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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아시나요? 이것은 로마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인 트레비 분수에서 유래되었는데요.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을 한 개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개를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개를 던지면 지금의 연인과 이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 속설 때문에 사람들은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는데요. 아마 '내가 던진 동전은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과연 분수대 속 동전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레비 분수의 동전은 어디로 갈까?


트레비 분수는 영화 <로마의 휴일>로 더욱 유명해졌는데요. 전설은 물론 영화에까지 등장한 이곳에선 낮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동전을 던지기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수북이 쌓인 동전 때문에 바닥을 구경하기는 더욱더 힘들죠. 이 동전들은 매일 아침 로마시에서 진공 흡입기와 밀대 등을 이용해 수거하는데요. 하루에 3,000유로(약 380만 원)의 동전이 쌓인다고 합니다. 


하루에 380만 원이니 한 달만 지나도 금액이 어마어마하겠죠? 수거된 동전은 2001년부터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리타스'에 기부되었습니다. 카리타스는 저소득층 식품 지원, 무료 급식소, 난민 쉼터 등에 기부금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최근, 로마시 시장이 가톨릭교회에 동전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과거 2017년에도 재정난에 처한 로마가 동전을 노렸지만, 반발이 너무 커서 무산이 된 일이 있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무산됐으며, 카리타스에 계속 기부하기로 결정이 됐습니다.


벌써 동전으로 4억 모인 청계천 팔석담


서울의 트레비 분수라고 불리는 청계천 팔석담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는데요. 청계천 복원 사업이 2005년에 완료되면서 '행운의 동전 던지기'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2008년에는 의미를 더하고자 트레비 분수를 본떠 만든 '소망석'을 설치했는데요. 그 결과 1년에 약 5200만 원 정도의 금액이 모였으며, 현재까지 모인 동전은 무려 4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행운의 동전 던지기 초기에는 동전을 매일 수거하지 않고 1~2주에 한 번씩 수거했는데요. 당시 1년간 모인 동전은 총 8만 6,233개로 요즘엔 보기 힘든 1원짜리 동전이 9개나 있었죠. 첫 번째와 두 번째 모금은  각각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돕기 성금으로 전달했습니다.


현재는 매일 밤 9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동전을 수거를 하는데요. 수거된 모금은 서울장학 재단에 기부해 서울 소재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청계천 꿈디딤 장학금'으로 사용됩니다. 2005년 이후로 2018년까지 모인 금액은 국내 동전 3억 9,663만 4,000원, 외국 동전 35만 4,338개로 외국 동전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계천에 떨어진 외국 동전들, 어디로 갈까


국내 동전들은 장학 재단에 기부하거나 성금 기탁이 가능하지만 외국 동전은 환전이 어려워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요. 수거되는 외국 동전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환전이 불가능한 동전은 유니세프에 일괄적으로 보내집니다. 지난해에도 서울시민 이름으로 외국 동전 1만 5,000점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했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이를 다시 영국으로 보내 환전 후에 긴급구호자금으로 활용된다고 하네요.


분수대 속 동전, 가져가면 불법?


분수대에 잔뜩 쌓여있는 동전에 혹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실제로 동전을 훔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2002년 로마에서, 한 달 동안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주워 1만 2000유로(약 1500만 원)를 훔친 노숙자가 붙잡혔습니다. 또 2005년에는 청소용역 업체 직원 4명이 11만 유로(약 1억 2800여만 원)를 훔쳐 로마 경찰의 조사를 받았죠. 


다만, 로마의 경우에는 분수대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동전을 꺼내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실제로 2003년에 낚싯대로 동전을 건져 올린 여성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판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트레비 분수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소를 한다고 하니 이제는 누구도 동전을 훔칠 수가 없겠네요. 그리고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아직 적발된 사례가 없습니다.


각자의 소원을 빌며 던지는 동전은 불우이웃에게 또 다른 희망을 전해주고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일부는 "정말 필요한 곳에 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완전히 믿을 순 없다"라며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모두의 소원이 담긴 작은 동전들이 꼭 필요한 곳에 전해져 의미가 변질되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