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한도 조회. 누구나 한 번쯤 은행에 방문해 대출 상담을 받아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대출 한도는 소득, 자산, 직업 등 다양한 조건을 통해 결정되는데요. 이 중에서도 소위 '고소득 전문직'으로 대표적인 의사들은 비교적 대출이 쉽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소득이 0원이어도 의사 면허만 취득했다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이 말이 사실인지, 의사들의 실제 대출 한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았습니다.
대출 시장의 숨겨진 VIP, 의사
일명 닥터론, 메디컬론.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의사들은 대출 시장에서 숨겨진 VIP 중 하나입니다. 꾸준한 수요, 개원이라는 큰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2001년 최초로 선보인 의사전용 신용대출상품은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은행에서는 의사 고객을 잡기 위해 직접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실시했고 직종에 특화된 세미나까지 열곤 했습니다.
닥터론 이외에도 뱅커론, 아카데미론, 솔저론,폴리스론 등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많습니다. 변호사, 교직원, 군인 등 수입이 안정적인 데다 수명이 긴 전문직 전용 대출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과거에는 '전문직'으로 묶인 동일한 상품이었다면 최근에는 법조계, 의료계 등으로 세분화되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의사 신용대출 대상은 봉직의, 개원 예정의, 개원의, 이전 개원의 총 4개로 나누어집니다. 봉직의는 4대 보험 신고 및 급여를 받고 있으며 원천징수 영수증 발급이 가능해야 하죠.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면 봉직의로 인정받긴 어렵습니다. 개원 예정의는 3개월 안에 개원을 예정하고 있는 의사를, 개원의는 현재 사업자 등록증과 의료기관 개설 신고 필증을 발급 받은 의사를 의미합니다. 개원 중이나 3개원 내에 이전 계획이 있다면 이전 개원의로 분류됩니다.
닥터론, 실제 대출 한도는?
그렇다면 의사들이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2019년, 메디칼타임즈에서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의사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시중 은행 6곳을 비교했는데요. 개원의, 개원 예정의, 봉직의 구분에 따라 대출 가능한 총 한도와 최저 금리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봉직의 신용대출의 총 한도는 최소 2억~최대 3억 사이였으며 최저 금리는 씨티 은행 4.09%, 경남은행 3.26%, 기업은행 3.1%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개원예정의라면 최소 3억~최대 4억 5천만 원까지 한도 차가 어느 정도 있었죠. 최저 금리는 씨티은행이 2.98%로 가장 낮았고 신한은행이 3.41%로 가장 높았습니다.
개원의 기준으로 기업은행 총 한도 3억(최저 금리 3.10%), 경남·신한 은행 4억(최저 금리 각각 3.28%, 3.55%), 하나은행 4억 8천만 원(최저금리 3.29%)였습니다. 가장 한도가 높았던 곳은 씨티은행으로 총 한도 5억 5천만 원(최저금리 3.62%)였죠. 우리은행은 지점 협약 사업자 대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용도 떨어진 의사, DSR로 대출 규제
과거까지만 해도 의사들은 까다로운 조건 없이 대출이 가능했습니다. 개원 기간, 소득과 관계없이 의사 면허만 취득했다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심지어는 국가고시를 앞둔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학생도 고액 신용대출이 가능했는데요. 은행에서는 향후 고소득이 예상되는 예비 의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2018년, 금융위원회에선 전문직 신용대출에 일률적으로 300%의 고 DSR 비율을 적용해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미래 추정 소득보다 현재 증빙 가능한 소득이 대출 산정의 핵심이 된 것이죠. DSR 규제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직업이 의사여도 실제 소득을 증명하지 못하면 고위험 대출로 간주해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대출이 가능했던 '예비 의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죠.
뿐만 아니라 경영 악화로 빚 잔치를 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병 ·의원 폐업률이 증가하며 의사들은 위태로운 상황에 놓입니다. 그 결과 개원 비율 역시 감소했죠. 금융권에서는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대출 한도를 대폭 줄였는데요. 하지만 의사 고객은 여전히 대출 시장에서 비중이 적지 않기에 예비 의사, 약사, 개원 예정의를 위한 대출 상품을 따로 마련한 은행도 있습니다.
새롭게 찾은 신규 우량 고객, '준 전문직'
금융권에선 신용도가 떨어진 데다 포화 상태에 이른 의사들을 대신해 줄 신규 우량 고객이 필요했습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은행들이 눈을 돌린 것은 일명 '준 전문직'. 간호사, 의료 기사, 약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업계 종사자들이었죠.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치기공사, 물리치료사 등의 직업을 포함하는 대출 상품들도 다양했습니다.
하나은행에선 간호사, 의료 기사, 간호조무사 등을 대상으로 최대 1억 5천만 원을 한도로 두고 있습니다. 씨티 은행에선 봉직의, 군의관, 레지던트 대상으로 한도를 최대 3억 원으로 두었죠. 신한은행에선 의료 관련 국가 전문자격 보유자라면 최고 5천만 원 이내에서 대출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닥터론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았는데요. 전문직에 대한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직군별 특화 상품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은행에서 지정한 특정 기업의 근로자이거나 전문직에 속한다면 특화 상품을 노리는 것이 금리, 한도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잘 살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