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대학이 온라인 강의 기간을 1~2주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이달 말까지 예정된 비대면 수업 체제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부 대학은 이번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 것까지 검토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강의는 다양한 문제들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간고사도 집에서 보는 대학생들
연세대학교 측에서는 이번 달 26일 2020학년도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겠다는 내용의 지침을 교수들에게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상황인데,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를 경우 공정성 논란 등이 예상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과제 등으로 시험을 대체할지는 교수 재량에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광운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 서울 시내의 몇몇 대학들은 이번 학기 전체를 비대면 수업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입니다. 한국 과학 기술원은(KAIST)는 온라인 강의를 우한 코로나 종식 시점까지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서울의 다른 대학교들도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확산 추이에 따라 추가 연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지속되자 강의와 관련된 문제들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외대에서는 온라인 강의 진행 중인 한 교수가 강의 도중 메신저로 음란물을 전송받은 장면이 노출돼 논란이 일고 있죠. 한국외대 학생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A 교수의 사전 녹화 강의 영상에서 해당 교수의 카카오톡 대화창이 잠시 나타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음란물로 추정되는 영상 여러 개를 전송받은 장면이 노출됐습니다.
사생활 노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수와 학생 모두 각자 집에서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함께 사는 가족이 온라인 강의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서울의 한 대학 온라인 강의 도중 교수의 부인이 화면에 등장해 "당신 그거 언제 끝나"라고 묻자 교수가 "일찍 끝내겠다"라고 답하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전달됐기도 했습니다. 한 온라인 강의에서는 마이크를 통해 학생이 엄마와 말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려 채팅창에 '엄마랑 싸우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강의 질 저하 문제 또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남의 한 교수는 나무 위키를 읽어야 강의를 볼 수 있게 강좌 커리큘럼을 구성해 학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최근 온라인 강의 자료를 클릭하자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 위키로 연결됐기 때문이죠. 학생들은 ‘출처도, 사실 여부도 알 수 없는 자료를 공부해 시험을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현재 일부 대학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학생이 아닌 외부인이 온라인 강의에 참여해 수업을 방해하는 일도 생겨났습니다. 아프리카 TV에서 강의를 진행한 금오공대의 한 교수 수업에서는 갑자기 현금성 유료 아이템인 ‘별 풍선’ 터지는 등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죠.
이러한 질 낮은 강의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은 등록금 인하 요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운동 본부·전국 대학 학생회 네트워크 등 대학생 단체들은 19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교육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각 대학이 등록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등장했습니다. 청원자는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현재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보다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로 일부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죠. 이 청원에는 현재 30일 기준 13만 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대학생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학 등록금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법적으로 대학이 등록금을 환불할 근거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은 총장들이 정하는 것이고, 반환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면서 “다만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나 상환 유예 등 부분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대학교의 온라인 강의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대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강의 문제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