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뷰티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계의 신성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인 눈썹 관리부터 아이돌 커버 메이크업까지 선보이며 남성들은 물론 여성 팬들까지 사로잡고 있죠. 그러나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이크업을 하는 남성을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관심이 있더라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이런 인식 속에서 묵묵히 남성 뷰티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가 있습니다. 10년 차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아우라 M, 이상민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사춘기 시절 이상민 씨는 여드름으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피부를 위해 좋다고 소문난 백화점 제품은 다 사용한 상태였죠. 더 이상 시도할 제품이 없자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직구도 하고, 약국에서도 제품을 구매하다 보니 어느새 스킨케어 제품에 한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있었습니다.
이후 대학생이 된 그는 BB크림을 처음 접했습니다. 한순간에 여드름이 가려지는 모습에 유레카를 외쳤죠. “메이크업에 흥미를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어떤 제품이 좋은지 몰라서 돈도 많이 버렸습니다. 성분 때문에 애써 복구한 피부가 뒤집어지기도 했죠.” 그렇게 이상민 씨는 차근차근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나갔습니다.
이상민 씨는 발로 뛰며 얻은 뷰티 정보를 아우라 M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술 작업 포트폴리오 용도로 개설한 블로그였지만, 사람들은 그의 작업물만큼 뷰티 제품 리뷰에 열광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품 브랜드에서도 리뷰 문의 제안이 왔습니다. 전공을 살려 이미지를 편집하고, 다른 블로거보다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그의 게시글에 사람들이 반응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블로그에는 늘 그를 무시하는 시선이 뒤따랐습니다. ‘남자가 무슨 화장이냐’라며 이상민 씨를 비난하고, 심지어 그의 부모님을 향해 욕설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시선은 부모님께 가장 직접적으로 느꼈습니다. 몰래 숨어서 화장하다가 블로그가 일이 되고,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기면서 떳떳해질 수 있었죠.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몇 년 걸린 것 같네요.”
블로그가 성장하면서 화장품을 향한 그의 애정도 커져갔습니다. 어릴 적부터 간직했던 디자이너라는 꿈도 바꿔놓았죠. “잡지사 마케터로 처음 사회생활에 뛰어들었습니다. 근무하던 중 메이크업 북 출간 제의가 왔습니다.” 그러나 행사가 있는 잡지사 마케터에게 원고를 쓸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이상민 씨는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원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출간된 책은 유명 온라인 서점 주간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루밍의 교과서라 불리며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받았죠. 독자 중에는 휴가 중 책을 구매해 부대에서 대원들과 돌려본 이도 있었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바로 다음 날에는 GS shop 쇼호스트 최종 면접이 있었습니다.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출연했던 홈쇼핑 뷰티 프로그램이 쇼호스트의 꿈을 키우게 했죠. 이상민 씨는 면접에 자신의 책을 들고 갔습니다.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첫 판매 제품은 헤어 에센스였습니다. 당시 남성 쇼호스트가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죠. “이후 다양한 제품 방송에 배정되었지만, 그래도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건 뷰티/패션 쪽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쇼호스트 길만 걸어오신 분들보다는 아무래도 할 얘기가 많으니까요.”
입사 6개월이 채 안 되었을 땐 사내 프로그램 <더 뷰티>의 고정 호스트로 발탁되었습니다. 이미 이상민 씨가 블로거로 활동할 때 객원 게스트로 출연한 적 있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렇게 그는 뷰티 전문 쇼호스트로 주목받으면서 단숨에 쇼호스트 계의 샛별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쇼호스트로 근무하다 보니 이상민 씨가 블로그로 쌓아온 아우라 M 캐릭터가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직업 특성상 블로그와 SNS에 특정 제품 리뷰를 남기는 것도 제약이 있었죠. 쇼호스트와 뷰티 인플루언서, 두 가지 길에 대한 고민으로 선배들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때 한 선배의 조언이 그의 고민을 해결해주었죠.
“최선의 선택보다는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라며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입사 2년 만에 퇴사를 결정했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요.” 그렇게 이상민 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우라 M의 정체성을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CJ오쇼핑 <뷰티의 신>, SK스토어 <미인양품> 등 뷰티 전문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하며 뷰티 정보를 전달하고도 있습니다.
파워 뷰티 블로거에서 마케터, 작가 그리고 쇼호스트까지. 이상민 씨는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10년간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하여 남성 색조 브랜드 론칭에 협업하기도 했죠. 이후 그는 남성을 위한 메이크업 뷰티 클래스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뷰티를 향한 그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요. 이젠 메이크업을 하는 남성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1세대 뷰티 인플루언서 이상민 씨는 이런 변화에 "뿌듯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성들의 뷰티 지식이 전문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SNS를 통해 저를 롤 모델이라 말해주는 어린 친구들도 있죠. 그런 분들을 보면서 저도 더 공부해야겠다고 자극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그리고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상민 씨는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좋아하던 ‘뷰티’를 절대 놓지 않으니 취미가 직업이 되었고, 곧 그를 표현할 수 있는 전부가 되었죠.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됐다는 게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10년간 포기하지 않고 한 길을 걷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