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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슈즈, 레슨비 만만치 않아

우울증·섭식장애·허리 통증

발레 인생 3분의 1은 '재활'

18년 일해도 연봉 4천만 원

예체능계 극한 직업, 발레 무용수


시인 고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 극찬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극한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지죠. 강수진의 발은 '열정'의 증거로 회자되지만, 사실 최근에는 이런 발을 가진 발레리나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충분한 자기 관리는 물론, 토슈즈의 발 보호 패드가 훨씬 발전되며 발레리나의 발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험하게 상처 난 발 이외에도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호소하는 그들만의 고충이 많습니다. 예체능계 극한 직업이라 불리는 발레 무용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발레 무용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떨까요? 보통 예술 중학교, 예술 고등학교를 거쳐 한국 종합예술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곧바로 발레단에 진출하곤 했는데요. 최근에는 4년제 종합대학 졸업생에 한해 교수들의 추천서, 유학 경력 등이 있으면 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발레단인 국립발레단 입단은 매우 치열합니다. 직업 무용단의 신규채용 단원은 전국 20여 개 시립무용단을 포함해도 100명 미만이죠. 매해 졸업하는 무용 전공생이 2천여 명이니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요. 국립 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에 들어가기 위해선 상위 5% 안에 들어야 합니다.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데요. 상상초월의 비용에 '부잣집 자녀들의 취미'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죠. 콩쿠르 준비, 레슨비, 해외 유학비, 레오타드 등의 소모품으로 1년에 수 천만 원을 기본으로 깔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발레리나가 된 이후에도 메이크업, 무대 의상, 필라테스, 수영 등의 운동 비용, 재활 치료, 부상 치료 등 관리에 필요한 비용도 고려해야 하죠.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0만 원 선인 토슈즈 역시 부담스러운 품목 중 하나입니다. 연습량이 엄청난 발레리나에게 토슈즈는 하루에 한 켤레~ 서너 켤레까지 소모되어 '일회용'으로 여겨집니다.


게다가 매 작품 공연 때마다 작품비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뛰어난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작품을 공연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액은 작품이나 학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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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차가 쌓이면 업무가 손에 익어 효율성을 따질 수 있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발레 무용수는 연차가 쌓여도 끊임없이 몸을 훈련시키고 움직여야 합니다. 심한 경우 하루 15~18시간을 훈련에 임하기도 하죠. 연습 시간에 차이는 있지만 모든 발레 무용수들은 공연 날을 제외한 모든 날을 연습과 발레 이외의 운동, 테라피, 얼음찜질 등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나무와 석고로 만들어진 얇은 토슈즈 하나를 신고 발끝으로 온몸을 지탱하고 점프해 발이 혹사된다는 표현이 적절하죠. 토슈즈는 무지 외반증 변형과 굳은살 등을 유발하는데요. 연습량이 많을 때에는 발톱이 빠지거나 신발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뼈에 무리가 가며 발 자체가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성 무용수의 경우, 장롱과 바닥 사이의 좁은 틈새에 발가락을 끼워놓고 잠을 자는 경우도 있죠.


가벼운 움직임과 몸의 선을 잘 보여주기 위해 체중, 몸매 관리를 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체력 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 섭식장애나 다이어트 강박을 지니고 있습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삼겹살을 먹어본 적이 없고 발레리나가 된 이후 아이스크림을 끊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끊임없는 연습에 만족스럽지 않은 공연을 마친 이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기 쉽고 허리나 발목을 부상당해 수년간 재활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고통이 따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 발레단은 총 3군데가 있습니다. 국립 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이죠. 보통 프로 발레단은 연봉으로 계약하며 무용수 직급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는데요. 공연에 따라 공연 수당을 추가로 지급받는 방식입니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신단원 초봉이 대기업 초봉과 비슷하다고 밝힌 바 있죠. 미국 발레리나의 평균 연봉은 3,000만 원~4,500만 원 사이인데요. 한국은 어떨까요?


국립 발레단에 18년째 근무 중인 한 무용수는 초봉 150만 원으로 시작해 300만 원 정도의 월급과 공연 수당은 5만 원으로 시작해 현재 2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봉으로 계산해보면 약 4천만 원 수준이죠. 공개된 국립발레단의 2019년 평균 연봉은 4,678만 원. 대졸 초임 기준 3,316만 원 선이었습니다. 다만, 이는 무용수, 행정직, 스텝 등의 전 직원 연봉이 포함된 기준이니 참고해야겠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은 무용수는 평생 두 번 죽는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이며 이는 두 번째 죽음보다 훨씬 고통스럽다고 했죠. 발레 무용수의 경우, 다른 직업과 달리 정년이 매우 짧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보통 20~30대에 몸이 버티지 못해 은퇴하거나 업계에선 40대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발레단의 경우 정년이 40~42세로 정해진 곳이 많죠. 


강수진 등의 스타 무용수라면 발레단의 수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무용수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해야 합니다. 보통 발레 교사, 안무가, 기획자 등의 무용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데요. 발레단의 마스터, 발레 스튜디오 운영 등 교사로 일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무대의상 디자이너나 사진작가 등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고 훈련에 임해도 고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국내 발레 무용수들. 이들은 국내 발레 교육 시스템과 연봉 체계에 불만을 표했습니다.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요? 러시아는 아이들을 위한 발레 조기 교육뿐 아니라 해외 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유명 발레단 대부분이 별도의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무료 발레교실이 수천 개가 운영됩니다.


러시아에선 평균 3~4세에 발레를 시작하며 각 도시마다 무료 또는 1시간에 300루블, 한화로 약 6천 원 정도로 쉽게 발레를 접할 수 있는 발레 학원이 있습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단 경영진, 무용수의 연봉은 상상초월입니다. 마린스키 극장 디렉터 게르기에브는 한화로 약 18억 원이 넘는 연봉을, 유명 극장의 차석 디렉터나 아카데미 디렉터들 역시 1억~5억 원을 웃도는 연봉을 받고 있죠. 


프랑스는 대학에 무용과가 없는 대신 콘서바토리에서 모든 예술교육이 이뤄집니다. 작은 학원에서 발레를 시작한 학생이 재능이 있으면 군 단위의 콘서바토리로, 더 잘하면 시 단위로, 이어 더 큰 국공립으로 진학하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이 문화정책 면에서 가장 부러운 나라로 프랑스를 꼽기도 했습니다.


두 국가의 사례는 예술 전공을 위해 초중고 전 과정에서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한국과 대조적입니다. 국내 발레 무용수들은 물론 숨은 발레 원석들을 위해 현실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정책, 교육 제도 등이 고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