋지 않아 의사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을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이 건강하지 않은 것이 자연스럽게 의대 진학으로 이어지게 한 것인데요. 막상 의대에 진학하니 꿈을 향한 '설렘'이나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진로를 고민하던 찰나, 그는 자신이 법에 관심이 깊은 것은 아니었으나 항상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는 법조인의 길을 가게 된 것이죠. 물론 검사로서도 힘든 일은 많지만 매우 보람차다고 그는 말합니다.
또한 진로를 바꾸었다고 해서 의대에서의 공부가 헛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의학과 관련하여 분쟁이 일어나면 동료들 중 자신을 따라올 검사가 없다는 것인데요. 그는 실제로 모든 의학 용어를 암기했고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의 독보적인 능력은 몇 가지 사례에서도 드러납니다. 한 번은 성형 수술 부작용을 고소한 사건이 배당되었는데요. 사건 검토 후 그는 성형외과 의사에게 전화로 "내가 의사인데, 내용을 보니 어차피 당신이 질 것 같은데요. 검찰 오가면서 고생하지 말고 합의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빠른 합의로 이어지게 하였습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살인범이 20년간 식물인간인 척하여 집행을 미루던 사건을 해결하여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앞에서 식물인간 행세로 넘어갈 순 없겠죠. 이렇게 숱한 사건에 배운 지식이 활용되었기 때문에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의대 출신이었던 만큼 암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법조인들에게 꼭 필요한 '리걸 마인드'를 체득하는 것에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무엇을, 얼마나, 정말로 잘못했는지 밝히고 어느 정도의 형량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리걸 마인드를 가진 법조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의사와 검사의 자격을 모두 가진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의사를 포기하고 진짜 자신이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도전한 것이 더욱 대단한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