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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등장한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채용 시장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인 롯데, SK, 삼성, 포스코는 올해 대졸 공채 일정을 연기하거나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현대차, LG, GS, 한화, CJ는 공채 잠정 중단을 고려 중에 있죠. 이유는 코로나 19 감염 확산 방지와 실적 부진 우려 때문입니다.


취업 시장에 닥친 위기는 신규 취업자 뿐 만 아니라 기존 근로자의 고용 유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휴업에 나서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면서 비자발적 퇴직자 급증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입사 당시에는 정년 퇴직을 보장한다는 대기업들도 정년이 된 이후에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오늘은 요즘 사회에서 대기업 정년 퇴직이 실제로 보장되는 일인 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천 명 중 정년 퇴직자는 고작 26명



국회 환경 노동 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은 60세까지 고용 연장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50세 이상 인원에 대해 대규모 퇴직을 반강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 그룹 계열사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삼성 그룹 퇴직자 1만 2천 315명 중 정년 퇴직은 18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퇴직자 전체 인원 대비 1.5%에 해당하는 낮은 수치이죠.


뿐만 아니라 삼성 전자는 전체 퇴직자 2천 104명 중 정년 퇴직자가 26명에 불과했고 개인 사정 퇴사는 1천 668명, 경영상 퇴사는 40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삼성 디스플레이 역시 1천 89명의 퇴직자 가운데 개인 사정이나 경영 상 퇴직한 사람은 1천 81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인 LG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LG는 60세 정년 퇴임 조건에도 불구하고 평균 퇴직 연령이 51.4세로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중 가장 낮습니다. 또한 명예 퇴직 제도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개설하여 50대 이후로는 정년 퇴임보다는 명예 퇴직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정년 보장의 현실



실제로 삼성 화재에서 24년 동안 근무한 김 씨는 2014년부터 영업 부서를 맡아 흑자라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 몇 달 뒤 그에게 날아온 것은 보직 해임 통보였습니다.김씨에 따르면 아무리 능력, 성과, 평판이 탁월해도 50세 전후이면 인사 팀 면담이 개별적으로 직원들에게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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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처럼 보직 해임된 사람들에게는 두 가진 선택권이 주어지게 되는데요, 위로금을 받고 퇴사하거나 계약직으로 전환해 몇 년 더 일하는 것이죠. 이러한 선택을 둘 다 거부하면 평소 일과는 다른 업무가 부여된다고 밝혔습니다. 직책이 낮은 후배가 자신보다 높은 직책으로 올라가 후배에게 업무 지시를 받던지, 혹은 일은 주지 않고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게 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부당 대우는 직원들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든 문제입니다. 노동 위원회에 건의를 해서 삼성이 부당하게 퇴직을 권고하고 있다고 신고 하는 순간 회사에서 당장 짤리기 때문이죠. 따라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부당 대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참고 계속 버티거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관두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됩니다. 결국 요즘 대기업에서 끝까지 버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정부의 권고에도 지속되는 정년 문제


인권 위원회는 삼성과 같은 이러한 정년 퇴직자 부당 대우의 사례를 신고 받고 퇴직에 대한 연령 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돌아온 답은 이때까지 이뤄진 퇴직 권고는 모두 성과에 따른 정당한 해임이었지만 권고 내용은 검토해보겠다는 말 뿐 이였죠.


그 이후 정부는 중장년층의 고용 안정을 위해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대상을 확대했죠. 하지만 이렇듯 60세 정년을 법으로 못 박은 이후에도 실제로는 근속 연수가 평균적으로 1년밖에 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이유는 여전히 대기업들이 노동 생산성을 이유로 중장년 근로자들의 비자발적 퇴진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장년층의  정년 퇴임 보장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실질적으로 정년 퇴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