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죠. 이룩한 것이 많을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다른 해석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룩한 것이 많다고 고개를 빳빳이 세울수록 잃기 쉽기에 몸가짐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그렇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26억 원 날린 이 남자,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나흘 못 참아
한방에 퇴출된 이 선수
올해 33세인 위한차오(于汉超)는 AFC 챔피언스 리그 소속 광저우 구단 선수입니다. 윙어로 59경기 동안 9골을 넣으며 선수단 내에서도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로 광저우 구단 역사상 최초로 퇴출된 선수라는 불명예를 떠안았습니다.
위한차오가 퇴출된 건 단 하나의 영상 때문이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그를 본 시민이 그를 영상으로 찍었는데, 하필 그때 그가 자동차 번호판을 위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상이 커뮤니티로 퍼지고 광저우시공안국교통지대가 조사에 나서자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가 번호판의 E를 F로 수정한 이유도 함께 밝혀졌습니다. 중국은 번호판을 발급받은 지역 외에서 운전할 때 관할서에 거주 증명, 신분증, 운전면허증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심사를 통과한 뒤부터 합법적으로 차를 끌 수 있게 되죠. 그의 차량은 약 사흘 뒤부터 운전 가능했지만 위한차오는 그 사흘을 참지 못해 번호판 위조를 감행했던 것입니다.
이 이유를 들은 중국 네티즌들은 "한심하다", "아무리 그래도 번호판 위조는 심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중국 교통법에 따라 위한차오는 약 86만 원의 벌금과 구류 15일, 운전면허 벌점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광저우 구단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입니다.
평생의 성과를 잃다
위한차오는 2014년부터 광저우 구단 선수로 활동해왔습니다. 광저우 구단은 중국 최고의 구단 중 하나로 연봉도 최고 수준입니다. 사실상 중국 축구 선수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죠. 위한차오도 2021년까지 약 26억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단 한 번의 실수로 즉각 퇴출되면서 위한차오는 한순간 연봉 26억 원의 직장을 잃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그가 잃은 미래 수익은 약 34억 65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중국 축구 협회가 추진 중인 중징계(반년 이상의 활동 중지)와 그의 나이(33세)를 생각하면 사실상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위한차오가 복귀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연봉은 사실상 받기 어렵습니다. 중국 축구 협회가 국내 선수 최고 급여를 약 9억 5000만 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이죠. 과거 '골 넣는 수비수'로 불리며 수십억 연봉을 받던 선수가 쌓은 평생의 커리어가 고작 '나흘의 기다림'에 무너졌다는 소식에 일부 팬은 안타깝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허' 부끄러워 '어'로 수정...
형사처분 대상일까?
위한차오가 한 번호판 위조는 한국에서도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그는 약 86만 원의 벌금과 15일의 구류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번호판을 위조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특이하게도 한국은 번호판 위조에 대해 자동차 관리법과 형사법 중 1개 법을 상황에 맞춰 적용하고 있습니다.
두 법 모두 번호판 위조를 처벌하고 있지만 어떤 법으로 기소되었는지에 따라 처벌이 다르게 선고됩니다. 과거 2010년대 초, 렌터카의 '허'가 부끄럽다는 이유로 흰색 수정액으로 '허'를 '어'로 수정하는 일이 인기를 얻었었죠. 이때 형사법 '공기호 부정사용'으로 기소된 이들이 많았습니다. 벌금을 물지 않은 대신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았죠.
한편 최근 자동차 관리법으로 기소된 한 농부는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보험금 미납으로 차량 번호판이 영치되자 번호판을 위조해 달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형사법이 더 강력한 것 같지만, 사실 자동차 관리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되어있어 처벌 강도가 더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