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smartincome.com

성실하게 일하면 월 수백만 원을 가져갈 수 있는 직업이 화제입니다. 이 직업은 다름 아닌 정수기 점검원이었는데요. 유튜브에 공개된 한 영상에선 입사 1년 차인 한 정수기 점검원이 월 6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누리꾼들은 기술이 필요한지, 입사가 가능한 연령대나 경력은 없는지 질문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죠. 


하지만 이는 일부의 경우이며 현직자 대부분은 정수기 점검원에 대해 입을 모아 "자식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직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엇갈린 반응이 나온 것일까요?


월 600만 원, 정말 벌 수 있을까?


정수기 점검원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고객이 렌털한 제품 필터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교체하는 점검 업무를 담당합니다. 우리에겐 업체마다 코디(코웨이 레이디), 코닥(코웨이 닥터), 플래너, 매직 케어 등의 이름으로 더욱 익숙하죠. 보통 여성 점검원은 가정집에, 관공서, 사무실 등에는 남성 점검원이 배치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공개한 평균 급여는 200만 원 초반대. 영상 속 정수기 점검원이 600만 원을 벌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팀장이라는 직급,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수료가 있었습니다. 


대여제품 점검원의 급여는 서비스 수수료와 영업 수수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주 업무인 필터 교체 및 점검 서비스를 통해 받는 수당이 서비스 수수료인데요. 대형 렌털 업체들은 서비스 수수료가 일정 수준을 넘어갈 수 없도록 점검 가능 기기, 방문 가정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200만 원 초반의 수당 이외에 부가 수당을 위해선 영업 수수료가 필수인데요. 신규 고객 유치, 혹은 기존 고객이 새로운 제품을 렌털할 경우 받는 수당이 영업 수수료입니다. 영업 건수가 높아질수록 서비스 수수료 역시 높아지는 구조이죠. 


"매출 달성 못하면 사람 취급 못 받아요"


아이러니하게도 대여제품 점검원에겐 주 업무인 점검 서비스보다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업 실적에 대한 압박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이는 점검원 이외에도 전자제품 설치, 수리 엔지니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죠. 팀별 매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부진자 교육, 사무실 대기, 처리 계정 건수 조정 등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욕설이 난무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점검원들은 사비로 업체 제품을 사들여 싼값에 재판매하기도 합니다. 한 업체에선 영업 전담 팀을 구성했지만 대여제품 점검원의 업무가 조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점검원은 영업팀에 더욱 높은 수수료를 주는 것은 물론 점검원 쪽에서 유치한 고객을 해당 팀에 빼앗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죠.


점검원들의 한숨을 더욱 깊게 하는 건 수당 되물림이라는 체계입니다. 영업에 성공하더라도 고객이 6개월~1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 반품할 시 영업 수수료를 일정 비율 반납해야 하는 것인데요. 100%부터 많게는 150%까지 벌어들인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수당 되물림 발생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제품 결함, 설치 불가 환경 등의 여러 사유가 '고객 변심'으로 평가되며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점검원에게 넘어가죠. 심지어는 고객이 렌털료를 미납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비·유류비 모두 개인 부담, '특고 노동자'


보통의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회사가 지출해야 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라면 상황이 다른데요. 대다수의 대여제품 점검원들은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됩니다. 때문에 이동에 필요한 유류비는 물론 수당 되물림, 식비까지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하죠. 


>

비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근로여건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채용 공고에선 '자유로운 근무시간'을 강조하는데요. 정해진 출근시간이 없는 대신 대기, 이동을 포함해 하루 평균 9.08시간, 1주 평균 5.39일을 일해야 했습니다. 이외에도 가정 방문 시 고객의 폭언, 저속한 농담, 성희롱, 성추행 등의 갑질을 견뎌내야 합니다. 


고용 보험 적용 방향 논의 중에 있어 


정부에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7월부터 산재 보험 적용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대여제품 점검원이라면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된 것이죠. 이후 특수고용노동자에겐 해당되지 않았던 고용보험의 한계를 인식했는데요. 고용부 장관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보험료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서로 얼마나 부담할지가 큰 쟁점입니다. 


이렇게 정수기 점검원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았는데요. 위에서 언급된 모든 사항들이 계약서 작성 시 충분한 고지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 수익 구조나 영업 실적에 관련한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사내에서 공지하지 않아 스스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죠.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 먼 이들. 명확하지 않은 업무 경계와 여건, 불공평한 대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