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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직장인들 대다수가 '개그 콘서트'를 보며 월요일이 다가옴을 직감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 개콘의 시청률은 5~6%에 머무르는 데다, MBC와 SBS의 코미디 프로는 아예 사라졌죠. 이런 상황에서 예능에 자주 출연할 정도의 인지도가 없는 개그맨들은 생계가 막막해지겠죠. 그런데 여기, 일찌감치 자신의 끼와 재능을 새로운 분야에 접목해 성공을 거둔 개그맨이 있습니다. 그의 현재 직업은 'MJ'라는데요. 한 달에 1천만 원은 거뜬히 번다는 이 직업의 정체는 무엇인지, 이광득 씨가 MJ가 된 사연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포항 출신의 이광득 씨는 2007년 SBS 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합니다. 군 생활을 마치고 2005년에 도전했던 KBS '개그사냥' 오디션에도 합격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 생활이 너무 힘들어 6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간 전력이 있죠. 다시 개그맨에 도전하기로 한 건, 우연히 만난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들은 "형 진짜 개그맨 같다"는 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형님 뉴스' 코너에 포항에서 올라온 건달 역할을 맡습니다. 코믹한 사투리로 사회의 부조리를 우스꽝스럽게 전달하는 이 코너는 당시 꽤나 인기가 있었는데요. 대선배들과 무대에 오른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해 첫 회 촬영분에서 통편집 당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네요.

 

신인 개그맨으로서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던 그와 동료 개그맨들에게,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 프로그램 폐지 등 시련이 다가옵니다. 점점 개그맨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이광득 씨는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가 부모님의 수산물 가게 일을 돕기로 결심하죠. 그러던 와중에 '중고나라'의 운영사 큐딜리온에서 만든 공구 플랫폼 '비밀의 공구'를 알게 됩니다.

 

'비밀의 공구'는 폐쇄형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보통의 쇼핑몰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의 회원가입과 구매를 유도하는 것과 달리, 비밀의 공구에는 기존 회원의 초대를 받은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죠. 이런 식의 운영이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시중보다 40~95% 싼 가격 덕분인지 1년 반도 채 되기 전에 회원 수 9만 8천 명, 거래액 100억 규모로 급성장합니다. 독특한 판매 방식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이광득 씨는 부모님 가게에서 판매하는 과메기를 비밀의 공구에 올렸고, 그 결과는 '일주일 치 과메기 3시간 만에 완판'이었죠.

 

시험 삼아 해본 판매가 성공으로 이어지자 이광득 씨는 'MJ 광득이'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갑니다. MJ란 '멀티 자키'를 뜻하는데요. MD의 일과 쇼호스트의 일, 그리고 애프터서비스까지 도맡아 하는 사람으로, 상품 기획부터 영상 제작, 사후관리까지 해당 상품의 A부터 Z까지 모두 책임집니다. 수익은 상품이 팔리는 만큼 배분 받죠.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이광득 씨를 현장에서 뛰게 만들었습니다. 막 배에서 내린 수산물 입찰에 참여하는 모습, 대게를 쉽게 손질하는 방법 등 생생한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자 소비자들은 그의 상품을 신뢰하기 시작했죠. 그의 원칙은 '결코 상품을 실제보다 나아 보이게 포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영상이나 사진 속 멋진 모습을 보고 구매했다가 실물과의 차이에 실망하면 다음 구매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여기에 제품의 단점까지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그를 믿고 거래하는 비결이라네요.

 

이광득 씨의 말에 따르면 개그맨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MJ의 자질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끊임없이 연구하며, 영상의 콘셉트와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죠. 타고난 끼와 시간을 들여 쌓은 소비자들과의 신뢰로 억대 연봉 MJ가 된 그는 곧 비밀의 공구 콘텐츠 제공을 담당하는 '에이코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가 됩니다. 크리에이티브 연예 기획사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도 차렸죠. 과음한 다음날 피부의 해장을 돕는다는 '꽐라마쓰' 마스크팩도 론칭하기도 했죠.

 

개그맨 출신의 MJ가 이광득 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범통령' 김범용 씨와 '한반장' 한명진 씨 역시 SBS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MJ로 활동한 바 있죠. 김범용 씨는 <스포츠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MJ로 자리를 잡기만 하면 월 1000만 원은 벌고, 그 위로는 무한대"라며 MJ라는 직업의 수익성에 대해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개그맨 생활이 녹록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업종을 변경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끼와 재능을 살리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넉넉한 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니,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