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날 되면 시작되는 눈치싸움
수험생만큼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받는 감독관
1박 2일 아르바이트에 돌아온 수당은 글쎄···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 수능날이 되면 전국이 분주해집니다. 수험생의 지각을 막기 위해 소방차, 순찰차 수백 대가 동원되는가 하면, 듣기 평가에 차질이 없도록 비행이 이·착륙 시간을 늦추기도 하죠.
그렇게 수험생은 전 국민에게 응원을 받으며 수능장으로 향합니다. 긴 시험 시간을 마치고 나오면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버리죠.
수능 당일이 되면 수험생만큼이나 고생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능 감독관인데요. 수능 감독관은 수능 전날부터 공정한 수능을 위한 강의를 들으며 감독관으로서의 면모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데 선생님들은 이 수능 감독관을 하지 않기 위해 병원 진단서를 떼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수능 감독관을 기피하는 풍조가 깊어졌을까요?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차출 공문 내려오면 한숨부터 쉬는 교사들
수능 시험 전날이 되면 교무실에서는 ‘눈치 싸움’이 시작됩니다. 교육청에서 내려온 감독관 차출 공문 때문이죠. 대부분이 수능 감독을 맡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며 주저합니다. 그러나 몸이 심각하게 아픈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반강제적으로 감독관을 하게 됩니다. 만약 건강 문제로 감독 업무를 거절한다면 진단서 제출을 해야 하죠. 지역별로 교사 수도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이 많은 지역이라면 교사 전원이 차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수능 감독을 맡게 되면 수능 전날 진행되는 감독관 회의에 참여해야 합니다. 회의는 보통 3시간 안팎으로 진행되는데요. 필수 참석이기 때문에 오후 수업은 다른 교사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빈자리가 많아 수능 전날은 단축수업을 진행하거나,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학교도 있죠.
◎ 장시간 서있는 것은 물론 수험생 민원 제기에 스트레스까지
수능 날이 되면 감독관은 오전 7시 30분까지 시험장으로 향해야 합니다. 신분 확인을 마치고 시험장으로 들어서야 어떤 감독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무슨 교시를 맡았는지를 알 수 있죠. 감독관의 업무도 다양한데요. 교실에 들어가 시험지를 배부하고 걷는 정감독과, 함께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부감독, 그리고 비교적 쉬운 업무를 맡는 서무 요원도 있습니다.
감독관이 가장 꺼리는 시간은 2교시 수학 시간인데요. 시험 시간이 가장 긴 100분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4교시에 진행되는 탐구 영역도 감독관들이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선택 영역이 2가지이다 보니, 문제를 교환하거나 안내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죠. 또한 시험의 끝이 다가오고 있어, 이 시간이 되면 감독관도 수험생만큼이나 지쳐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자리에 오랜 시간을 서있어야 하다 보니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예민한 수험생들이 시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작은 소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죠. 대부분의 감독관은 수능 4교시 중 3교시에 배정되고 있으니, 수험생만큼이나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정 자세로 서있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Instagram @chocostory1124, yna
◎ 개선 요구에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들
1박 2일간 시행된 감독관 업무를 마치면, 감독관 수당이 주어집니다. 수당은 13만 원인데요. 지난해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미뤄졌을 때는 2만 원의 추가 수당이 나왔다고 합니다.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는 적당한 수당이 될 수도 있지만, 교사들이 감독관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와 반강제적인 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당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교사들은 인원 충원과 키높이 의자 도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해당 문제 제기에 대해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을 했죠. 감독관을 2교대로 운영하면 이전보다 감독관을 2배 더 차출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한 키높이 의자는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며 거절했죠.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험생에게 수능은 인생이 달려 있을 지도 모르는 중대한 시험이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아주 사소한 부탁이라 생각될 수 있는 것도 감독관에게 요구하곤 하죠. 그러나 만약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거나, 작은 소리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면 ‘감독관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며 소송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9학년도 수능에서 감독관이 문제지에 이름과 수험 번호를 사인펜으로 기재하라고 했다가 소송을 당한 경우가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은 이 때문에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대학에 불합격했다며 700만 원을 청구했죠. 법원이 해당 소송을 기각하긴 했지만, 감독관은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소송의 위협에 휘말릴 수 있겠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 개선된 부분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2020학년도 수능부터 일반 공무원에게도 감독관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감독관 수당 인상을 추진하고, 감독관 수당도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이라 덧붙였죠. 그러나 교사노조연맹이 요구한 조건이 모두 받아들여지지는 않아 교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수능이 계속 시행될 예정인 만큼, 수험생만큼이나 고생하는 감독관들을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