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바이러스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배달 시장의 규모는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음식 주문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 7천억 가량으로 전년보다 84.6%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유통, 요식업계의 흐름에 따라 뚜레쥬르, 던킨도넛 등 오프라인 중점으로 사업을 이어가던 브랜드에서도 배달 서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죠.
한편, 2011년 3월 동네마다 뿌려지는 전단지를 모으면서 시작된 배달의 민족은 국내 배달 앱 점유율 1위를 달성하였습니다. 치믈리에 자격시험, 폰트 제작 등 주요 사업인 배달 서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마케팅 신공을 펼치며 사용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는데요. 최근 배달의 민족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꾀했지만 오히려 주요 고객인 자영업자, 사용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폐업 결정한 맛집 랭킹 1위 중국집
최근 주문 수, 리뷰 수 면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한 중국집에서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한 커뮤니티에선 이곳이 맛집 랭킹 1위를 차지할 정도라고 했는데요. 이들은 4월 1일부터 배민에서 매출액의 9%를 수수료로 가져가기로 했다며 코로나 사태와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없어 폐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식업 배달 어플 업계 갑질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죠.
5년 전으로 돌아간 배민의 수수료 정책
랭킹 1위 중국집을 문 닫게 한 이유는 변화된 배달의 민족 수수료 정책에 있습니다. 4월 1일 이전까지 배달의 민족에선 수수료 0원과 선택적 광고비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점주들에겐 무작위로 세 점포가 상단에 노출되는 '오픈 리스트'와 개당 8만 8천 원을 내면 오픈 리스트 아래 점포를 노출하는 '울트라콜' 두 가지 옵션이 주어졌죠.
점주들 사이에선 소위 '깃발 꽂기 경쟁'으로 불린 울트라콜의 경우 한 업체에서 여러 개의 광고를 등록하면 막대한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금력에 따라 광고 효과가 집중될 수 있었죠. 한 매장이 상위 광고를 독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사용자들은 서비스, 맛보다 광고비 집행력에 따라 매장을 선택해야 했는데요. 반대로 점주 입장에선 매출, 가게의 상황에 맞춰 광고 예산을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배달의 민족 측에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오픈 서비스'입니다. 5년 전 수수료 모델로 돌아간 것인데요. 배민은 2015년 7월 이전까지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점주들에게 받다 부담이 크다는 비난 여론에 수수료를 폐지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수수료 모델의 경우 배민을 통해 주문되는 건에 대해서 매출액의 5.8%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대신 그동안 상위 노출을 해 주던 울트라콜 광고를 점포당 월 최대 3회까지만 집행할 수 있게 제한했습니다. 배민 측에선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절반 이상의 업소에서 광고비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광고 효과가 크지 않았던 영세 업체에선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배민의 주장과 변화된 서비스가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민 청원은 물론 거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픈 서비스 정책으로 이전과 동일 수준의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선 광고비가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게다가 배민이 주장하는 혜택을 볼 수 있는 영세 업체 역시 월 100~500만 원 정도의 매출 이하 수준인데, 이는 폐업 수순을 밟는 가게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습니다. 과거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정률제의 경우 소상공인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죠.
배달 어플의 갑질? 사실상 독과점 형태
영세업자, 자영업자들은 배달 어플 업계의 갑질이라는 표현을 자주 선택합니다. 국내 배달 어플 업계를 살펴보면 이들의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데요. 2019년 12월, 국내 배달 앱 점유율 1위였던 배달의 민족은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매각되었습니다. 딜리버리 히어로는 점유율 2, 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었죠. 배민이 매각되며 딜리버리 히어로는 한국 배달 앱 시장 점유율 98% 이상을 확보하며 사실상 독과점 형태에 이르렀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은 요기요와 배민 서비스가 합쳐진 것이 아니며 별도로 운영 중임을 강조했는데요. 쿠팡 등의 다른 O2O 서비스 역시 경쟁사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요기요,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는 오프라인 사업자와 달리 소비자, 공급자 정보를 모두 보유하게 됩니다. 별도로 서비스를 운영하더라도 딜리버리 히어로의 시장 장악력과 정보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재명이 언급한 '공공 배달 앱' 가능할까
배달의 민족 수수료 정책 변화에 목소리를 낸 것은 일부 자영업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독과점의 횡포"라며 경기도에서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관내 전용 배달 앱 '배달의 명수'를 이미 출시한 군산시와 협력하겠다 했죠. 배달의 명수 앱은 자영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진 않지만 시민의 세금을 걷어 시행되는 서비스입니다. 군산시 이외에도 광진구, 경북 지역 등 다양한 지자체에선 수수료와 광고료를 내지 않는 공공 배달 앱을 개발, 운영 중에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자본 역외유출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지자체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시장에 직접 지자체가 개입한다는 점, 결과적으로 납세를 통해 시민이 낸 세금으로 시행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일각에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배달 어플 서비스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지, 퀵 업체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세 업체의 광고비 절감을 위해 변화를 꾀한 우아한 형제들, 바뀐 수수료 정책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