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예비부부들은 결혼식, 신혼여행을 줄줄이 연기, 취소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일정을 미루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위약금 문제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식을 올리는 이들도 있었죠.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접수한 예식서비스 위약금 상담 건수는 1,829건으로 작년보다 8.3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식, 신혼여행 등의 예약 취소 시 따라오는 위약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예식장 표준 약관에 없는 '이것'
약정을 위반했을 시 상대방, 제3자에게 교부해야 하는 위약금.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살펴보면 예식장의 경우 90일 전 계약 해지 시 계약금 환급, 60일 전 해지 시총 비용의 10%를 배상해야 합니다. 29일 전 이후에 통보 시 35%를 배상해야 하는데요. 다만, 이는 소비자와 업체 사이의 분쟁 해결을 위한 일종의 권고 사항에 불과해 법적 강제력이 없습니다.
그 결과 업체 측에선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러한 업체 측의 요구가 법이나 약관에 위반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 거래 위원회의 예식장 표준 약관에선 천재지변을 이유로 한 예약 취소에는 계약금을 돌려주게 되어 있는데요. 코로나19는 전염병으로 사회 재난에 해당됩니다. 이와 관련한 환불, 반환 규정이 없어 적용이 불가한 것이죠. 웨딩 보험에서도 사스, 조류독감, 신종 플루 등의 감염병 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으로 인정한 인플루엔자 변형은 면책사항이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예식장에서 정한 위약금 기준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표준 약관과 다르다고 해서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할 순 없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죠. 다만, 약관규제법상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과도한 손해 배상 의무를 요구하는 경우 무효 처리가 가능한데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해 약관의 무효 여부를 심사 받아야 합니다. 불공정한 조항으로 무효에 해당한다면 업체 측에서 요구한 금액을 그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허니문 항공권은 자동 취소, 숙박은?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가 117곳에 달하면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신혼여행을 기대하던 예비부부에게도 비상이 걸렸는데요. 패키지여행이라면 여행사 측과 항공권, 숙박권 등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여행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한국인 입국 금지를 내린 국가와 외교부가 여행 자제 단계를 발령한 국가 여행 상품에 한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죠.
자유여행을 계획한 이들은 어떨까요? 정부에서 입국 제한 결정을 내린 국가의 경우 여객기 자체가 결항해 항공권 예약은 자동으로 취소되며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됩니다. 문제는 아고다,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등의 온라인 여행사(OTA)에서 진행한 숙박권 예약이죠. 환불 불가 조건을 내건 최저가 상품 역시 자체 규정에 따라 취소가 가능하긴 합니다. 한국 공정위 약관을 적용받지 않아 호텔에 직접 이메일이나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요. 실제로 시도해본 이들은 대부분 취소는 물론 연락조차 힘들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업계 측 "손해 막심, 불가피한 선택"
일부 업체에선 위약금을 무료로, 혹은 할인해서 예약 취소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에선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계 쪽에서 위약금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손실이었습니다. 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의 급여는 물론 웨딩홀과 관련된 업체들까지 모두 묶여있기 때문이었죠. 한 관계자는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위약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대비 성수기인 3~6월 예식 건 수가 확연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혼식 예약 건수가 급감하며 소규모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는 물론 웨딩홀에 연결된 식자재 업체 등에선 타격을 입고 있죠. 대부분의 예약이 하반기로 몰려 현재는 예약이 텅텅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신혼여행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여행사, 숙박업체 등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죠.
공정위, 한국 소비자원이 내놓은 대책
예식업, 여행뿐 아니라 외식업계에서도 취소 위약금 분쟁이 속출하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선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약관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습니다. 지난 11일 공정위는 돌잔치 등 연회 관련 업체의 약관상 위약금 규정이 과도한 점을 지적하며 자율 시정하지 않으면 문제의 약관들을 심사해 수정, 삭제 결정을 내리겠다고 전했죠. 이외에도 예식업중앙회 측과 긴급 면담을 갖고 결혼식을 연기할 경우 위약금 면제,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위약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소비자 피해 집중 대응반'을 구성했습니다. 공정위에서 과도한 위약금 약관 수정을 추진하고 소비자원에선 신속히 분쟁을 조정해 위약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죠. 모두가 힘든 시기이니만큼 위약금 분쟁의 해결책을 찾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양측의 이해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