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오는 날을 기억하시나요? 유독 이날만 다가오면 선생님들은 청소와 수업에 무척 신경 쓰곤 하셨는데요. 학창 시절 선생님들은 왜 유독 ‘장학사 오는날’을 두려워했을까요?
3천만 원을 주고 장학사 매관매직이 이루어졌다는 말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교장 승진의 최단 코스에 학교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과연 그 말이 진짜일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학사는 특정직 공무원입니다. 교육과정의 연구, 개발 등의 실무를 담당하는 교육공무원인데요. 국가직 교사에서 전직이 이루어지며 교육부, 교육부 산하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학사는 행정상의 지휘·명령·감독권은 가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학교 시찰을 통해 교육 관련 지도나 조언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장학사가 되려면 교사의 자격으로 시험을 봐야 하는데요. 시험해 합격하여 장학사 되고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면 장학관으로 승진합니다. 장학사는 학교에서는 교감이지만 시·도교육청에서는 팀장이나 팀원입니다. 장학관의 경우는 학교에서 교장을,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장이나 과장에 해당합니다.
장학사 오는 날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장학사가 교장보다 당연히 윗사람인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현실은 반대입니다. 교장은 4급 이상이지만 장학사는 6급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장학사 오는 날에 학교가 부산했던 걸까요? 지역 내의 학교들을 총괄하는 시도교육청 본청 등에서 학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내는 장학사에게 잘못 보이려는 교장이나 교감은 없기 때문입니다.
장학사에게 직접적인 명령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육청 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당연히 장학사이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학교에 문제로 감사 차원의 특별 장학 방문의 경우 더욱 학교 측에서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군대로 따지면 일반 지휘관 대 감찰부대 간부라고 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을 말했습니다.
장학사가 되면 서울·인천·대구·세종·강원의 경우는 7년간 근무 뒤 자격연수를 받고 승진 전직할 수 있습니다. 이외의 지역은 3년 근무 후 교감 자격연수를 받고 그 이후 4년간 교감 자격으로 장학사 근무를 합니다. 그리고 7년 뒤 교감이나 교장으로 바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만약 40대 후반에 장학사가 된다면 40대 후반에 교감, 50대 초반에 교장으로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같은 교감이라도 장학사 출신이라면 10년 정도 빨리 교장이 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루빨리 교장으로 승진하고 학생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장학사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나이는 들고 수업을 하기엔 체력이 달리고 해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아서라는 이유인데요. 사업과 공문 및 연구, 행사 등 피곤한 일 투성이로 장학사는 교장과 교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승진 테크가 되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장학사가 되면 교사의 최대 장점인 칼퇴근과 방학이 무의미해집니다. 바쁜 공무원이 되기 때문인데요. 살인적인 업무량에 치여 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등교육과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된 업무까지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장학사 전직 후 1년 안에 다시 교사로 전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장학사는 교장, 교감 등과 같이 호봉체계가 동일합니다. 방과후수업을 많이 하는 고등학교 교사의 경우 장학사 전직 후에는 급여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최근 워라밸을 중시하는 추세가 되면서 장학사 전직이 줄어들게 될 전망으로 보입니다.
장학사와 관련된 이슈들이 많습니다. 장학사가 되려고 3천만 원의 뇌물을 건넨 교사가 있어 그 당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장학사 시험지를 유출해 돈 받은 교육감과 장학사들도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 일어났던 하이힐 장학사 사건은 꽤 유명합니다.
서울 중계동 대로변에서 서울동부교육청 여성 장학사 고 모 씨가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임 모 씨의 머리를 하이힐로 내리찍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고씨는 술집에서 다투던 화가 덜 풀려 “내가 2000만 원을 주고 장학사 시험을 통과하고 다른 장학사에게도 1000만 원을 줬다”고 폭로했습니다.
서울 소재 사립대 사범대학에 재직 중인 A교수는 이와 같은 상황을 비판하며 “승진에 대한 목마름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서열이 없는 것이 전문가 집단의 특성인데, 교사는 전문직이라면서도 교장·교감·수석 교사 등을 만드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