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설렘과 동시에 학부모들은 부담스러운 교복 값을 걱정합니다. 교실 내 빈부격차를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복이 반대로 학부모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습니다.
한 벌씩만 구매해도 30만 원 대이고, 치마나 블라우스 여벌 옷을 한 벌씩만 더 사면 비용은 훌쩍 뜁니다. 정부에선 학부모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교복 값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를 알게 된 교복 업체에서 취한 행동이 화제입니다. 대체 어떤 행동을 취한 것일까요?
30만 원 지원했더니 30만 원 인상
작년 12월 전라남도교육청 학교 교복 지원 조례가 제정·공포되면서 1인당 30만 원 범위에서 교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었죠. 전라남도 내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1인당 30만 원 범위에서 학교 주관 구매를 통해 학생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자 교복업체들은 일제히 비슷한 가격대에 맞춰 가격을 인상했는데요. A 업체 교복값 17만 5000원(2018년) → 30만 원(2019년), B 업체 교복값 17만 원(2018년) → 38만 5000원(2019년). 1년 사이에 12만 원 가까이 올랐고 동일하게 30만 원 대의 가격입니다.
고등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 측에서 품질을 개선했다고 얘기하지만 30만 원을 받을 만큼 극적으로 품질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교복 업체들은 지원 예산이 나오면서 그만큼 교복 가격을 올린 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권고한 교복 상한가인 30만 5천 원 정도를 받아도 남는 게 없다는 주장이네요.
교복 가격 담합, 처벌은 가능할까?
예전부터 전국의 상당수 지역에서 4대 교복 브랜드 업체의 가격이 똑같아 담합 의혹이 제기되어 왔었죠. 학교마다 교복이 다름에도 모든 업체에서 동일하게 교복 가격을 30만 원 대로 인상했습니다. 정황상 담합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yna(교복 원가), 용인시민신문(품목별 가격)
교복 업체들의 이러한 행태는 형법상 경매입찰방해죄와 공정거래법상의 담합에는 해당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들의 교복값이 유달리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하게 인상됐다고 해서, 그런 정황만 갖고 담합을 인정할 수 없죠. 업체들이 교복값 결정과 관련해 서로 의사를 주고받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업체들이 가격 결정과 관련된 명시적·묵시적 의사 연락이 있다고 볼 만한 추가적 사정이 증명되지 않으면 가격 결정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는데요. 따라서 실제 공정위가 교복업체의 교복값 인상을 담합행위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도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과징금을 물리지 않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2015년 청주시 소재 중·고등학교 교복구매 입찰에서 낙찰자와 투찰금액을 합의한 엘리트 학생복 청주점, 아이비클럽 한성 및 스쿨룩스 청주점 등 3개 교복 브랜드 대리점 사업자를 적발하여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교복 값을 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
공정거래위원회
정부는 2013년 7월 교복 가격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5학년도부터 모든 국·공립학교는 교복을 학교에서 구입하는 ‘교복 학교 주관 구매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입찰 등을 통해 교복 공급 업자를 선정하고, 신입생은 교복 구입대금을 학교에 납부하고 학교에서 선정한 교복 업체로부터 교복을 공급받고 있죠.
각 시도 교육청은 조례를 개정하여 무상으로 교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천시의 한 고등학교는 학교 주관 구매로 교복 가격이 267,400원으로 낙찰, 정부에서 1인당 266,000원의 균등 지원금을 받아 (동복, 하복, 생활복) 총 1,400원만을 부담하였습니다.
대구시 교육청은 가격은 낮추고 기능성을 높인 착한 교복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착한 교복의 단가는 개별 학교에서 가격 조사를 통해 기초금액을 결정한 후, 공개경쟁 등의 방법을 통해 구매 업체를 선정합니다. 이 정책으로 평균 구매 가격이 기존 교복 상한가 보다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교복 학교 주관 구매제로 인해 교복 대란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학교별 낙찰 업체는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주문이 확정된 뒤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교복 없이 입학식에 참석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입찰이 전년도 8월까지는 결정되어야 원단을 준비하고 사전 생산을 할 수 있는데 신입생 배정은 그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비싼 교복 값 문제는 매년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매번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피해가는 교복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 또한 반복되었죠. 정부는 지원금으로 교복값 부담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교복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공정위에서 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강하게 나서줄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