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자업계 '연봉킹' 자리는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차지했습니다. 그는 올해 상반기 퇴직금 92억 9,000만 원을 포함해 급여 4억 1,700만 원, 상여 16억 2,400만 원 등 총 113억 4,900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결과로 보이는데요, 이에 비해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의 반기 보수는 0원을 기록했습니다. 벌써 4년째인데요. 대체 이재용이 보수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상 뒤집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2조 9,700억 원, 영업이익 8조 1,5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수치인데요. 지난 4월 열렸던 1분기 경영설명회에서 코로나19 불확실성으로 2분기 실적 하락을 예상했지만 반대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급증했죠. 코로나19로 언택트 바람이 불며 서버 시장 활성화로 반도체 실적이 좋게 나타난 덕분입니다.
무보수 4년 차, '책임 경영' 때문?
반전 실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이에 반해, 이재용 부회장은 4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 수사와 재판이 시작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죠. 지난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으나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감안해 급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보수를 받지 않고 현장 경영 보폭을 확대하면서 '책임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시작으로 올해에만 18차례 이상 현장을 방문했죠. 최근에는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찾아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여성 임직원들을 만나는 등 책임 경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긴 장마와 잇따른 집중 호우 피해, 코로나19 감염 방지 등을 위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죠. 협력 업체 및 중소 업체 등에 대한 지원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 부회장이 앞으로도 책임 경영 차원에서 무보수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부전자전, 최초의 무보수 경영인 이건희
사실 삼성가에서 이 부회장과 같은 무보수 경영 사례는 왠지 모르게 익숙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전 세계 최초로 성과급은 물론 각종 수당을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바 있는데요. 2008년 조세 포탈과 배임 혐의로 경영에서 물려났다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책임 경영을 이유로 선언했죠. 이후 그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무보수로 삼성 그룹을 이끌어왔습니다.
배당 수익으로 충당? 의미 없진 않아
일각에서는 삼성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무보수 경영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이미 충분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데요. 실제로 두 사람은 올해에도 개인 배당 수익 1,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회장은 2009년 이후 1년 연속 배당 수익 1위를, 이 부회장 역시 1,426억 원으로 2위에 올랐죠. 배당으로 1,000억 원을 넘게 받은 사례는 두 사람이 유일합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무보수 경영이 의미 없진 않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경영 일선에서 회사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과 같은데요. 2018년 국정 농단 사건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구속된 롯데 신동빈 회장과 비교되며 언급되기도 합니다. 7개월간 복역 후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 회장은 지난해 181억 원의 연봉을 수령해 대기업 그룹 오너 가운데 연봉킹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죠.
이 부회장보다 앞서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던 이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등의 비판을 의식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죠. 이들은 흑자전환까지 무보수 경영 기간을 제한하거나 이미 받은 보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도 합니다.
다만, 대부분 무보수 경영 선언 후 다시 보수를 받고 있습니다. 이건희, 이재용 부자는 경영 성과와는 별개로 무보수 경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부회장이 책임 경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